이름을 걸고 얼굴을 걸었다. ‘춘천닭갈비’라는 익숙한 메뉴에 앞에 ‘주박사’라는 신선한 캐릭터가 더해진 ‘주박사 춘천닭갈비’. 20대 사위 우학현 대표와 50대 장인 주석인 대표가 의기투합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생 브랜드다. ‘주박사’라는 세 글자에는 양념부터 재료까지 모든 것을 직접 공수하고 손질하여 맛을 낸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브랜드 론칭과 창업을 동시에 일군 우학현 대표의 맛깔난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위와 장인의 의기투합
주박사 춘천닭갈비
개포동역에서 걸어서 2분, 개포주공아파트 앞 상가 2층에 주박사 춘천닭갈비 1호 매장이 반긴다. 2017년 10월 문을 연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제법 입소문이 난 이곳은 어느덧 맛집으로 통한다. 이름을 내걸고 만든 독자 브랜드의 정성과 노력이 손님들에게 맛있는 닭갈비로 전해지는 것이다.
“‘주박사’ 캐릭터의 주인공은 저희 장인어른입니다. 장인어른이 개포동에서 20년 동안 곱창집을 운영하셨거든요. 음식은 물론 장사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배이시죠. 저도 평소 음식점 창업에 관심이 있던 터라 장인, 장모님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주박사 춘천닭갈비’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습니다. 제가 개포동역점을 맡고 있고, 장인어른이 뒤이어 일원점을 오픈했지요.”
‘주박사’라는 이름만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될 수 있도록 우학현 대표는 치열하게 창업 준비를 했다. 닭갈비의 원조인 춘천의 주요 닭갈비집을 방문해 꼼꼼하게 시식을 하고,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닭갈비집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많이 보고, 많이 맛볼수록 배울 점은 물론 단점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일단 비슷비슷한 기본 상차림이 지루했고, 생각보다 맛있다는 느낌이 강렬하지 않았으며, 오래된 매장일 수록 위생이 좋지 않았다. 닭갈비집을 준비하던 우학현 대표의 고민과 방향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대부분의 닭갈비 양념이 자극적이기만 했습니다. 인공 감미료 맛이 강하다고 할까요. 장인, 장모님과 가게 오픈 전까지 3개월 가까이 소스 개발에 매진했는데요. 하루에 두세 번씩 맛을 보며 건강한 감칠맛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설탕보다는 사과와 배를 갈아서 더욱 담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단맛을 살렸고요. 조미료 대신 양파, 대파 등의 야채로 감칠맛을 최대한 끌어올렸지요. 그밖에 여러 비법이 있는 게 그건 영업비밀이에요.(웃음).”
우학현 대표는 지금도 매일 소스 맛을 점검하며 균일한 맛을 지켜낸다. 좀 더 나은 맛, 좀 더 새로운 맛을 위한 연구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느덧 주방이 편하고 익숙해진 그는 뜨거운 열기와 다양한 식재료 사이에서 하루하루 꿈을 키우는 중이다.
매일 공수하는 신선한 식재료
위생과 청결은 기본
주박사 춘천닭갈비가 차린 한 상차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갓 장아찌다. 여수 갓을 공수해 직접 담근 갓 장아찌의 달큰하고 쌉쌀한 맛은 닭갈비의 매콤한 맛과 제대로 조화를 이룬다. 깻잎 위에 닭다리살만을 사용하는 닭갈비 한 점과 갓 장아찌를 올리고 막국수까지 한 젓가락 곁들여 싸먹으면 최고의 궁합이라고 추천하는 우학현 대표. 스스로 연구하며 수없이 먹어본 닭갈비 전문가의 조언이니 꼭 한번 도전해볼만하다.
“음식 장사의 기본은 재료라고 생각해요. 닭과 야채의 신선도는 자부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락시장에 가서 가장 좋은 재료를 직접 보고 구입하거든요. 계절마다 재료의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늘 신경써야 해요. 양배추의 경우 계절별로 수분이 달라지더라고요.”
