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도깨비시장의 명물, 주부상회

주부상회 김종호 대표

김장철을 맞아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유독 분주한 가게, ‘주부상회’ 간판이 저녁 늦도록 불을 밝힌다. 고추 방아를 찧고, 젓갈을 넉넉히 담아 건네고, 마늘과 생강을 깨끗하게 손질한다. 그뿐이랴. 한쪽에서는 기름을 짜는 고소한 냄새가 시장 골목을 채운다. 1982년, 도깨비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부터 자리를 잡은 주부상회에는 이름 그대로 주부의 깐깐한 안목이 더해져야 제대로 고를 수 있는 식재료가 가득하다. 고추, 마늘, 깨 등 농산물이 특히 그렇다.

기름부터 고추까지, 40년 신뢰가 가득

1982년부터 꼿꼿하게 가게를 지키고 있는 정재석 창업주는 가게의 제1원칙을 ‘신뢰’로 삼았다. 까다롭게 재료를 엄선했고,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장사를 한다는 고집으로 40년을 이어갔다.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딸 손준연 씨와 사위 김종호 대표 역시 그 길을 변함 없이 따르고 있다. 장모님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든 질 좋은 참기름과 들기름에 ‘고소한 신뢰’라는 브랜드를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장모님의 가장 큰 가르침이 ‘수를 쓰지 마라, 요령을 피우지 마라’였어요. 전통 시장은 믿을 수 없다는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장모님은 4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정직하게 장사를 해온 덕분에 두터운 신뢰를 쌓았죠. 그걸 잘 이어가는 게 저희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김종호 대표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아내와 장모님을 챙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장에 자리 잡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 역시 장모님의 장사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신뢰’를 브랜드로 삼아 도깨비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까지 넘본다는 김종호 대표의 백년가게 일구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고소한 신뢰’로 우리 기름의 세계화 도전

주부상회는 1982년부터 문을 열어 벌써 40년의 역사를 쌓았습니다. 어떻게 출발했는지 궁금합니다.

경북 청도 출신의 장인어른이 친지에게 기름 짜는 법을 배워 용산, 장안동, 답십리 등지를 옮겨가며 가게를 차렸다고 해요. 결혼 후에는 안정적으로 쭉 이어갈 내 가게가 필요해 서울 곳곳을 둘러 보다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곳에 터를 잡았죠. 철길 인근이라 근처에서 좌판을 하던 분들이 단속반이 나오면 사라졌다 다시 또 나오곤 했는데요. 덕분에 정식 시장으로 조성되면서 ‘도깨비 시장’이란 이름이 붙었고, 장인댁도 시장 안에 자리를 잡은 게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장사를 하면서 언덕이 깎이고 깎였지만 그래도 장터로서는 드물게 비탈에 자리한 모습이 특이하죠. 다행히 시장 안이 주민들의 지름길로 통하고, 주말에는 경춘선 숲길로 나들이 나온 관광객이 들러 다른 전통 시장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입니다.

역사가 있는 가게를 딸과 사위가 잇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결혼할 당시 아버님 건강이 안 좋으셔서 어머니가 혼자 가게를 돌보고 계셨어요. 그게 마음에 걸려 10년 동안 주말에 한 번도 안 빠지지 않고 어머니 가게를 도와드렸어요. 또 제가 커피를 좋아해 로스팅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깨를 볶고 기름을 짜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어머니께서 본격적으로 가게를 물려받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죠. 아내와 상의 끝에 단순히 가게만 잇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어 제대로 사업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그렇게 작년부터 저희 부부가 중심이 되어 주부상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주부상회에는 고추, 기름, 젓갈, 된장, 고추장, 청국장, 액젓, 마늘, 생강 등 제법 까다롭게 골라야 하는 식재료가 가득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별하는지 궁금합니다.

