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남한강 절경 따라
송어회 한 입

남한강송어횟집 김학민 대표

‘남한강송어횟집’을 찾아가는 길은 내내 의문투성이였다. 눈에 띄는 관광지도 없고, 평범한 식당 하나 찾기 힘든 한적한 길을 달린 끝에 도착한 막다른 곳. ‘제대로 들어온 길이 맞나?’ 불안함이 엄습할 즈음 여주시 능서면에 자리한 남한강송어횟집이 반갑게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러 찾아야만 만날 수 있는 숨은 가게는 어떻게 20년이 넘는 시간을 버티며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을까?

입소문의 힘, 숨은 송어회 맛집

“1999년부터 이 자리입니다. 딱히 광고하진 않았어요. 오직 입소문 하나로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이곳까지 찾아주시는 손님 한분 한분이 모두 고마울 뿐입니다.”

창업주인 어머니(강신자)와 함께 2대째 가게를 잇고 있는 김학민 대표는 장수의 비결로 ‘원칙’을 꼽는다. 식당 경험이 풍부한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깐깐한 원칙과 장교로 군 생활을 하며 몸에 익히 김학민 대표의 흔들림 없는 경영 철학이 어우러져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한강송어횟집은 늘 한 단계씩 발전해왔다.

남한강이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풍광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한 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정갈하게 뜬 송어회는 선홍빛으로 윤기가 흐르고, 잘 손질된 각종 채소는 한눈에 봐도 신선하다. 널찍한 그릇에 잘게 채 썬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과 콩가루,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더해 송어회와 잘 버무리면 맛있는 송어회무침이 완성된다. 탱탱한 식감과 고소한 맛, 그 한 그릇으로 외딴곳에 자리한 남한강송어횟집이 20년을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이은 22년

남한강송어횟집은 남한강변에 위치했지만 상권이 형성된 입지가 아닙니다. 인근에 연계하여 들를 곳도 마땅치 않은 곳에 식당을 연 계기가 궁금합니다.

온전히 풍경 때문이에요. 1991년부터 성남에서 갈빗집을 운영하시던 어머니가 여주에 놀러 오셨다가 우연히 이 집을 보고 앞에 펼쳐진 남한강 풍경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셨거든요. 업종을 바꿔 1999년부터 송어 횟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여울목이 있고 강변에 자갈이 펼쳐진 남한강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운치가 더했거든요. 4대강 공사로 지금은 자전거길이 생기고 좀 더 깔끔하게 정돈되었죠. 인위적인 구조물에 가리지 않고 탁 트여있는 남한강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습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대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나요?

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다가 한창 손님이 몰려들던 2005년부터 함께 했습니다. 요식업은 처음이라 1년 동안 맛집 탐방을 하며 가게에 접목할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7~8곳을 벤치마킹해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죠. 식기를 바꿔보고, 가게 안에 TV를 없애고, 좌식 홀을 입식으로 바꾸는 등 좀 더 젊고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대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한다면 전통을 지키는 것은 물론 시대의 트렌드를 적절하게 반영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은 어머님의 가르침에서 출발했을 것 같은데요?

어머니께서 음식 장사를 하려면 세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하셨어요. 첫째, 거짓말을 하지 마라. 둘째, 내가 못 먹는 식자재는 과감하게 버려라. 셋째, 싸고 제일 좋은 재료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음식 재료 중 버릴까, 말까 고민되는 것은 무조건 버려야 합니다. 일부분만이 아니라 창고에 있는 것까지 모두 버리죠. 요즘엔 손님들 입맛이 저보다 더 민감합니다. 그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 치열하고 세심하고 정직해야 하죠. 어머니가 강조하신 원칙은 곧 저의 경영철학이기도 합니다.

나 홀로 가게라 초창기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기반을 닦으셨나요?

