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속 미용실,
더 편안해요
눈부신 조명, 가지런히 정돈된 도구, 왁자한 분위기와 공기 중에 스며든 냄새까지…. 김은진 창녕 주노헤어 원장은 미용실에 완전히 매료되던 순간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한다. 초등학교 1학년, 작은어머니가 운영하던 부천의 미용실 풍경과 분위기에 빠져든 것이다.
“미용실 특유의 화려한 분위기, 작은어머니의 카리스마, 펌제의 냄새까지도 좋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미용사가 꿈이었어요. 눈썰미도 좋고, 손재주도 있는 편이었거든요. 미용고등학교를 다니며 일찌감치 현장에 뛰어들었죠.”
인천과 서울에서 디자이너로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던 그녀가 창녕에 터를 잡은 건 신혼살림을 이곳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용사의 길을 이어가기 위해 디자이너로서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아 직원을 뽑지 않는 상황. 결국 김은진 원장은 1995년, 스물두 살에 주노헤어를 직접 창업했다. 자그마한 미용실에서 확장을 거듭하며 대로변의 제법 큰 매장도 운영해본 그녀는 이제는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을 위해 한적한 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의 뒤를 잇는 딸 한비 씨와 함께 일구는 미용실은 어릴 적 미용사를 꿈꾸게 했던 풍경처럼 밝고 따뜻하다.
미용실은 대부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하기 마련인데요. 주노헤어는 번화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전원 속 미용실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창녕군청 대로변에서 디자이너 일곱 명과 함께 가장 큰 미용실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서른아홉 즈음,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번잡한 곳을 떠나 좀 더 여유를 찾고 싶더라고요. 전원에 집을 지으며 미용실도 함께 낸 것이죠. 요즘은 다들 차로 이동하기에 주차공간이 넉넉한 장점이 있고, 번화가에서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도 좋습니다. 일반 로드숍과는 확실히 차별화가 되고요. 창녕뿐 아니라 대구 등 외지에서 찾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미용실은 포화 자영업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매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네요.
고객인 원하는 맞춤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제공해온 게 비결 아닐까요.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고객에게 맞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파악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관계를 이어온 것이죠. 고객이 최고의 조언자이기도 한 만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오늘 고객이 원하는 바에 잘 맞췄는지, 충분히 만족할 만큼 시술을 했는지, 친절하게 응대했는지 매일 돌아보거든요.
미용사로서 원장님의 차별화된 경쟁력, 특화된 기술은 무엇인가요?
헤어, 메이크업, 피부·두피 관리를 종합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매장인데요. 그 중에서도 열펌, 이이롱펌, 컷트에 특화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숙련기술을 바탕으로 이용기능장, 미용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했고, 욕심을 내어 미용 분야 대학원까지 진학했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꽤 오랫동안 했어요. 경남미용고등학교는 물론 마산대학교 뷰티헤어학부 겸임교수로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재직했으니까요. 현업에 있으면서 학생들까지 가르치니 안주할 수가 없더라고요. 고객은 물론 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트렌드와 발맞추는 감각을 잃지 말아야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이미용 분야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나오면 정보 공유가 빠른 편이에요. 세미나도 찾아가고, 기술 시연도 놓치지 않고요. (사)대한미용사회 경남도지회 부지회장과 창녕군지부장, 중앙회 기술 강사로 활동하며 체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중 트렌드는 방송이나 SNS를 보며 감을 익히죠. 헤어 스타일은 물론 패션까지 두루 살펴보는 편입니다.
미용실 운영의 기본 원칙이 있나요?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내가 먼저 즐겁게 일하자’라는 원칙을 세우고 워라밸에 집중하고 있어요. 주 5일제를 도입하고, 영업 마감 시간도 오후 7시까지로 정하고요. 내 컨디션이 좋아야 더 밝고 긍정적으로 손님을 맞게 되더라고요. 늘 깔끔한 복장과 공을 들인 헤어·메이크업으로 손님을 맞고, 미용실 안을 위생적으로 정리 정돈하는 건 꾸준히 이어오는 습관이고요.
기억에 남는 고객도 많을 것 같아요.
아파서 잠시 쉬는 동안 오랜 단골들이 머리 안 하고 기다릴 테니 빨리 나으라고 응원해주더라고요.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어요. 1층이 매장, 2층이 집인데 저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찾아오기도 하고요. 모두 엄마, 언니, 동생 같은 고객이에요.
미용실 운영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든 미용실은 포화 되는 상점이거든요. 미용업소 간의 거리 제한이 없는 데다 1인 숍이 늘어나면서 인구수 대비 미용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이 기술적인 숙련도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창업하는 거예요. 그러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미용업 자체에 신뢰가 하락하거든요. 또 터무니없이 가격을 낮춰 상권 전체가 무너질 수 있고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상생할 수 있는 창업과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딸과 함께 가업을 잇고 있어 더 뜻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각오와 꿈이 궁금합니다.
백년가게에 선정된 덕분에 노후 시설도 교체하고, 라디오 방송도 타게 되었습니다. 딸이 자연스럽게 미용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게 되어 백년가게의 의미가 더 잘 사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의 고객들과 쭉 함께 가고 싶어요. 한발 더 나아간 꿈은 미용명장의 반열에 오르는 거예요. 기술을 더 연마하고, 예술적 감각을 키워 미용명장이 되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 주소 | 경남 창녕군 창녕읍 자련길 26-1
· 전화 | 055-533-7896
· 운영시간 | 09:00~19:00(월, 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