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부산역 명물
돈가스를 아시나요?

부산 달과6펜스 김재경 대표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돼지국밥과 밀면. ‘달과6펜스’ 김재경 대표는 여기에 ‘돈가스’를 더하고 싶다고 말한다. ‘양식’이 낯설기만 하던 1985년 부산에 바싹하게 튀긴 돈가스를 선보이며 연산동 일대의 입맛을 사로잡은 주인공. 이제 돈가스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메뉴가 되었지만 김재경 대표는 세월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인정신으로 돈가스를 튀겨낸다.

36년 장인정신으로 만든 돈가스

후추를 살짝 뿌려야 제맛인 스프를 먹다보면 큼지막한 접시에 바싹 튀긴 푸짐한 돈가스와 야채 샐러드가 곁들어져 나온다. 여기에 꾹꾹 눌러 담은 밥과 잘게 썰어 한입에 먹기 좋은 깍두기까지 나오면 구색이 다 갖춰진 셈이다. 고기를 두드리지 않고 저온으로 숙성해 더욱 풍미가 살아있는 돈가스 한 입. 직접 만든 빵가루 덕에 고소함은 배가 된다.
싹을 틔운 연산동에서 부산역으로 자리를 옮긴 지 18년. 김재경 대표는 여행이나 출장으로 부산을 찾는 이들이 꼭 한번 들르고 싶은 맛집이길 바란다. 36년 동안 부산의 경양식집을 대표했으니 맛집이자 명소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여기에 ‘달과6펜스’라는 낭만적인 이름까지 추억거리를 더한다.

돈가스에 담긴 장인정신, 재료부터 달라요

1985년부터 ‘달과6펜스’를 운영 중이십니다. 어떤 계기로 돈가스 전문점을 열게 되었나요?

젊은 시절 해외에 진출한 삼한기업에서 외식 관련 식재료를 담당했습니다. 요식업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였는데요. 그 과정에서 외식업의 비전을 보았습니다. 당시 한국에는 피자, 파스타, 돈가스 전문점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양식이 보편적이지 않았거든요. 한국에 돌아가 돈가스 전문점을 열면 어떨까 계획을 세우고 여러 식당에서 어깨너머로 감을 익혔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부산 동래구 연산동에 ‘달과6펜스’를 오픈한 게 1985년입니다.

소설 제목을 딴 ‘달과6펜스’라는 이름이 독특합니다. 상호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달과6펜스’는 서머싯 몸의 소설 제목으로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이에요. 소설 속에는 그림에 미쳐 사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 나중에 빛을 발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데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 진가가 드러난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 역시 열심히 일하고 돈가스에 미치면 그 노력이 손님들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달과6펜스’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소설에 나오는 고갱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36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을텐데요. 발전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연산동 사거리의 첫 가게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평수로 시작했어요. 동네 상권이라서 돈가스뿐만 아니라 우동, 쫄면, 볶음밥 메뉴도 있었고요. 그곳이 개발되면서 자리를 옮겨야만 했는데요. 부산역은 유동인구가 많고 타지역 사람들도 오가는 곳이라 여기서 우리의 돈가스를 더 널리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8년 전, 부산역으로 옮기면서 돈가스로만 승부를 걸어보자 싶어서 다른 메뉴는 다 없애고 돈가스, 치즈가스, 불돈가스 등 돈가스 종류만 선보이고 있습니다.

‘달과6펜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추억의 맛집으로 통합니다. 다른 돈가스집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첫째, 신선한 재료를 고집합니다. 1등급 재료가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 게 원칙으로 돼지고기는 포크밸리 1등급을, 치즈는 100% 천연 임실치즈를 쓰고 있습니다. 토스트용 식빵을 직접 갈아서 습식 빵가루를 만들고, 계란도 신선한 젤란 계란을 골라서 사용하죠. 둘째, 청결입니다. 돈가스는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다보니 청소를 잠깐만 게을리해도 주방이 더러워지거든요. 매일 구석구석 청소하면서 위생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특히 자발적으로 식약청에 의뢰하여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통과한 결과 ‘위생등급 좋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오래된 노포는 맛있지만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거든요. 개별 업장으로는 이례적이라고 하는데 모든 음식점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6년간 변하지 않고 내려오는 비법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돈가스는 고기를 두드려서 만드는데 저희 집은 저온 숙성을 하는 대신 두드리지 않습니다. 두드리면 부드러울 수는 있으나 풍미가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좋은 돼지고기를 쓰면 두드리지 않아도 부드럽습니다. 소스도 3시간 동안 루를 끓이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듬뿍 넣어 직접 만듭니다. 그 소스가 36년간 내려오는 우리 가게의 전통을 대표하지요.

위기의 시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극복해냈는지 궁금합니다.

돈가스는 주 재료가 돼지고기입니다. 종종 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거나 고객들이 꺼리는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그럴수록 한결같은 모습으로 더욱 신선한 재료로 푸짐하게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려울수록 되레 손님들에게 더 잘하자는 것이 경영신조입니다. 코로나19로 모든 자영업자가 어려울 것입니다. 저희 역시 피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손님이 줄어 재료가 남으면 과감하게 폐기했습니다. 항상 최고의 음식을 차려낸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버티다 보니 손님들이 다시 찾고, 그 손님이 다른 손님을 모시고 오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차츰 극복하고 있습니다.

인상 깊은 고객 사례도 소개해주세요.

어느 날부터 책을 보고 저희집을 찾았다는 손님들이 계셨습니다. 알아보니 피아노 조율사이자 맛집 칼럼니스트인 조영권 작가님의 <경양식집에서>라는 책에 ‘달과6펜스가’가 소개되었더라고요. 전국 곳곳의 경양식집을 찾아 맛보고 추려내셔서 책을 만드셨는데 그중에 우리 집도 꼽혀서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이 기회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에도 선정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백년가게 선정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힘들었는데 타이틀을 얻게 되어 정말 뿌듯합니다. 36년 동안 한 우물만 판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고요. 초심을 잃지 말고 더 노력해야겠죠. 실제로 백년동안 이어갈 수 있도록 딸 아이가 2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전수하며 백년가업으로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돈가스는 달과6펜스지’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대중적으로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각 가정에서도 저희 돈가스를 쉽게 구매해서 드실 수 있도록 포장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부산역에 자리한 덕분에 여행이나 출장으로 오셨던 분들이 들르는데요. 우연히 찾았다 가 만족하고 돌아가실 때면 참 뿌듯합니다. 부산하면 밀면과 돼지국밥뿐 아니라 달과6펜스의 돈가스도 함께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산 달과6펜스
· 주소 :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226번길 7-2, 해송빌딩 1층 경양식 달과6펜스
· 전화 : 051-441-0284
· 영업시간 : 09:30~ 20:30(일요일 휴무)
· 주요메뉴 : 돈가스, 치즈가스, 불돈가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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