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뜨끈한 두부 한 모의 힘

두부박사 전월식 대표

은행나무시장을 지키는 두부박사

서울 금천구 은행나무시장에는 소문난 ‘두부박사’가 있다. 2000년부터 시장에 자리를 잡고 매일 아침 갓 만든 따끈한 두부를 선보이는 주인공, 전월식 ‘두부박사’ 대표 이야기다. 그가 건네는 큼지막한 두 부 한모에 정겨운 밥상이 절로 그려진다. 구수한 된장찌개와는 최고의 궁합이고, 칼칼한 김치찌개에는 든든함을 더해준다. 노릇하게 부치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반찬으로 변신하고, 자글자글 두부조림은 밥도둑이 따로 없으며, 두부김치 한 접시는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소박하지만 든든하게 우리네 밥상을 채워주는 두부는 예나 지금이나 주머니 부담 없이 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다.

그렇다고 다 같은 두부는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40여 년간 오직 두부 만들기에 전념해온 전월식 대표는 자타공인 두부박사로 통한다. 고소하면서 부드럽고, 적당히 단단해 식감까지 살아있는 그의 두부는 한 번 맛본 이들이라면 꼭 다시 찾는 명품 두부다. 사실 전월식 대표가 빚어내는 두부 맛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손부두로 거슬러 올라간다.

“겨울이면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어머니가 두부를 만들어줬어요. 번거로울 법도 한데 겨우내 3~4번은 갓 만든 두부를 맛볼 수 있었지요. 뜨끈한 두부에 물, 간장, 마늘만 넣어도 훌륭한 먹거리가 됩니다. 평생 두부를 만들었는데도 질리지가 않아요. 워낙 두부를 좋아하거든요.”.

전월식 대표의 가족들은 ‘두부 7형제’로도 유명하다. 둘째 형이 먼저 두부 공장을 차리자 형제들이 손을 보탰다. 전월식 대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합류해 15년 동안 두부 만들기의 기본을 익히며 골목을 누비며 두부종을 울렸다. 생산과 판매 노하우를 착실히 쌓은 후 자신만의 점포를 연 전월식 대표. 은행나무시장 한 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그의 소문난 두부는 이제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올 만큼 이름을 쌓았다.

두부가 곧 제 인생이죠

어머니의 두부가 형제의 두부가 되고, 이제는 전월식 대표님만의 두부가 되었습니다.

18살부터 형님의 두부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서투니까 비지 짜는 일부터 시작했지요. 대량으로 두부를 만드는 공장에서 15년을 일하면서 맛과 품질을 균등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998년, 제 가게를 내어 독립하면서부터 두부 맛에 더 집중하게 되었지요. 늘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두부 맛을 기억하고 그 맛을 재현하려고 노력했지요. 요령 피우지 않고 손이 더 들어가면 확실히 맛이 더 좋더라고요.

첫 점포는 지금의 은행나무시장이 아니었다고요.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부천 소사동에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한다고 했는데도 실전은 다르더라고요. 시장 규모는 큰데 오고가는 고객이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권리금도 비쌌고요. 결국 2년만 운영한 뒤 2000년에 이곳 금천구 은행나무시장으로 옮겼습니다. 시흥동이 아직 정이 넘치는 동네이고 오래 사신 분들이 많아 시장 규모는 크지 않아도 단골들이 꾸준히 오시거든요. 그 덕분에 어느덧 22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저희가 입점하자마자 인근 두부공장에서 가격을 500원 낮추더라고요. 서로 가격 낮추기 경쟁을 하다보면 결국 둘 다 살아남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박리다매 전략을 써서 많이 만들어 많이 팔자고 생각했어요. 젊었을 때니 하루 720모까지 만들었죠. 지금의 배 이상이에요. 두부 맛은 자신 있으니 많은 분들에게 맛보인 후 단골로 만들어갔지요. 한번 먹어본 분들은 꼭 다시 찾더라고요. 작년에는 시장 전체가 아케이드 공사를 하고 보행통로를 넓혀 환경이 좋아졌어요. 그만큼 가게 면적은 줄어들어 그 김에 한 칸을 확장했습니다. 투자 없이 그대로 머물러만 있으면 발전이 없어요. 좀 더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전구도 모두 LED로 바꿨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면 청결은 기본이에요.

두부는 흔하고 부담 없는 식재료인데요. 그만큼 맛으로 차별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부박사의 두부는 어떻게 다른가요?

두부가 만드는 건 쉬운데 맛있게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물과 콩의 비율, 콩 불리는 시간, 끓이는 온도, 간수의 농도, 두부를 누르는 힘 등의 미묘한 차이가 맛을 좌우하거든요. 일단 저는 옛날식 간수인 염화마그네슘을 사용합니다. 초보자들이 쉽게 만들기 위해 쓰는 황산칼슘보다 훨씬 예민하거든요.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지요. 계절에 따라 콩 불리는 시간도 달라요. 겨울에는 18시간, 여름에는 5시간 정도면 충분하죠. 여름에 너무 많이 불리면 콩이 삭아 두부가 뻣뻣해집니다. 매일 300모를 만들어 그날 다 파니 늘 당일 만든 두부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두부 만드는 법이 몸에 다 익었지만 작은 요소로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집중해서 만듭니다.

오랜 단골 고객도 많을 것 같습니다.

소사동에서 이쪽으로 자리를 옮길 때 안내문도 안 쓰고 왔거든요. 어느날 그쪽 단골손님이 오셔서 화를 내시더라고요. 입맛만 높여 놓고 말도 없이 이사 가면 어떻게 하냐고요. 제 두부의 진가를 알아주신 손님의 진심에 고마웠죠. 이곳에 살다 이사간 분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요. 날마다 순두부 1봉지를 사가는 어르신 고객도 있어요. 쉬는 날이 있으면 미리 말해달라고 할 만큼 빠짐없이 오시는데요. 순두부가 따뜻한 한 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두부는 꾸준히 사랑받는 식재료인 반면 큰 유행은 없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보통 두부 반모를 사면 일주일을 드신다고 해요. 메인보다는 사이드로 먹기 때문이지요. 저는 찌개에만 넣어먹지 말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다양한 요리로 활용해도 좋다고 말씀 드립니다. 두부를 깍뚝 썰어 튀김가루와 전분가루를 차례로 묻혀 튀긴 다음 탕수육 소스를 곁들이면 훌륭한 요리가 돼요. 두부와 물을 1:1로 섞고 견과류를 더해 믹서기에 갈면 두유보다 더 고소하고 영양이 좋습니다. 다양한 두부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고픈 욕심도 있습니다.

용문마트

두부가게를 운영함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나요?

평생 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어요. 매일 아침 7시에 가게에 나와 두부를 만들고 저녁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남들 쉬는 날 같이 못 쉬는 게 아쉬움이랄까요. 하지만 오후에 가게를 봐주는 아내와 꾸준히 저희 두부만을 찾아주는 손님들 덕분에 힘을 냅니다.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해집니다.

저희 집에서 두부 만드는 기술을 배워 독립한 가게가 많은데요. 늘 강조하는 게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두부는 단계 단계별로 신경 써야할 것이 많은데 귀찮다고 건너뛰거나 편한 방법을 찾다가는 두부 맛이 금방 변하거든요. 내가 최고의 두부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두부를 만든다면 백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요? 어떤 두부보다 깨끗하고 맛있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두부박사
주소 : 서울시 금천구 금하로 25길9(은행나무시장 내)
전화 : 02-894-0807
영업시간 : 08:00~21:00(상점 개인 사유로 변동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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