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안동 옹천에서 빚은 막걸리 한 잔

옹천탁주합동 조태수 대표

80년대 초, 막걸리 양조장에 대한 지역 판매 독점권이 사라지기 전에는 마을마다 양조장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1947년부터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에 자리잡은 옹천양조장도 그중 하나다. 조태수 옹천탁주합동 대표는 아버지(고 조주열 창업주)가 일군 오래된 양조장을 느지막이 이어받았다. 무엇이든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옹천양조장은 조금은 느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술도 저마다의 익는 속도와 풍경이 다르지 않던가. 조태수 대표는 그 옛날 아버지가 그랬듯 지역민과 함께 어우러지는 양조장을 꿈꾼다.

지역과 상생하는 막걸리

“지역 애경사가 있을 때마다 막걸리 한 말을 보내던 아버지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면 소재지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양조장의 수익금이 지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활동하셨어요. 단순히 양조장만 이어가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해온 아버지의 철학도 함께 이어가고 싶습니다.”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옹천에 자리를 잡은 조태수 대표는 옛 방식을 살려 맛있는 술을 빚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지역민의 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양조장을 꿈꾸고 있다.

물 좋은 옹천의 맛

1947년부터 문을 연 양조장이라니 궁금증이 커집니다. 옹천양조장은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버지가 들려주신 마을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어요. 이 옹천 지역의 경우 마을 북서쪽이 병풍처럼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단지(항아리)와 같이 생겼다 하여 옹전(甕田)이라 부르기도 했죠. 또한 마을을 지나는 옥계천이 맑고 깨끗해 옥천(玉川)이라고도 불렸고요. 마을에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샘이 난다고 하여 옹천(甕泉)이라는 이름으로도 통합니다. 이렇듯 막걸리에 꼭 필요한 항아리와 물맛을 갖췄으니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아버지께서 늘 자긍심을 가지셨어요. 저 역시 그 기본 가치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자그마치 75년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급격한 시대의 변화에 양조장을 꾸준히 이어오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존폐 위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양조장에 대한 지역 판매 독점권이 사라지자 전국의 각종 막걸리가 면 단위 매점에 진열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 여파가 1990년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당시 아버지께서 양조장을 매각하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옹천양조장은 우리 집안의 상징인데 매도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유지하기로 하셨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서울에서 터를 잡고 계시다 양조장 운영을 위해 안동으로 내려오셨는데요.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일찌감치 서울에 자리를 잡았지만 고향의 옹천양조장은 뿌리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등하교길에 양조장에 들러 고두밥을 얻어먹던 즐거움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니까요. 하지만 1년에 서너 번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옹천의 상징이던 건물이 쇠락하는 모습과 마주하는 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2018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양조장을 끝까지 지키자고 했던 말에 책임을 질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미리 교육을 받고, 집사람도 흔쾌히 동의해 2020년 12월 안동시민이 되었고, 2021년부터 옹천양조장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1970~90년도에 비해 워낙 영세해진 양조장으로 가업을 잇는 게 쉽지 않겠지만 양조장 시설 개보수방법, 영업전략, 고객에 대한 마인드 관리 등의 전문적인 분야에 경험을 축적하는 중입니다.

양조장 규모와 생산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주요 판로도 궁금합니다.

지금은 최신 설비를 갖춘 대규모의 탁주 공장이 많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안동지역에서는 손꼽는 규모의 생산량을 갖춘 업체였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판매량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판매 수량을 보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술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옹천막걸리’ 상표로 북후하나로마트와 인근 슈퍼, 안동지역 식당에 납품되며, 제조장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며. 차후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옹천막걸리만의 차별화된 맛과 특징은 무엇일까요?

옹천은 예부터 물이 좋기로 유명하여 술맛이 좋습니다. 아버지가 술을 빚었던 방식을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단맛을 내는 식품첨가물을 최소한으로 하여 막걸리 본질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기억에 남는 고객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다른 지역에 사는 작가분이 옹천막걸리를 처음 맛보시고 옹천막걸리가 계속 생각난다며 그 후로 꾸준히 양조장에 직접 오셔서 막걸리를 구입하고 계십니다. 옹천막걸리 마니아층이 생겨 저희 막걸리만 고집하는 분들도 많고요. 아무래도 한 지역에서 오래 술을 빚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옹천막걸리를 드시며 아버지에 대한 일화를 말씀하시는 어른들을 뵐 때마다 아버지의 이름에 부응하는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저절로 듭니다.

소규모 양조장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이를 어떻게 극복해가고 계시나요?

대형업체에서 만드는 막걸리에 비해 지역의 소규모 업체는 홍보와 마케팅이 부족하여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럴수록 지역 막걸리만의 경쟁력으로 승부해야죠. 요즘 비싼 막걸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옹천막걸리는 건강하고 좋은 술을 값싸게 만들어 많은 분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안동의 대표적인 막걸리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옹천탁주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요? 꿈과 각오를 전해주세요.

아버지는 늘 더불어 상생하며, 겸손함을 지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검이불인(儉而不吝, 스스로 검소하며, 남에게 인색하지 않음)’의 자세를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양조장을 지역민과 함께 공유하는 것입니다. 옹천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특히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양조장 부지가 제법 넓어 3년쯤 후에 ‘양조장 갤러리’를 만들어 어린이와 엄마가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폐와 여성전용 문화공간을 만들어 여성들과 지역사회에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옹천양조장

· 전화 | 054-859-5010
· 영업시간 | 09:30~17:00(토요일은 16:00까지, 일요일은 휴무)
· 주요제품 | 옹천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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