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칼칼한 소고기국밥,
부산의 맛이죠

부산 해운대원조할매국밥 이호정 대표

‘한결같이 변함없는 고향의 맛에 감동해 눈물 찔끔. 타지에 사니 고향 음식에 이렇게 감동받아요.’ ‘완전 제 스타일에요. 경상도분들, 여기입니다!!’ ‘전통을 잇는 맛, 냉동 포장도 맛이 똑같네요.’

뜨끈하고 푸짐한 고향의 맛 한 그릇

아삭한 콩나물에 무와 대파가 시원함을 더하고 푸짐한 소고기가 속을 든든히 채우는 국밥 한 그릇. 매콤하게 끓여내는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으로 소문난 ‘해운대원조할매국밥’이 온라인 판매를 개시하자 기다렸다는 듯 ‘고향의 맛’을 떠올리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그마치 60년이다. 해운대 31번 버스 종점, 그곳에는 주머니 사정 걱정 없이 든든하게 한 끼를 채워주던 해운대원조할매국밥이 늘 불을 밝혀왔다. 1962년에 문을 열었으니 30~40년 단골은 기본,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경상도식 소고기국밥의 매력에 빠진 단골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는다. 창업주인 시어머니를 이어 어느덧 27년 경력의 국밥 고수가 된 이호정 대표는 오늘도 변함없이 가마솥을 지킨다.

“육수를 내는 데만 3~4시간이 꼬박 걸리거든요. 잠깐 소홀히 하는 순간 맛이 변하니 요령 피우지 않고 원칙을 지켜가고 있어요. 손님들이 예전 맛을 잊지 않고 찾아주시면 그게 고마워서 피곤함도 사라져요. 첫 가게 터가 개발에 들어가 현재는 중동에 새로 자리를 잡았는데요.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31번 종점에 본점을 새롭게 오픈합니다. 이제 두 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이호정 대표의 목소리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몸은 더 고단해질지언정 더 많은 이들과 국밥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마솥에 제대로 끓여낸 소고기국밥 한 그릇은 예나 지금이나 마음까지 뜨끈하게 데워주는 한 끼이니 말이다.

육수부터 김치까지, 정성과 손맛으로 승부해요

60년 동안 맥을 이은 가게를 찾기 쉽지 않은데 1962년부터 출발한 해운대원조할매국밥이 놀랍기만 합니다.

1960년대는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잖아요. 시어머니께서 시장에서 생업으로 국밥집을 시작했다고 해요. 크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끄는 박리다매 전략이었어요. 한번 가격을 정하면 5~7년 동안은 그대로 유지해왔으니까요. 저는 틈날 때마다 어머니를 돕다가 27년 전에 본격적으로 업으로 삼아 뛰어들었고, 1년 전부터는 아들이 뒤를 잇기 위해 배우고 있습니다. 해운대 버스 31번 종점 자리에 계속 자리하다 개발 때문에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는데요. 올해 말이면 그곳에 다시 본점을 오픈합니다. 한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부산을 대표하는 먹을거리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소고기국밥으로 승부했습니다. 어떤 점이 특별할까요?

전통방식으로 정성을 다해 끓여내고 있어요. 큰 가마솥에 육수를 3~4시간 동안 뽑아내거든요. 365일, 24시간 장사를 할 때는 용광로처럼 꺼지지 않았어요. 비용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품이 많이 드는 과정이지만 고기 육수가 제대로 우러나지 않으면 제맛이 안 나더라고요. 여기에 신선한 재료가 더해져야 합니다. 매일 아침 구포 도축장에서 생고기를 받고, 최상급 야채도 그날그날 배송됩니다. 곁들어지는 김치와 장아찌 역시 국내산 재료로 직접 담그거든요. 보기에는 참 소박한 한 그릇인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야 차릴 수 있는 한 그릇이에요.

국밥 전문점으로 가장 신경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육수를 내는 과정이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3시간 동안 쭉 끓이는 게 아니에요. 1시간 삶아야 하는 부위, 2시간 삶아야 하는 고기 부위가 각각 다르거든요. 자칫하면 고기가 질겨지거나 무를 수 있어서 시간을 맞춰두고 늘 들여야 봐야 합니다. 콩나물과 무도 식감이 중요한 재료이기에 너무 무르지 않도록 세세하게 조절하고 있지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답니다.

다음 대를 이어갈 아드님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음식 맛은 기본이고 서비스업이다 보니 손님을 대하는 자세를 강조합니다. 저희 집의 목표는 한 번 오신 손님이 다시 오는 것입니다. 간혹 서너번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하는 손님도 계세요. 이때 절대 짜증 내지 말고 끝까지 잘 모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죠. 그날 한 그릇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에 또 오셔야 하니까요. 그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면 늘 공손한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오랜 전통을 지닌 가게인 만큼 특별한 단골도 많을 것 같습니다.

엄마 손 잡고 오던 5살 꼬마가 중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고요. 불쑥 40년째 단골이라며 잘 먹었다고 하면 몸이 힘든 건 싹 잊혀요. 한번은 유학을 갔다 귀국하는 길에 본인 집보다도 먼저 우리 집에 들렀다고 반가워하는 손님이 계셨어요. 이 일을 계속 해야하는 이유를 손님들을 통해 찾고 있지요.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파우치에 냉동 포장 상태로 배송이 됩니다. 아들의 제안으로 시작했는데 주요 온라인몰에서 모두 판매하고 있어요. 온라인 판매의 경우 마진이 낮음에도 ‘고향의 맛이다’ ‘그리웠는데 쉽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라는 리뷰를 보며 판로를 넓히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달의 민족’도 시작했는데 평점 5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배달 음식은 속도가 중요하지만 5-10분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한 그릇을 보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최고 점수를 계속 유지하도록 더욱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100년, 200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해운대원조할매국밥이 ‘가업’이라는 생각은 확고하게 굳혔습니다. 백년가게 선정이 그 마음가짐을 더 단단하게 잡아주었고요. 올해 말 오픈할 본점은 내 건물에서 운영하기에 더 안정적으로 길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들과 함께 해운대원조할매국밥을 대대로 내려오는 부산의 명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나아가 온라인 판매 또한 활성화해서 더 많은 손님과 변함없는 맛으로 만나겠습니다. 언제, 어디서 먹더라도 항상 믿고 먹을 수 있는 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산 해운원조할매국밥
·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53번길 29 A동 1층
· 전화 : 051-731-3363
· 영업시간 : 10:00~19:00(매주 수요일 휴무, 11월부터는 화요일 유무로 변경)
*11월 말 본점(31번 버스 종점) 오픈 예정, 본점은 휴무 없음
· 주요메뉴 : 소고기따로국밥, 선지따로국밥, 소고기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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