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감성을 담은 리빙 편집숍
‘제이앤데코’ 노은희 대표

인터뷰 공감共感

프랑스 감성을 담은 리빙 편집숍<BR />‘제이앤데코’ 노은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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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타인을 의식하는 과시적인 소비나 무조건 저렴한 상품만을 찾는 알뜰 소비와는 달리 고가의 상품이더라도 그에 합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가치 지향적인 소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의식주는 물론 생활에 관한 모든 제품을 수입·제작 판매하는 ‘리빙 편집숍’이 트렌드로 부상했다. 한 가지 상품에 주력하던 매장들이 의류부터 생활용품, 인테리어 소품과 리빙 아이템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리빙 편집숍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유럽 건축물이 연상되는 감각적인 외관이 먼저 눈에 띄는 ‘제이앤데코’는 여성들의 로망을 고스란히 담은 리빙 플레이스다. 프렌치스타일의 멋을 추구하는 이곳은 리빙 업계 종사자는 물론 홈스타일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고 있다. 문을 열자 어릴 적 소중히 다루던 인형의 집이 연상되는 이곳에서 노은희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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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한 쇼핑몰, 도곡동에 자리 잡다

제이앤데코를 운영하기 전, 실내건축 업계에 17년간 종사한 노은희 대표. 뛰어난 감각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그에게 문득 권태가 찾아왔다. 클라이언트의 머릿속에 있는 무형의 것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일은 건축 업계에 오래 종사한 그로써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직업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어요. 고객도 만족하고, 저도 만족하는 일을 하고 싶었죠.”

당시 취미로 운영하던 블로그에 프랑스 출장을 다니며 모았던 그릇과 방향제 사진을 올리던 노 대표는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만해도 국내에 다양한 수입제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어요. 부업 정도로만 생각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죠.”

2010년, 온라인 판매부터 시작한 노 대표는 회사생활에서 느낄 수 없던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무형의 것이 아닌 눈앞에 또렷이 보이는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 새롭고 재밌었어요.” 심지어 반응도 예상보다 폭발적이었다. 도저히 회사를 다니며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쇼핑몰을 찾는 이가 많았다. 이에 고민 많았던 건축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자신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노 대표는 상품을 하나씩 늘려가며 차근차근 고객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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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방이동에 정식으로 매장을 오픈을 하며 다양한 인테리어 페어와 백화점 팝업 행사에 참여하며 입지를 다진 제이앤데코. 주거에 대한 관심이 상승되고, 홈퍼니싱 시장의 인기가 가속되자 2014년 서울 도곡동으로 매장을 확장 이전했다. 현재, 사업 초기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제이앤데코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리빙숍으로 자리잡았다.

고급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다

이곳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그릇, 패브릭, 가구, 테이블 등 프렌치스타일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수입해오거나 자체제작으로 만들어진다.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등 모던한 색상에 빈티지한 제품들이 많다. 수입할 때는 대부분 수량이 많지 않은 희소성 있는 것들을 들여와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쫓아 비슷비슷한 제품을 소개하지 않는다. 트렌디한 상품보다 세월이 지나도 유행타지 않는 클래식한 아이템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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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와 ZARA홈, H&M홈 등의 해외 대형 기업들이 국내에 상륙하며 국내 중소 가구업체들이나 리빙 매장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들은 각자의 생존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했고, 결국 과열경쟁으로 저렴한 물건을 내놓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값싼 경쟁력만 주장하는 분위기에서 노 대표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독자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대형업체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2014년, 방이동에서 고급상권인 이곳 도곡동으로 매장을 이전한 이유기도 하다.

