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원주 들기름, 이제 전국으로 뻗어가요

승표기름집 홍성민 대표

기름집을 종일 지키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고소한 냄새가 몸에 밴다. 택배 배송을 위해 우체국을 가도, 동네 가게를 들러도 자연스레 존재감이 드러나는 홍성민 승표기름집 대표. 참깨와 들깨의 고소한 향 덕분이다. 고소함을 건강하게 뽑아내는 기름집의 자부심이 그 향에 담겨 있기에 홍성민 대표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기름을 짠다.

고소한 냄새는 기름집의 자부심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기름집을 운영했어요. 가장 바쁜 명절을 앞두고는 밤새 기름을 짜던 풍경이 생각납니다. 갓 지은 밥에 참기름을 듬뿍 넣은 어머니 표 김밥은 늘 별미였죠. 소풍이 아니어도 자주 김밥을 싸주셨어요. 고등학교 때는 등교 순서대로 자리가 배치되었는데, 고소한 김밥 냄새 덕분에 친구들이 서로 제 옆자리에 앉으려고 한 추억도 있습니다.”

1973년부터 원주에 터를 잡은 지 어느덧 50여 년째. 큰 욕심을 부렸다면 오히려 금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사정이 되는 대로 형제가 번갈아 운영하며 명맥을 이온 덕분에 질 좋은 기름은 변치 않고 맛볼 수 있다.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자 역사이고, 고객과의 약속이자 자부심인 승표기름집이 원주 단계동 골목길에서 여전히 고소한 향을 풍기고 있다.

정직하고 깨끗한 기름으로 승부

승표기름집을 2대째 운영하고 계십니다. 197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출발했는지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원래는 부친이 과일가게를 하셨는데 외조부님의 권유로 기름집으로 업종을 바꾸었습니다. 당시 외조부님은 원주 중앙시장에서 원주기름집이라는 상호로 기름집을 운영 중이셨거든요. 70년대 초만 해도 원주에는 기름집이 ‘원주기름집’과 ‘서울기름집’ 두 곳뿐이었다고 합니다. 과일가게는 계절을 많이 타니 좀 더 안정적인 기름집을 권하며 노하우를 전수해주신 거죠. 그래서 1973년, 현재의 지유시장이 들어서기 전인 구 시장에 승표기름집을 열고 부모님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자리를 몇 번 옮겨 현재는 단계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가게를 잇게 된 사연도 궁금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저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하던 중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 혼자 일하시기는 버거울 것 같아 일을 그만두고 함께 운영한 게 1989년입니다. 기억으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6개월 전에 저에게 기름 착유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나름의 계획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쭉 이어가다 2000년 초반, 제가 다른 일로 그만둬야 할 상황이 되자 둘째 형님이 운영하셨고요. 2007년 어머니께서 편찮아 지면서 가게가 다시 위기를 맞았는데 그때 제가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당연히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꾸준히 기름을 짜다 보니 천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직 기름만 전문으로 짜는 집이 드뭅니다. 승표기름집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일단 깨끗합니다. 기름이라는 게 조금만 게을러도 금방 찌든 때가 생깁니다. 기계는 물론 담는 용기나 받치는 체도 그때그때 청소하며 청결을 유지하고, 1주일에 한 번은 뜨거운 물에 소독합니다. 아버지께서 늘 ‘가족이 먹는 기름이라 생각하고 정직하게 짜야 한다’라고 강조하셨거든요. 내 식구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게 비법이 아닐까요.

정기적으로 자가품질검사도 한다고요. 벤조피렌 검출 검사지가 눈에 띕니다.

9개월마다 벤조피렌 검출 검사를 합니다. 벤조피렌은 깨를 고온에서 오래 가열하면 발생하는 발암물질입니다.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도록 적당한 온도에서 가열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자가검사를 합니다. 또 최근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생들기름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들깨를 저온으로 볶아 착유한 생들기름은 천연 토코페롤과 오메가3 함유량이 높습니다. 더 건강한 기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죠.

좋은 깨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원주에 자리한 기름집인 만큼 들깨의 경우 원주지역에서 재배한 깨를 수매합니다. 올해도 13가마니 정도를 비축해두어 든든합니다. 참깨는 믿을 수 있는 도매상을 통해 공급받고 있습니다. 참기름, 들기름도 취향인 것 같아요. 원주에 등록된 기름집만 100여 개인데 내 입맛에 맞는 기름을 찾으면 단골이 되는 거죠.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연락이 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원주를 대표하는 맛집이 주요 고객이라고 들었습니다. 원주에서 난 깨로 원주에서 기름을 짜 원주 식당의 맛을 살리는 연결고리가 훈훈합니다.

부모님 대부터 20년 이상 거래한 식당이 많습니다. 원주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통하는 남경막국수도 오랜 단골인데요. 들기름 막국수의 인기가 좋다는 소식에 덩달아 뿌듯합니다. 원주 연세대 캠퍼스 인근에 자리한 삼미막국수도 거래처이자 추천 맛집입니다. 원주에서 고깃집으로 이름이 난 소하소와 거복도 오랜 고객입니다. 맛에 까다로운 식당에 납품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주택가에 자리한 입지의 한계를 온라인 판매로 돌파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교육과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마트스토어를 구축한 덕에 원주를 벗어나 전국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주문하는 부산 고객을 보며 온라인 판로의 힘을 느낍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답례품으로 전할 수 있는 상품도 구성하는 등 늘 발전적으로 변화하려 노력합니다.

온라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이네요.

사실 이전에는 기름집 운영만으로는 부족해서 기름집이 문을 닫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원주우편집중국에서 택배분류직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10년 9개월을 일하다 지난해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바빠지면서 퇴직했습니다. 그 퇴직금을 다른 데 쓰지 않고 착유기를 교체하는데 투자했습니다. 장사는 안된다고 불만만 하지 말고 왜 안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앞으로 승표기름집을 어떻게 발전시켜갈 계획인가요?

기본에 충실해야죠. 좋은 품질의 기름으로 ‘참기름, 들기름, 생들기름’하면 ‘승표기름집’이 먼저 떠오르도록 하고 싶습니다.

원주 승표기름집

·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이화4길 50-12 1층
· 전화 | 033-742-7382
· 운영시간 | 09:00~18:00
· 주요제품 | 참기름, 들기름, 생들기름
· 홈페이지 | www.seungpyoo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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