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향원복집’으로 혼저 옵서예

강종호 향원복집 대표

제주도도 식후경, 가는 곳마다 절경인 제주 풍경은 맛이 더해질 때 훨씬 풍성해진다. 하지만 유행 따라 넘쳐나는 음식점 중 옥석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 이때 고민을 덜어주는 기준이 한자리를 지킨 우직함이다. 세월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관광객의 발걸음에 들뜨지 않은 채 56년 동안 뿌리를 내린 맛집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1966년 문을 열어 서귀포에서 2대에 걸쳐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복 요리 전문점 ‘향원복집’은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권하는 제주의 명물이다.

복 요리로 손꼽히는 서귀포 명물

“아버지(강승리 창업주)께서 부산에서 일식부조리사 자격증을 딴 게 1964년이에요. 주먹구구식으로 요리에 접근하지 않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오신 결과이지요.
그 중에서도 ‘복사시미(복어회)’가 주특기로 제주도 최초 복사시미 요리 전문가로 통하셨어요.”

복어 전문 조리사로서 늘 흐트러짐이 없던 아버지는 최고의 스승이자 롤모델이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강종호 대표는 육지에서 대학을 다니다 졸업 즈음인 1992년부터 자연스럽게 제주로 내려와 일을 거들었다. 대를 잇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기본기를 다지고 기술을 익혀 1996년 복어조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가게를 잇게 된 것이다.

“충분히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기술적으로나 자세면에서나 기본기를 갖추지 않으면 길게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강종호 대표는 서둘러 욕심내지 않고 묵묵하게 향원복집을 지켰다. 한 번의 발걸음이 단골로 이어지고, 더 많은 이들과 복요리의 진가를 나누고 싶은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최고의 복요리, 더 많은 분과 나누고 싶어요

아버지의 대를 이어 향원복집을 운영 중입니다. 향원복집이 다른 복 전문점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일단 재료가 신선합니다. 직접 거래하는 배가 있어 최상급 재료를 공수받는 게 1차이고, 이를 잘 관리해 손님상에 오르기 직전까지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두 번째 노하우이지요. 큰 수족관에 항상 신선한 물이 도는 환경을 갖추어 복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복을 다루는 기술은 아버지에게 전수받았습니다. 내공을 갖춘 마스터와 함께하며 익히는 기술은 이론으로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최고의 스승에게 배운 기술과 좋은 재료, 이 두 가지면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조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음가짐이나 자세 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늘 청결을 강조하셨거든요. 내가 못 먹는 음식은 손님도 못 먹고, 가족도 못 먹는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음식을 대하라고 하셨지요. 항상 흐트러짐 없이 손님을 응대하셨는데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대단한 처세였다는 감탄이 듭니다. 늘 평정심을 가지고 가게를 지킨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 역시 마음을 다스리곤 합니다.

아버지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는 전통이 있을까요?

유자향을 품은 특제소스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일본식 폰즈소스와 비슷한데 우리는 한국인이잖아요. 일본간장 대신 한국간장을 쓰면서 절묘하게 비율을 맞췄습니다. 아버지가 저에게만 전해준 비법이기도 하지요. 다수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향원복집’하면 바로 떠오르는 특별한 맛이에요. ‘이 소스가 예술이네’라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56년의 역사를 지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제주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을 텐데요. 흔들림 없이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1966년에 처음 문을 열 때는 이중섭 화백이 묵었던 집의 이웃에 자리해 있었어요. 73년도에 문화재 복원을 한다고 하여 옮기고, 이후 한 차례 더 옮겨 2008년부터 현재의 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전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변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가게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옮기곤 했지요. 그런데 그 변화가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래 가기 위해서는 변화에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죠. 변화했다가 되돌아오기는 쉬운데 변하기는 정말 쉽지 않거든요. 하나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복어는 전문 조리자격증이 필요할 만큼 다루기 까다롭습니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제 전문이 복어회인데 아주 얇게 뜨는 것이 관건입니다. 저희집은 숙성이 아니라 살아있는 복어를 잡아 즉석에서 뜨는 게 특징인데요. 복어는 생명력이 질겨 회를 뜨기 직전까지 꿈틀거리기 때문에 얇게 뜨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 움직임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지요. 이건 말로 가르쳐줄 수가 없어요. 경험을 통해 축적된 본능적인 감각이지요. 한두 해의 노력으로는 마스터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보통 숙성회로 먹는데요. 간혹 숙성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훨씬 더 얇은 회를 선보일 수 있지요.

복어 요리만의 매력도 많을 것 같습니다.

복어는 독 때문에 자칫 잘못 먹으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매우 위험한 식재료가 제 손을 거쳐 맛있는 요리로 변신한다는 건 상당한 매력이지요. 제 손끝에서 생명이 오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늘 긴장감을 놓을 수 없지만, 그것을 이기고 최고의 맛으로 변환시킨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복 요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복어도 종류가 많습니다. 참복은 횟감으로 많이 쓰고, 밀복은 탕으로 끓였을 때 그 맛이 더 깊게 우러나지요. 생물과 냉동이 맛 차이는 정말 큽니다. 신선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게 가장 맛있지요.

음식점을 창업하려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퇴직 후 ‘먹는 장사가 남는 것’이라며 식당을 창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술도 없이 프랜차이즈 상담 후 6개월 만에 가게를 오픈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그럴수록 1~2년 안에 본전을 뽑겠다고 조급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퇴직 전까지 20~30년 동안 직장에 다니셨잖아요. 그 끈기가 창업에서만큼은 유독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적어도 10년은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게도 56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방문하지 않은 손님이 더 많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거든요. 먹는 장사는 이윤 남기기가 쉽지 않고, 남들 먹을 때 나는 못 먹든 힘든 업종이에요. 충분히 준비한 후 길게 보고 끈기를 가지고 접근했으면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2대에 이어 3대 경영도 준비 중이신가요?

제주도 1호 백년가게입니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당연히 백년가게가 되어야 할 곳’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뿌듯했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계속해서 이어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지요. ‘백년가게’ 타이틀에 맞게 3대 경영까지 이어지면 좋겠고, 가능성도 늘 열어두고 있지만 ‘당연하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준비 없이 바로 가게 경영에 뛰어드는 것은 반대합니다. 각자 사회생활을 하고, 인성을 배우고, 기술을 연마한 다음에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급합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향원복집’의 맛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주도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오시기 힘든 분들을 위해서 좀더 편하게 맛을 전할 방법을 선친 때부터 많이 고민했거든요. 맛과 서비스를 동일하게 유지하며 전국의 더 많은 손님들을 만날 수 있는 지점 설립을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주뿐 아니라 전국에서 향원복집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향원복집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부두로 43
· 전화 : 064-762-2341
· 영업시간 : 09: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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