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환갑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동심으로 가득한 철딱서니 없는 어른’. 인형극단 뿌뺀맘을 이끄는 김명선 대표의 유쾌한 자기소개다. 인형을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대본부터 작곡에 가지각색 악기 연주까지 종합 예술가이기도 한 그녀는 인형 앞에서는 아직도 아이처럼 순수하다. 손수 만든 인형들과 함께 매 순간을 축제로 만드는 어른아이, 김명선 대표를 만나본다.
ㆍ 뿌뺀맘은 동화를 인형으로 생생하게 살려내는 인형극 극단입니다. 어느덧 24년차인데요. 어떻게 인형극단을 설립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인형극으로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 1996년 문을 열었어요. 뿌뺀맘(puppenmom)은 puppet(인형)+and+mom(엄마)의 합성어에요. 딸 셋을 키우다보니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을 뚝딱 만들어 즉석 공연을 펼치곤 했거든요. 딸의 친구들도 제 팬이 되었죠. 그러다 색동회 주최 대한민국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동화구연가로 활동하고, 인형극단까지 차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지요. 이름처럼 엄마표 인형극이라면 믿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뿌뻰맘은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문화센터, 구민회관 등에서 공연을 하고, 아동복지과나 동아리를 대상으로 인형극 지도도 하고 있습니다. 인형극 주문제작도 가능하고요.
ㆍ 인형을 직접 제작하고, 동화구연을 하며 인형극도 직접 무대에 올리시는데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먼저 좋은 동화를 선정한 다음 인형극 무대를 그리며 대본을 쓰지요. 이후 등장인물을 스케치해 막대인형, 손인형, 탁상인형, 입인형, 그림자인형 등 어느 스타일이 제격인지 정한 뒤 인형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인형극에 필요한 무대나 소품, 배경막도 직접 만들지요. 그 다음에 단원들과 대본 리딩을 하며 음악이나 효과음을 만들어요. 연습이 끝나면 녹음을 하는데요. 라이브 공연도 하지만 시설이 열악하면 녹음 공연도 이뤄지니까요. 음원이나 녹음이 완성되면 인형의 등퇴장에 맞춰 실제 무대 연습에 들어갑니다. 대본부터 음악, 인형제작, 소품제작, 배경제작 등을 직접 하다 보니 큰 작품은 1년에 한 작품을 만들어 연중 공연을 펼칩니다. 사이사이 소공연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요.
ㆍ 어린이 대상 인형극을 구성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교육적인 메시지 전달이 작품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공연을 보며 울고 웃고 감동하는 사이 자연스레 바른 인성을 키워주는 것인데요. 전래동화에 권선징악적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교훈을 잘 전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딱딱하면 안 되겠지요? 결말에 사족을 달지 않아도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공연 할 때 어린이들의 눈동자를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공연이 끝나고 달려와 안기는 어린이, 감동적이라고 수줍게 귓속말을 하는 어린이, 또 언제 오냐고 아쉬워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그 마음속에 빛나는 별을 달아주고 싶어요.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고 희망이니까요.
ㆍ 소재 발굴과 아이디어 구상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을 순회하며 어린이보다 더 많이 동화책을 읽는 건 기본이고요. 전시회와 공연을 보는 것도 아이디어 구상에 많은 도움이 돼요. 춘천인형극제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지요. 또 다양한 공연을 위해 매년 한가지씩은 배우려고 합니다. 그동안 국립국악원에서 사물놀이, 판소리, 해금, 가야금을 배우고 난타, 젬베, 아코디언도 익혔어요. 우쿨렐레와 하모니카는 독학으로 터득중이랍니다. 덕분에 전래극에서는 판소리로 오픈 마당을 열고, 인형극 시작 전에 우쿨렐레로 흥을 돋우기도 하죠. 저작권 때문에 남의 곡을 함부로 쓰지 못하다보니 우쿨렐레 코드 반주로 웬만한 곡은 척척 만들고 있어요. 해외여행을 할 때면 인형극관련 도시를 방문하기도 해요.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에서 개최하는 인형극 축제는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 있죠. 또 유럽 최대 축제인 독일 쾰른카니발의 하이라이트인 로젠몬탁(장미의 월요일)을 다녀와서 그림동화책 [로젠몬탁]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ㆍ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인상적이었던 반응은 무엇이었나요?
극단 10주년 기념으로 안데르센 원작의 [꼬마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을 동화뮤지컬로 만들었어요. 제가 직접 할아버지로 등장하고 배우 6명이 1인 2역을 하며 숨 가쁘게 무대를 누비는 뮤지컬인데 첫 공연부터 반응이 뜨거웠어요. 대본, 연출, 소품, 의상제작까지 직접 만들며 단원들과 함께한지 14년이 흐른 작년 어린이날,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마지막 공연을(요정들도 나이를 많이 먹어서) 했는데 관객 호응이 대단했지요. 세월이 가도 빛나는 우리 극단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자부합니다. 이젠 공연 중 다친 무릎 때문에 무대에서 직접 뛰기보다는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답니다. 딸이 있는 독일에서 우리 전래동화를 각색한 [주먹이의 모험]을 1인극으로 공연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어렵게 장구를 빌려 우리 장단을 치며 공연을 하니 한국 교포뿐 아니라 독일인도 어깨 들썩이던데요. 한국말을 모르는데도 좋아하는 아이들에 모습에 감동을 받았죠.
ㆍ 공연을 통한 소통뿐 아니라 1인 크리에이터 활동도 활발하십니다. 늘 도전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지난 해 4월부터 유튜브, 네이버TV에서 #뿌뺀맘명선 채널을 개설해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4년간 제가 쌓은 노하우를 남겨 후학들이 자료로 삼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제가 몸담고 있는 색동회 창립자인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의 핍박 속에서도 많은 작품활동을 하셨는데요. 2년 뒤면 색동회 창립 100주년임에도 남아 있는 자료가 많이 없어 애석했어요. 색동인으로서 저의 흔적과 노하우만이라도 후배들에게 풀어놓고자 시작한 일이지요. 동화나라, 인형극나라, 손유희나라, 색동회 방정환선생님 1920년대 작품 원문읽기, 동요 동시나라, 소확행 6개 영역으로 나누어 올리고 있으니 많이 찾아와주세요.
ㆍ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계획은 무엇인가요?
동시동요집 [인형쟁이 울 엄마]을 펴냈는데요. 문화소외지역을 순회하면서 [인형쟁이 울 엄마] 동요콘서트를 여는 작은 꿈을 품고 있답니다. 더 나이가 들면 인형마을을 조그맣게 만들어 여생을 보내고 싶어요. 24년간의 작품들을 올망졸망 모아 전시하고, 때때로 공연도 하며 방문객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는 문화힐링센터이지요. 그동한 숱한 인형 작업을 하면서 손은 대장장이의 거칠음을 닮아가고,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해가도 얼굴은 아직도 꿈을 꾸는 소녀랍니다. 소녀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오늘도 마디 굵은 두 손을 모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