사실 요즘은 북유럽 인테리어가 워낙 강세이다 보니 프렌치스타일로 꾸민 집이나 매장이 드문 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만 해도 수없이 들어서는 편집숍들 사이에서 당당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저희 숍은 위치와 성격 때문에 단골 고객이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획일화된 디자인에 지치진 분들이 많이 방문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지금껏 저의 색깔을 지키고 있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요.” 누구나 똑같은 선택을 할 때,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나아간 노 대표의 고집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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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고객 확보하는 남다른 고객만족서비스

메인 고객층이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4050세대 주부인 만큼 제이앤데코는 백화점 못지않은 서비스에 집중한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동네라 고정고객 확보가 중요해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죠.” 노 대표는 고객이 품질에 만족할 때까지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 그도 운영 초기에는 ‘환불은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환불한 제품을 다시 팔더라도 판매, 배송, 회수 과정의 비용은 부담으로 남기 때문. 하지만 8년여의 노하우가 생긴 지금 “작은 손해 때문에 소중한 고객을 잃고 싶지 않다”며 “환불은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라 말한다.

또한, 고객들이 부담 없이 아이템을 고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먼저 집으로 가져가서 집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지 확인해보고 결정하시라고 권해드려요.” 이런 사소한 배려 탓일까. 제이앤데코를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노 대표의 섬세함을 칭찬한다. 매장 앞에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방이동에서 매장을 운영할 당시 주차 문제로 속앓이를 했던 그는 도곡동으로 매장을 이전하며 1순위로 여긴 것이 바로 주차공간이었다. “고객들이 백화점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편리한 주차 때문이잖아요. 고객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것들을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소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노 대표는 늘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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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만 파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벌여 놓거나 하던 일을 자주 바꾸지 않고,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여 깊게 파고 드는 것이 인생의 진리인 듯 듣고 배우며 살아왔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예측불허의 세상에서 이 속담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옛말이 되었다. 평생직장이 없어지고 어떤 직업이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지금 한 우물만 파는 것은 위험하다.

노은희 대표는 멀티플레어다. 빠르게 변하는 흐름에 맞춰 제이앤데코와 더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손을 뻗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이 필요 없이 벽지나 패브릭 등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꿔주는 홈스타일리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큰돈 들이지 않고, 감각 있는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에 주목한 것이다. 2016년 제주의 위치한 ‘호텔창고’를 시작으로 지난해는 태안의 ‘소소펜션’, 올해는 ‘더클래식펜션’의 스타일링을 진행한 그는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제시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그의 사업 수안을 알아본 우리나라 대표 프랑스자수 전문가 헬런정 선생과 손을 잡고 온라인 쇼핑몰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단지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전문가가 되어 프랑스자수 패키지를 판매 및 개발하고,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자수공방을 프랜차이즈로 운영할 계획이며, 현재 7군데 가맹점을 모집했고, 추후 5곳을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이처럼 여러 우물에 도전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다방면의 관심사를 추구하는 데서 삶의 의미와 성공을 찾는 이른바 ‘르네상스형’ 인간이 떠오른다. 그는 “이 어려운 경기에 오직 제이앤데코의 온-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했었다면, 못 견뎠을지도 모르겠다”며 “힘든 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얕은 우물의 부수입들이 돌파구가 됐다”고 전한다.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변신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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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은 제품이 진열된 1층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현재 프랑스 자수, 플라워 리스 등 다양한 클래스가 운영되고 있다. 노 대표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며 고객들과 유대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또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스타일링에 대해 상담받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들 위한 스타일링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 저의 노하우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에게 나눠드리려 노력한다 ”며 미소 짓는 그에게 일에 대한 애정을 엿보인다.

노 대표가 추구하는 제이앤데코의 모습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문화공간으로써 많은 이가 이곳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러한 취지로 정기적으로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물건을 전시, 판매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취향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자체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제이앤데코처럼 주인장의 철학이 담긴 편집숍의 유행은 계속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할 것이고, 이는 소비 성향에도 반영될 것이기 때문. 따라서 많은 기업과 사람이 라이프스타일숍 전쟁에 뛰어들 것이고,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 변하는 리빙숍이 아닌 자신의 색깔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는 제이앤데코는 더욱더 다양한 볼거리, 배울 거리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계속해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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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청미 / 사진 박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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