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의사는 면역이라는 말이 있다. 면역력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과 독소에 스스로 저항하는 힘을 말한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각종 질병에 강할 뿐더러 걸려도 쉽게 낫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같은 감기를 걸려도 그 증상이 오래도록 지속되게 된다.
환절기 감기예방을 위해 면역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지는 가을이다. 하지만 외부 항원에 저항하는 면역력은 무조건 높은 것이 좋은 것일까?
아이러니 하게도 난치병이라고 알려진 질환들에는 면역력이 과활성화된 자가면역질환이 많다. 일례로 근래에 본원에서 치료된 육아종성 유선염이나 베체트씨 병 환자들은 몇 달간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건강식품을 복용하다가 부작용으로 내원한 환자들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들어보자면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군대도 그 병력이 방향을 잃고 내부로 향한다면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게 되는 것과 같다.
면역력은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한 예로 면역력이 지나치게 높으면 과잉반응이 나타나고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은 림프구 안의 B세포가 과잉 반응으로 혼동을 일으켜 외부의 적이 아닌 아군을 공격하게 된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낮지도 높지도 않게 늘 0점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그래도 면역증강보다는 면역균형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면역억제제, 항암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쓰지 않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한의치료법 외에는 없다.
음양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양은 철학용어가 아니다. 교감과 부교감, 활성과 비활성 등 현대적 용어로 풀어내었을 때 서로 대칭을 이루는 단어와 다름 아니다. 이렇게 음양의 중간에서 음과 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우리 몸의 노력을 ‘항상성(恒常性)’이라고 부르는데, 이 항상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몸이 어떤 체질인지가 파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몸이 음체이면 양이, 양체이면 음이 0점을 맞추기 위한 치료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면역력이 0점을 이루어야 발휘되는 힘이 치유력이다.
한의학에서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언제나 자연과의 합일을 통한 해석이자 이해였다. 인체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체의 여러 부분(장기)의 상호 유기적인 흐름과 소통의 과정을 더 중요시 하였다. 이렇게 장기들 간의 유기적인 흐름과 소통이 잘 되었을 때를 면역력이 아닌 치유력이 높아졌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치유력은 높을수록 좋다.
치료(治療)란 병을 고치는 것이고, 고친다는 것은 변화를 만들어 새롭게 하는 것이다. 반면 치유(治癒)는 스스로 병이 낫는 것이고, 낫는다는 것은 새롭게 변화되는 것이 아닌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변화를 만들어 새롭게 하다보면 생기는 것이 합병증이기 때문에 늘 치료에 앞서 치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치유의 출발은 장기들간의 기능편차를 줄여서 면역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도움말 및 문의
최주리 원장
창덕궁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