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방앗간 참기름,
온라인에서 만나요

부산 대현상회 한아름 대표

지지고, 볶고, 무치고, 끊이고…. 한식 조리법은 이토록 다양한데 왜 음식의 풍미를 높이는 참기름은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할까? 1970년대 부산 망미동 시장에 문을 열어 50년을 이어온 ‘대현상회’ 한아름 대표가 신선하게 던진 질문이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재래시장 방앗간의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딸의 당돌한 물음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대박난 방앗간 참기름

“어떤 온도로 깨를 볶고 짜느냐, 어떤 깨를 쓰느냐에 따라 기름 맛이 확연하게 달라지거든요. 기존의 제품을 단순히 온라인 시장에 옮겨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제품의 다변화, 고급화에 도전했습니다.”

그렇게 100% 통깨만을 사용한 대현상회표 저온압착 참기름, 생참기름, 검은깨 참기름이 탄생했다. 맛이야 두말할 것 없고 재래시장 방앗간 특유의 정겨움에 고급스러움까지 더한 포장이 더해지자 절로 입소문이 났다. 부산 망미중앙시장에서 동네 장사를 이어가던 대현상회는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여세를 몰아 ‘2020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온라인 성공진출 성공비결 우수작’에도 선정됐다.

“부산 향토기업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유지하며 100년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2대 경영의 성공적인 대물림, 재래시장의 모범적인 변화를 보여준 부산 대현상회는 오늘도 변함없이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중이다.

참기름의 다변화, 고급화가 통했죠

부산 망미중앙시장의 터줏대감인 대현상회의 출발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2대째 경영을 펼치고 있나요?

부산 망미동은 오래된 주거밀집지역으로 197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겨났어요. 대부분 노점 형태로 창업자 할머니도 노점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다 1980년대 시장이 정리되면서 아드님이 대현상회를 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망미동 50년 토박이이자 대현상회의 단골이었어요. 원래는 사업을 하시다 IMF 여파로 접어야 했는데 마침 대현상회 사장님이 방앗간이 크니 함께 운영해보자고 부모님께 제안하셨죠. 그렇게 함께하다 2017년에 사장님이 노환으로 직접 운영이 어렵다고 하셔서 부모님이 정식으로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재래시장이 점점 쇠퇴하는 상황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9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제가 합류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기 시작했죠.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준비를 하셨나요?

참기름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어요. 기름이 마음에 안 들면 버릴 정도로 부모님이 깐깐하게 품질을 유지해왔거든요. 또 재래시장임에도 방앗간을 깨끗하게 유지, 관리했고요. 제품에 확신을 갖고 저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많이 공부했어요. 온라인에서 주로 쇼핑하는 세대에게 방앗간 참기름은 낯설 수 있거든요.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하다 당일 생산해서 발송하는 방앗간 참기름이 오히려 똑똑하고 한발 앞서나가는 구매임을 강조했어요. 이를 위해 원료나 제조법 등 상세 페이지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용량도 보통의 350ml와 함께 1~2인 가구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180ml를 추가했습니다. 오픈마켓에서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는 제품을 다변화하는 연구도 시작했죠.

그동안 대부분 소비자가 참기름, 들기름 2종류로만 단순하게 접해왔는데 어떤 변화를 꾀했나요?

한식 요리는 다양한데 거기에 사용하는 참기름은 한 가지라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깨를 어떤 온도에서 볶고 짜느냐에 따라 기름 맛이 달라지거든요. 아버지와 함께 연구를 거듭한 결과 로스팅과 착유 온도를 낮춰 쓴맛은 줄이고 부드러움은 높인 저온착유 기름을 개발했고, 곧 대현상회의 대표 제품이 되었었습니다. 맑고 부드러워 아이 참기름으로 통해요. 로스팅을 거의 하지 않은 생참기름과 생들기름은 재료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는 게 특징으로 육회전문점에서 즐겨 찾아요. 또 생산량이 적고 귀해 기름을 잘 짜지 않은 검은깨로 참기름을 짜 새롭게 선보였는데요. 토핑이나 죽용으로 좋습니다. 대현상회의 다섯 가지 대표 기름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샘플러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름의 원료인 참깨에 대한 상세 설명이 인상입니다. 중국산 깨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고 오히려 신뢰감이 높아졌습니다.

국산 참깨가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지만 참깨는 열대작물이라 국내 참깨 자급율은 6%에 불과해요. 대부분 중국,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입하는데 그중 알이 크고 좋은 중국산 참깨가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참기름을 짤 수 있는 수입산으로 꼽히죠. 인도, 칠레, 말레이시아, 에티오피아 등에서 수입하는 참깨는 중국산보다 40%가량 저렴하지만 기름을 짰을 때 맛과 향이 떨어져요. 원산지에 단순히 ‘수입산’이라고만 쓰여있으면 여러 산지가 섞였을 가능성이 크죠. 또 하나 유의할 점이 통참깨가 아닌 참깨분말을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참깨분은 쉽게 산화되어 기름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피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는 수입산의 경우 공인기관에서 검사한 중 중국산 통깨만 엄선하여 짭니다.

전통 재래시장 점포의 온라인몰 진출에 있어 경쟁력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전통시장 점포는 두부든, 참기름이든 오랜 시간 쌓아온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어요.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점포 고유의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문제는 온라인 판매용으로 상품화가 어렵다는 난관이 있어요. 저처럼 젊은 세대가 함께하지 않으면 브랜드를 만들고 패키징을 디자인하는 것 등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자체적으로 벅차다면 소상공인 온라인판로 지원사업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대현상회가 참기름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이어집니다.

참깨가 저가의 작물이 아닌데 그동안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어요. 와인이나 커피의 경우 산지에 따라, 숙성도에 따라, 볶는 방법과 추출법에 따라 다양한 취향소비를 하는데 참기름은 고급 작물임에도 단조로운 단일 제품으로 소비되었죠. 참기름에 대한 그간의 고정관념을 깨고 고급화, 다변화한 것이 소비자의 숨은 요구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디자인이 예뻐서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습니다. 전통시장에서만 판매할 때는 월 300만 원 내외였던 매출이 2019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며 급성장해 지난해 약 22억 원을 달성했으니까요.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부모님께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이라면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쌓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오히려 쉬워요.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대현상회는 2대째 이어온 가게를 중간에 인수해 다시 2대째 잇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꼭 가족이 아니라도 동일한 철학과 제품력을 ‘대현상회’라는 브랜드로 이어갔으면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백년가게의 또 다른 성공적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온라인에서 대현상회를 접한 뒤 직접 망미중앙시장까지 찾아 주는 고객들이 많아요. 김천, 창원, 진해, 경주 등 지역도 다양하죠. 대현상회가 망미동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포장지도 부산 작가와 협업해 부산의 마을과 풍경을 그려 넣는 등 지역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부산 향토 기업으로 부산에 단단히 뿌리내린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부산 대현상회

· 주소 : 부산 수영구 망미배산로10번길 58 1층
· 전화 : 051-755-0107
· 스마트스토어 : https://smartstore.naver.com/dhoil
· 주요상품 : 참기름, 들기름, 선식, 미숫가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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