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일기가, 누군가의 여행기가, 누군가의 취미가 한 권의 책으로 세상과 만난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어도 충분하다. 자기 인생을 묵묵히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참 귀하게 들어주는 ‘도서출판 어떤책’의 김정옥 대표와 조용범 편집장. ‘어떤책’에는 이 둘이 아니면 모르고 지나쳤을 평범한 듯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떤책’이 어떤 출판사인지 소개해주세요.
김정옥 : 어떤책은 2016년 1인 출판사로 출발해 현재는 ‘어떤책’ ‘에이치비프레스’ 두 브랜드로 책을 내고 있습니다. ‘어떤책’에서는 에세이와 인문 분야 책을, 남편이 운영하는 ‘에이치비프레스’는 예술서를 중심으로 출간합니다.
1인 출판사는 어떤 차별점을 지니나요?
김정옥 : 편집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곧 기획과 편집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지요. ‘어떤책’의 경우 사회적 성공이나 명성은 크지 않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온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펴내고 있어요. 책을 처음 쓰는 작가와 작업한 경험이 많은데요. 그 사람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조용범 : 편집자와 독자가 1:1로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인건비를 나의 노동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저자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편집자의 역할부터 마케팅부터 회계까지 전반의 일을 혼자 도맡으니까요.
<어떤책>을 대표하는 책이 궁금해집니다.
김정옥 :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은 30년간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낙방하며 오십에 이른 작가가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라는 소개 문구에 이끌려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요. <나의 두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맡겨진 작가가 서른이 되어 두 사람 이야기를 쓴 사랑 가득한 책입니다. 5월 25일 발간한 신간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은 열여덟 살에 십년일기장을 쓴 이후 13년 동안 매일 일기를 쓴 저자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하는 책이에요.
작가나 독자와 더 끈끈하게 소통하는 모습인데요.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김정옥 : <나의 두 사람> 북 토크에 어느 독자 분이 다섯 살 정도 된 손녀와 함께 오셨어요. 책에서처럼 할머니인 자신과 남편이 손녀를 키운다고요. 자신의 손녀가 김달님 작가처럼 기쁨과 슬픔을 고루 아는 보통의 어른으로 자라는 것이 바람이라며 “<나의 두 사람>은 우리 집 가보예요”라고 하시는데 큰 감동이었습니다.
‘어떤책’의 모든 책에 있는 ‘가름끈’과 ‘독자엽서’도 눈에 띕니다.
김정옥 : 제가 책 끝을 접는 걸 싫어해서요. 보통 가름끈은 표지가 두꺼운 양장제본 책에만 있는데 무거운 책은 만들기 싫어 결국 ‘양장이 아니어도 가름끈이 있는 책’을 만들게 되었죠. 독자엽서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혹시 심리적, 경제적으로 지칠 때 독자들의 이야기로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만들었어요. 초창기, 책이 잘 팔리지 않은 날 독자엽서가 도착하면 정말 큰 위로가 됐답니다.
독서인구가 줄고, 출판시장도 많이 위축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돌파해야할까요?
조용범 : 더 읽고 싶은 책을 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을 밀어내기하듯 다량 생산하기보다 기존의 콘텐츠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한 권을 펴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종이책에는 시시하지 않은 재미가 있어요. 흥미진진하게 즐기면서도 내 시간을 소중히 잘 쓰고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그 묘미를 잘 전하게는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해주세요.
조용범 : 에이치비프레스의 <요즘 브랜드>. <매거진 B> 에디터가 브랜드에 관해 쓴 에세이예요. 크든 작든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영감이 될 부분들이 많습니다.
김정옥 : 어떤책의 베스트셀러인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윤여정, 노라노, 최재천, 강상중, 하라 켄야 등 ‘평균 나이 72세’의, 자기 영역에서 오래도록 일하고 있는 어른들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과 일상을 꾸려나가는 데 도움될 말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떤책’은 어떤 출판사를 꿈꾸시나요?
김정옥 : 어떤책이 펴내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을 이야기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싶어요. 또 저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