농산물은 믿을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하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양가 친지들을 통해 최대한 수급합니다. 국산 깨는 상주와 의성에서 농사를 짓는 친척들에게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부탁드렸고, 겨울이면 직접 띄우는 청국장은 아산 이모님이 직접 재배한 콩을 사용합니다. 메주는 충주에서 농부들이 직접 띄운 것을 가져오고요. 기성품도 철저하게 검증해요. 된장의 경우 원재료는 중국산이지만 고령에서 띄운 제품이고, 중국산 깨의 경우 비싼 만큼 맛이 더 좋은 길림산만 고집합니다. 간장, 액젓 등은 어머니, 아내, 제가 먹어보고 모두 좋다고 평가받은 제품만 들여오죠. 20~30년 거래처라지만 저는 잘 알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주요 제조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어요.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안심하게 되었죠.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저온압착 생참기름, 생들기름을 무려 30년 전부터 선보인 점도 놀랐습니다.

어머니 본인이 진하게 볶아 짜낸 기름이 싫으셨대요. 너무 진득하니 신선한 기름 같지가 않아서요. 사람들 입에 들어가고, 내 식구들이 먹는 건데 더 맑고 깨끗한 기름을 선보이고 싶어 나름의 노하우로 50도 이하에서 1시간 동안 수분을 날려 압착한 생참기름, 생들기름을 파신 거죠. 당시에는 ‘식용유를 넣은 거 아니냐’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딱 한 번만 먹어보라고 설득하셨고, 그렇게 맛보신 분은 지금까지 단골입니다. 참기름, 들기름의 경우 맛에 자신이 있거든요.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고소한 신뢰’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서는 물론 스마트 스토어에서도 판매 중입니다. 어머니의 우직한 뚝심과 저의 앞으로의 각오가 모두 담긴 브랜드 이름입니다.

2대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입니다.

시장이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춥고, 교통도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없고요. 도깨비시장도 지금은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판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마트스토어를 시작으로 자사몰도 차차 구축할 계획이에요. 또한 로컬 브랜드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팝업 스토어 오픈은 물론 청년과 1인 가구를 위해 된장, 고추장, 소금 등 소량으로 살 수 있는 소분숍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물론 시장 내 매장의 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가게 외관과 매대를 깔끔하게 바꿔 손님들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했죠.

아무래도 자영업은 처음이니 어머니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이었나요?

어머니가 늘 ‘내 손님에게 맛없는 걸 드리고 싶지 않다’라고 말씀하세요. 더 좋은 것을 찾아서 팔지언정 수를 쓰지는 않죠. 예를 들어 새우젓의 경우 배 위에서 바로 소금으로 절이기 때문에 윗부분은 우거지처럼 하얗게 뜹니다. 이 부분에 새우젓 국물을 섞어 팔기도 한다는데 저희 어머니는 가차 없이 걷어 냅니다. 그렇게 까다롭게 상품 관리를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거래처를 오래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맛을 아는 단골들이 오래 오갈 수 있었던 거죠. 그 고집이 가장 큰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2대가 함께 경영을 하는 중에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장모님, 장인어른이 일군 40년의 노력이 보답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사실 가게의 역사가 깊어도 증명할 방법이 없었는데 나라에서 백년가게로 지정해주니 손님들도 인정해주십니다. 이 모든 게 40년 간 한결같이 이용해주신 손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깨비시장에서의 첫 백년가게인데 선봉장이 되어 백년가게 인증 제도를 널리 알리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예정입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고소한 신뢰’ 브랜드와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고요. 온라인 시장 기반도 더 단단하게 다질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기름을 올리브유처럼 세계적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요즘 들기름 막국수처럼 들기름 특화 요리가 생겨나기도 하고, 샐러드에 드레싱에 활용하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 우리 기름의 세계화에 앞장서보겠습니다.

주부상회

· 주소 | 서울 노원구 동일로180길 40(공릉동 도깨비 시장 내)
· 전화 | 02-972-2434
· 영업시간 | 09:00~18:00
· 주요메뉴 | 참기름, 들기름, 고추, 젓갈, 김장재료 일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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