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짐한 양평해장국
한 그릇 하세요

양평 장터집 이진태 대표

경기도 양평은 조선시대부터 한우로 이름난 고장이었다. 우시장과 도축장이 자리하면 질 좋은 고기뿐 아니라 부속물을 이용한 각양각색 음식이 함께 발달하기 마련. 양평도 예외가 아니다.

양평장터에서 만나는 인심 좋은 해장국

‘양평해장국’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전국 곳곳으로 퍼진 비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기대감이 커진다. 양평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양평시장에 자리한 유일한 진짜배기 해장국집의 맛은 어떨까? 무려 3대가 이어온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장터집’이라는 정겨운 간판을 단 해장국집은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로 분주하다. 대표 메뉴인 양평해장국에는 양, 선지, 우거지가 뚝배기에 한가득 담겨 나온다. 인심까지 두둑하게 담긴 뜨끈한 한 그릇의 맛은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비운 빈 뚝배기가 증명해준다.

“도축장에서 해체를 거쳐 바로 저희 가게로 오거든요.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는 신선한 재료인 만큼 맛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물여섯, 부모님과 함께 장터집을 일구고 있는 이진태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끓여낸 해장국이라면 양평을 넘어 전국으로, 전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갈 수 있지 않을까. 창업자인 할머니(안숙자 님), 함께 가게를 지키는 부모님(이수화-김은영 부부)은 이진태 대표의 꿈을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군이자 버팀목이다.

전국을 넘어 세계로 가는 양평해장국

3대째 이어온 해장국집이라니 기대가 큽니다. 장터집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1970년대는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잖아요. 할머니께서 먹고살기 위해 장날에 맞춰 수구레(소의 가죽과 살 사이의 지방육) 국밥을 판 게 시초였어요. 해장국은 물론 여러 가지 소 부속물 요리, 돼지 내장 볶음 등의 요리도 더해졌죠. 인근 군부대 군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부모님이 결혼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대를 잇게 되었고, 저도 요리를 좋아해 일찌감치 외식경영과로 진학해 진로를 정했습니다. 요식업을 제대로 공부할수록 가업을 이어 시대에 맞게 성장시키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과정 또한 재미있고요.

‘양평해장국’은 고유명사처럼 굳어질 만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본거지인 양평 내에서 해장국으로 승부를 보는 게 치열할 것 같습니다. 장터집의 남다른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좋은 고기를 보는 눈이 있어요. 직접 소를 잡기고 했고, 정육점을 운영하기도 했거든요. 지금도 도축장에서 고기를 잡으면 마장동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저희 가게로 들어오는 시스템이고요. 이처럼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게 첫 번째 비결이고요. 그다음은 깨끗한 재료 손질입니다. 주재료인 양(소 위)의 경우 다른 집보다 5배는 더 닦습니다. 그래야 냄새와 부유물을 완벽히 제거할 수 있거든요. 양 특유의 향이 적고 구수한 맛이 나는 비법이지요. 마지막으로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부드러운 선지를 꼽을 수 있어요. 선지는 뜨거운 온도로 빨리 삶으면 퍽퍽해지기 쉽습니다. 저희는 천천히 삶아내기 때문에 식감이 정말 부드럽습니다. 손님들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3대째 이어지고 있지만 본질을 잃지 않는 선에서 늘 새로운 입맛과 맛의 균형을 연구하며 발전시키는 노력도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꼽고 싶네요.

시장 입구에 ‘장터집’이라는 가게를 만나니 더욱 반가운 것 같아요. 해장국과도 잘 어울리고요.

이 자리에 계속 있었던 건 아니고 몇 번 자리를 옮기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는 14년 정도 되었습니다. 원래는 ‘양평명품한우’라는 상호였어요. 양평이 최고등급 한우로 유명한데 모르는 분이 많더라고요. 이를 제대로 알리고 싶은 마음에 지은 상호인데 ‘명품’과 ‘한우’라는 단어의 조합이 오히려 가게의 문턱을 높이는 요소가 됐어요. 고민 끝에 2년 전부터 ‘장터집’으로 이름을 바꾸고 가게 콘셉트도 맛과 전통이 있는 양평해장국 전문점으로 바꿨습니다. 현재 1, 2층을 합쳐 총 100석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요. 천막이 있는 야외좌석도 30석 정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점도 눈에 띕니다.

원래는 아침 10시 오픈이었는데 시장 인근 주민들의 활동 시간에 맞춰 7시로 당겼습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 개발 현장이 많은데 작업자분들이 아침 식사를 하러 많이 찾아주세요. 인근 두물머리를 아침 일찍 찾은 관광객은 물론 정말 해장이 필요한 손님도 이른 아침부터 오시고요. 일찍 문을 여는 밥집이 드물어 무척 반가워하십니다.

20대 중반의 청년이 전통시장에 자리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모습이 색다릅니다. 젊은 세대인 만큼 남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식당이 정체일 때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지역에 있는 식당은 맛이 있어도 이름을 알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는 가게가 잘 노출될 수 있도록 마케팅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양평 맛집, 양평해장국 맛집 등 을 검색하면 장터집이 검색될 수 있도록 요즘 시대에 맞는 연결고리를 마련한 거죠. 전에는 고깃집도 겸했는데 ‘해장국’에 집중해 메뉴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하고요. 반응은 즉각적이었어요. 손님이 바로 늘더라고요. 내부적으로는 메뉴판 변경, 키오스크 도입,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 이벤트 등을 진행했어요. 현재는 ‘장터집’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3대째 이어지는 가게의 이야기를 설화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함께 가게를 지키고 계십니다. 아직 배우는 부분이 많을 텐데요. 어떤 가르침을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은 할머니대부터 내려오는 예민한 미각과 후각이 아닐까요. 장사에 대한 철칙은 부모님이 장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늘 ‘밥이 보약이다. 돈은 나중이다’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덕분에 주방에서는 보약처럼 맛있고 든든한 해장국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매장에서는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3대 경영을 시작한 만큼 백년가게로 선정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역사 깊은 백년가게 후보들 사이에서 선정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더 노력하고 변치 않는 모습으로 100년 그 이상을 준비하겠습니다. 특히 ‘장터집’을 양평해장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공고히 하고 싶고, 나아가 전국 8도 주요 도시에 ‘장터집’ 직영점을 열고 싶습니다. 맛있고 든든한 장터집 해장국 한 그릇을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다가가겠습니다.

양평 장터집

· 주소 : 경기 양평군 양평읍 양평장터길 5
· 전화 : 031-775-6292
· 영업시간 : 07:00~21:00(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주요메뉴 : 장터집 양평해장국, 차돌해장국, 육회비빔밥, 갈비탕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