부지런히 발로 뛰는 정성이 통하는 것일까. 주박사 춘천닭갈비 후기에는 유독 ‘건강한 맛’이라는 평가를 많이 볼 수 있다. 신선한 재료로 즉석에서 볶아내는 닭갈비가 식욕을 당기는 건강한 한 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닭갈비를 볶아내는 우학현 대표의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단단히 배었다. 1년 반 넘게 닭갈비를 열심히 볶은 영광의 상처라며 웃어 넘긴다. 사실 그는 사소한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직업군인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반듯하게 각을 잡는 것이 일상이었던 우학현 대표는 가게의 위생과 청결에도 철두철미하다.
“장인어른에게 음식 장사의 기본을 배웠는데요. 맛은 기본, 그 다음이 ‘음식점은 깔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닭갈비를 볶다보면 양념도 많이 튀고 지저분해지기 쉽거든요. 저는 14개 테이블은 물론 바닥 구석구석까지 자신있게 점검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학현 대표의 자신감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된 상가 건물에 자리하고 있지만 주박사 춘천닭갈비 매장만큼은 밝고 깔끔하다. 때문에 갓 오픈한 가게로 착각하는 손님도 많다. 쾌적한 환경에서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닭갈비를 위해 우학현 대표는 오늘도 쓸고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개포동에서 출발한 닭갈비
세계 입맛까지 노리다
음식 개발부터 손님 응대까지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내는 우학현 대표. 이제는 사장님 소리가 어색하지 않지만 처음에는 어려움과 두려움도 많았다.
“메뉴는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손님 응대는 실전이 중요하더라고요. 닭갈비는 테이블에서 직접 볶아주기 때문에 소통이 더욱 중요하거든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결국 답은 하나였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 가끔 손님들에게 상처를 받아도 제가 더 잘하면 좋은 쪽으로 돌아오더라고요. 하루하루 배우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초보 사장님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역시 손님들의 응원이다. 한명, 두명 눈에 익은 단골들이 늘어나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준 손님들이 생기고, ‘주박사’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는 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욕심내지 않고 개포동역점과 일원점으로 내실을 다져갈 계획이지만 고객들의 관심은 늘 감사하다.
“어느 날은 나이든 어르신 두 분이 오셔서 남김없이 맛있게 드시고 그릇 정리까지 깔끔하게 해주셨어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자신들이 살고 있는 춘천의 닭갈비보다 더 맛있다고 칭찬을 더해주셨을 때 진심으로 울컥했지요.”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 덕분에 피곤한 줄도 모른다는 우학현 대표. 최근에는 닭갈비뿐 아니라 든든한 한 끼로 즐길 수 있는 점심특선 닭칼국수와 닭곰탕도 인기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둘 다 국물에 찹쌀을 갈아 넣어 걸쭉한 것이 특징이다. 닭고기를 일일이 발라 고명으로 넣은 닭칼국수는 공기밥까지 더해 든든한 한 끼로 손색이 없고, 닭곰탐은 닭 반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보양식이다
“점심 때 스무 그릇씩 한정 판매합니다. 하루만 지나도 고기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닭 메뉴는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닭갈비가 다소 매울 수 있어서 어린이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연구중이에요.”
개포동에서 출발한 주박사 춘천닭갈비는 시야를 넓혀 해외진출도 노리고 있다. 첫 번째 대상지는 스페인이다. 닭갈비와 스페인, 의외의 조합이지만 제법 잘 어울리기도 하다. 이제 발걸음을 땐 만큼 우학현 대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자신을 가지고 제 색깔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여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따르지 않고 ‘주박사’라는 독자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한 이유이니까요.”
주박사 춘천닭갈비는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뻗어나갈까. 대한민국의 감칠맛으로 세계를 매료시키기 위해 우학현 대표는 오늘도 쉬이 주방을 떠나지 않는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신생 브랜드의 발전이 궁금하다면 개포동과 일원동을 대표하는 맛집, 주박사 춘천닭갈비를 주목해보자.
주박사 춘천닭갈비 개포동역점
주소 | 서울 강남구 개포로 508, 2층
전화 | 02-451-6692
주요 메뉴 | 춘천닭갈비, 막국수, 닭칼국수, 닭곰탕
영업시간 | 평일 11:00~23:00, 주말 16:00~23:00(매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