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승 대표 역시 새로운 자동차 시대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떻게 변해야 할지 길을 찾는 중이다. 그런데 답은 이미 그 자신에게 있는 듯하다. 젊은 시절부터 자동차 정비와 함께해온 그의 33년은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치열한 노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거침없이 나아갔듯 자동차 산업의 변화무쌍한 변화에도 ‘카포스 성진카정비’는 100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카포스 소속으로 경기도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감사로 활동하고 안산시 지회장을 2011년부터 6년간 역임한 양복승 대표가 자동차전문정비 사업의 미래를 말한다.

변화에

1989년부터 성진카정비를 운영 중입니다. 무려 33년째인데요. 일단 어떻게 자동차 정비에 관심을 가지고 기술을 익히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입대 전에 서울 시내버스 정비부에서 자재 일을 담당했습니다. 군대에서 그 경험을 인정받아 정비병으로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죠. 군에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제대 후 정비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자격증 보유자가 적었거든요. 검사장을 겸하면서 자동차정비 관련 경험을 폭넓게 쌓게 되었죠.

자동차 정비센터를 직접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자동차정비공장에서 정비 주임으로 일하는 동안 오후 6시면 퇴근을 했거든요. 그런데 안산에서 카센터를 먼저 창업한 친구가 전기 주특기라 새시나 엔진 부분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저를 불렀어요. 퇴근 후 서울 성산동에서 안산까지 일종의 기술 자문 역할을 하며 오가는 일이 많았죠. 그렇게 현장에서 다방면으로 기술을 익히다 보니 국내에서 운행되는 차는 대부분 수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채워졌습니다. 내 사업을 해야 생계가 조금 여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1989년, 현 위치에서 150m 떨어진 곳에 자동차정비소를 열었습니다.

창업 당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이 있었나요?

카센터가 막 활성화되던 시기였는데 기름때가 많고 청결하지 않은 작업장이 대부분이었어요. 고객이 편하게 다가올 환경은 아니잖아요. 특히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으로 차 내부를 점검하다 오염이 되는 일도 잦았고요. 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청결에 공을 들였습니다. 매트를 깔아 시트에 기름이 묻지 않도록 했고, 핸들 커버를 따로 만들어 씌웠습니다. 또 하나, 고객 만족을 위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썼습니다. 당시에는 정비 이력을 장부에 수기로 기록하는 게 일반적이었거든요. 때문에 고객이 방문하면 기존 장부를 하나하나 뒤져 정비 이력을 확인해야 했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자와 손을 잡고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사업 초창기라 경쟁 업체와 차별화되지 않으면 안 됐기에 적극적으로 혁신했습니다.

처음부터 차별화 전략을 잘 구사하신 것 같습니다. 카센터는 아무래도 자동차 정비에 관한 전문성과 기술력이 가장 큰 경쟁력일 텐데요. 대표님의 남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요즘의 자동차 수리는 정비 기기의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적절하게 조치하는 데는 역시 사람의 역량이 절대적이죠. 노하우는 역시 경험이 아닐까요. 30년 넘게 자동차를 들여다본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명확히 읽어낸다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빠른 판단력으로 오진을 피하고 과잉정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고객에게 빠른 서비스를 선사하며 만족도를 높이게 되죠. 어떤 자동차가 와도 자신 있습니다. 또한 너무 고가의 장비는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DPF)를 뚫어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를 수제로 제작했는데 인근 정비업소에서도 종종 활용할 정도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각 자동차 브랜드마다 자동차 진단 스캐너가 다 다른데 이를 각각 구입하는 게 정비사업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됩니다. 장비가 하나로 통일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자동차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품목 중 하나인데요. 그만큼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는 기술 분야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엔진 구조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자동차에 비해 현재는 훨씬 복잡해졌고요. 모든 정보가 센서로 오고 가는데, 이전에는 센서가 20개 이내였다면 지금은 100개 이상입니다. 경력에만 의지하지 않고 수시로 교육을 받으며 발맞춰 성장하는 수밖에 없어요. 관련 교육이 있다면 일과를 끝내고 장거리라도 찾아가 남보다 빨리 새로운 자동차 구조와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랜 시간 자동차정비소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지요.

대표님의 역량이 돋보였던 정비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더불어 인상 깊은 단골 사례도 궁금합니다.

여기 거주하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후에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잘 쌓았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그만큼 신경 써서 응하지요. 또 다른 사업장에서 해결하지 못해 저에게 넘어오는 경우도 많은데요.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맨 끝에 문제를 찾아 해결한 후 출고할 때의 짜릿함은 상당합니다. 차와 싸워 이긴 느낌이랄까요.

자동차 정비 전문가로서 자동차를 잘 관리하는 법도 소개해주세요.

자동차도 몸과 같아요. 일상적으로 컨디션을 점검하는 게 좋죠. 계기판에 모든 장치의 위험 요소가 나타나거든요. 주행 중에도 10~15분 간격으로 계기판을 주시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또 엔진오일 경우 보통 1만km 주행마다 교체하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전문가입장에서는 7천km 이상을 권하지 않습니다. 가혹 조건에서 주행하는 차량은 5천km마다 교환하는 게 좋죠.

자동차전문정비업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전문정비 사업자에게는 큰 위기입니다. 정부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국내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궁극적으로 퇴출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이 경우 기존 카센터의 40% 정도가 폐업 위기를 맞습니다. 지금부터 전기차 정비 교육을 받는 것이 최선의 대응법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전기차는 감전 위험이 있어 사방 1m는 안전 구역으로 비워둬야 합니다. 정비공간이 훨씬 넓게 필요하고,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까지 더하면 총 3~4평의 공간이 더 필요한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전기차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그와 함께 관련 전문정비 사업 역시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추진 과정 중에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내일과 자동차전문정비 사업이 내일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백년가게’에 선정되어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소감과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인정받아 백년가게에 선정된 건 무척 영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사업이 100년을 못 갈 것 같다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거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이름 그대로 100년 이어가는 가게가 되어야겠다는 사명이 커졌습니다. 살아가면서 언제든 난관은 있었고 어렵지만 늘 해쳐왔으니 이번에도 그래야지요. 백년가게의 명맥을 잇기 위해 9년 동안 함께한 직원에게 사업장을 물려줄 계획입니다. 더불어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자동차전문정비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함께 변화하고 노력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후손들에게 남겨주는 건 자동차 산업도 있지만 역시 환경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