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수구레국밥 한 그릇,
마음까지 든든해요

창녕 이방식당 최규동 대표
창녕 이방식당

대학 강단에서 창녕의 국밥집 주방으로 인생의 무대가 바뀌었다. 이방식당 최규동 대표는 1년의 고민과 1년의 설득 끝에 부모님이 평생 일군 시장통 노포로 돌아왔다. 딱 1년만 해보자고 한 뛰어든 지 어느덧 5년, 뭐든 시작하면 제대로 파고드는 그는 이방식당을 창녕을 대표하는 수구레국밥 맛집으로 변신시켰다.

이방시장을 지킨 46년 전통 수구레국밥

“금실 좋은 부모님이 1977년부터 일군 식당이에요. 그런데 6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어머니의 상심이 컸어요. 안 그래도 한적한 시골 식당이었는데 어머니(문정자 창업주)도 예전만큼 의욕이 없다 보니 겨우 문만 여는 상황이었습니다. 가게를 처분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금액을 턱없이 낮춰 부르더라고요. 부모님이 평생 일군 재산을 헐값에 넘기고 싶지 않아 차라리 내가 운영해보자 한 거죠.”

당시 최규동 대표는 대학에서 구강보건학을 가르치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당연히 아내는 물론 어머니도 그의 창녕행을 반대했다. 사실 누구나 반대했을 일이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도 탐탁지 않게 바라봤으니 말이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지금, 이방식당은 창녕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는 수구레국밥 맛집이 되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창녕 이방시장을 지키고 있는 이방식당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본다.

아들의 연구로 더 깔끔하고 구수하게

이방식당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창녕 이방시장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당시 아버지께서 가게가 딸린 집을 매입했는데, 식육식당을 하던 자리였습니다. 마침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고, 시장 입구에 자리해 있으니 장터국밥을 파는 식당으로 문을 열었다고 해요. 그러다 오일장이 점차 쇠퇴하며 손님이 줄자 장날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수구레국밥으로 메뉴를 바꿨습니다. 수구레국밥은 이방장터가 원조라고 할 만큼 이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였거든요.

수구레국밥은 창녕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수구레’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수구레는 소의 목둘레 살과 껍질 사이 근막을 말합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좋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특징이 있죠. 예전에 이방시장에 우시장이 섰고, 도축도 이 동네에서 하다 보니 소 부산물을 싸고 쉽게 얻을 수 있었거든요. 수구레가 부족하면 창녕읍이나 인근의 대구 도축장에서 바로 수급할 수 있었고요. 덕분에 이방시장 옆에는 수구레국밥을 파는 난전이 늘어서 있었어요. 수구레에 선지 한 덩이 넣고 끓인 국물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던 풍경이 익숙했죠. 거기에 밥이나 국수를 말면 든든한 한 끼가 되었고요.

소 특수부위를 취급하는 이색적인 국밥집을 마흔 중반이 되어 맡은 셈인데요. 그만큼 치열하게 덤벼들었을 것 같습니다.
2019년 1월 1일부터 어머니에게 배웠어요. 수구레를 어떻게 씻고 삶는지, 선지를 삶아 어떻게 국을 끓이는지 기본부터 차근차근 익혔죠. 여기에 맛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저 나름대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요리 전문가의 비법도 찾아보고, 대학의 식품 전공자에게 문의하기도 하면서 주방을 떠나지 않았죠. 국은 역시 육수가 중요하잖아요. 사골만 우려도 보고, 잡뼈를 섞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죠. 그러다 황태 대가리를 넣으니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음식 맛이 습도에도 영향을 받기에 불 조절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고요. 이 모든 연구는 다 기록하고, 정량화해서 현재는 일률적인 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구레를 주재료로 하는 식당으로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수구레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쿰쿰하다고 할까요?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단 깨끗하게 씻어서 핏물을 다 제거해야 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법 재료를 넣어 한 번 삶아 내 잡내를 제거한 다음 국을 끓이는 게 비법이에요. 국물 맛이 한결 깔끔하죠. 수구레는 수급도 늘 신경 써야 해요. 한 마리에 2~3kg 정도 나오는데 원래 비싼 부위는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서민 음식이었죠. 그런데 2017년 예능 <1박2일>에서 개그맨 이수근 씨가 수구레국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며 품귀 현상이 벌어졌어요. 3년 전까지만 해도 수급이 쉽지 않았답니다.

학구열을 불태우면 변화를 꾀했는데요. 손님들의 반응이 오던가요?
가게를 깔끔하게 정비하고 맛이 바뀌니까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하루 매출이 3만 원, 6만 원이었는데 3개월 차에 30만 원을 기록해 아내에게 자랑한 기억이 나네요. 특히 ‘백년가게’ 선정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언론에 노출이 되고, TV 방송에 나오면서 인근 주민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직장의 안식년을 활용해 1년만 하려던 것이 장사가 잘되니 1년 더 휴직했고, 그 후로는 스스로 맛에 대한 욕심이 생겨 식당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만 5년이 되어가네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3~4년 전, 젊은 분이 양복을 입고 아침에 혼자 오셨어요. 식사를 다 하고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먹은 추억 때문에 다시 왔는데 이 자리에 계속 있어줘 고맙다며 울먹이시더라고요. 저 역시 아버지 생각이 나며 울컥했어요. 이 손님의 한 마디 덕분에 ‘내가 식당을 잘 지켰구나’라고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의 경영철학도 궁금합니다.
부모님의 가르침이기도 한데요. 아등바등 돈 벌려 하지 말고 버는 만큼 베풀면서 살라고 늘 강조하셨어요. 야박하지 않고 인심 좋은 식당을 추구하고 있어요. 맛에 있어서도 비싼 재료가 더 맛있는 법이니 좋을 걸 쓰라고 하시거든요. 재료를 아끼지 않고, 주변에 베풀 줄 아는 넉넉한 식당으로 일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처음 목표는 동네 분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었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왜 시골에 내려오냐고 오해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상가에서 가장 먼저 불을 켜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4시에 일어나 4시 반에 불을 켜고, 6시 반에 식당 문을 열고 있습니다. 그 초심을 잃지 말고 똑같이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쭉 이어가야죠. 창녕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의 자부심을 쭉 이어가면서 말이죠.

창녕 이방식당

· 주소 | 경남 창녕군 이방면 옥야길 1
· 전화 | 055-532-5075
· 운영시간 | 06:30~16:00(한 달에 한 번 휴무)
· 주요메뉴 | 수구레국밥, 수구레국수, 수구레양념볶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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