입소문 덕이 컸어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찾아오셨는데요. 네 분이 오시면 일주일 안에 그중 세 분이 다른 손님과 함께 다시 찾아주셨어요. 그렇게 한 번 오신 분들이 재방문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오전 10시부터 대기 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북적였습니다. 손님의 70%는 타지에서 오시는 분들이에요.

꾸준한 단골의 비결은 결국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믿을 수 있는 좋은 재료가 가장 큰 비법입니다. 좋은 송어(양식 시마연어)를 강원도에서 수급해 낮은 수온으로 잘 관리해 최고의 신선도와 육질을 유지합니다. 전혀 비리지 않고 식감이 탱탱하게 살아있죠. 장도 직접 담아 사용하고요. 밥을 지을 때는 유명한 여주 쌀 중에서도 가장 비싼 여주 진상미를 씁니다. 20kg에 8~9만 원 원가의 쌀을 사용하니 인근 쌀밥집보다 밥맛이 더 좋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매운탕도 빠질 수 없는데요. 송어를 납품하시는 분들도 송어 매운탕은 전국에서 제일 맛있다고 손꼽습니다. 송어에 메기를 더해 끊이는 게 포인트로 깊고 진한 맛을 자랑합니다.

송어 회 전문점으로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송어는 무척 예민한 어종입니다. 물이 더럽거나 수온이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육질이 물러지고 괴사하기에 이르죠. 8~12도 사이의 차가운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수족관에 물을 채워 가두는 것이 아니라 늘 물이 들어오고 나가야 합니다. 지하수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하수가 맞지 않으면 송어가 살지 못해요.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한마디로 송어가 점지한 집이라야 최상의 송어회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또 송어회는 잡아서 가장 맛있는 시간이 3시간 이내에요. 그 때문에 배달은 불가하고 포장만 가능한데 3시간이 넘는 거리라고 하면 포장을 안 해드립니다. 맛을 위해 이 정도 원칙은 지켜야지요.

생물을 다루기에 늘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위기는 없었나요?

2005년 10월, 제가 가게에 합류한 지 5개월 정도 지나서 일부 송어 양어장에서 항생제를 사용한 게 문제가 된 일명 ‘송어 파동’이 있었습니다. 사실 일부 양식장의 사례인데 고객들은 일단 발길을 끊게 되잖아요. 인식 전환을 위해 송어 400만 원어치를 사 여주, 이천, 양평 등지의 양로원을 찾아 무료로 송어회를 대접해드렸어요. 송어가 안전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곧 신뢰를 회복해 손님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죠.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장기적인 목표와 각오가 궁금합니다.

4대가 함께 오는 손님이 계세요. 오랜 단골 어르신이 증손주가 내 나이가 될 때까지 가게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백년가게로 선정된 만큼 꼭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조리학과에 진학해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군대에 있는데요. 아들과 조리고등학교 출신의 조카와 함께 앞으로의 60년을 그려보곤 합니다. 낮에는 송어를 팔고, 저녁에는 와인을 파는 퓨전바를 꿈꾸며 저는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습니다. 또 10년 안에 저는 본점, 아들과 조카는 1호점, 2호점을 내는 것도 하나의 계획이지요. 어머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계량화, 표준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중 입니다.

아드님이 3대째 이어서 가게를 운영할 텐데 어떤 자세를 강조하고 싶나요?

무조건 실험하고 도전하는 자세, 원칙을 세우면 벗어나지 않도록 꼭 지키는 자세.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송어회를 어르신들이 즐겼는데 요새는 젊은 친구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흐름에 맞게 새로운 것을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여겼으면 해요. 규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은 가게를 오래 이끌기 위한 기본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지키지 못할 원칙은 세우지 않는 게 좋아요. 함께 힘을 합해 백년가게로 잘 이끌어보겠습니다.

남한강송어횟집
· 주소 : 경기 여주시 능서면 능서로 714
· 전화 : 031-881-5792
· 영업시간 : 11:00~20:00(오후 3~5시 브레이크타임),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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