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호수를 병풍 삼은
68년 맛집이에요

부산 하동집 배성길 대표

부산은 역시 바다다? 모르는 말씀. 나지막한 산에 둘러싸인 산중 호수의 호젓함과 숲속 오솔길의 낭만 역시 부산의 명품 풍경으로 빼놓을 수 없다. 부산 외곽에 자리한 금정구 오륜동 회동수원지와 땅뫼산 황토숲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생태녹색관광지로 선정할 만큼 빼어난 자연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 멋진 풍경을 병풍 삼아 3대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동집’은 한결같이 나들이객의 식도락을 책임지고 있다.

회동수원지 터줏대감 하동집의 맛과 멋

“하동집이 차린 밥상 덕분에 손님들의 하루가 더 즐거워졌으면 해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대를 이어 하동집을 운영하는 배성길 대표의 원칙은 분명하다. 1950년대, 배성길 대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이자 1대 창업주인 故 배복돌, 김애기 씨는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가게를 열었지만 70여 년이 지난 2022년의 하동집은 고객의 행복을 먼저 말할 만큼 성장했다.

갖가지 나물이 어우러진 산채비빔밥 한 그릇은 부담 없이 출출한 배를 채워주고, 단호박오리숯불구이는 자연 속에서 한층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선사한다. 새싹이 하나둘 피어오르는 산책길에서 만난 백년가게의 맛과 멋으로 봄날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동집은 늘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손님이 즐거운 식당을 꿈꿔요

부산 회동수원지는 번화가 상권이 아님에도 1950년대에 식당 문을 열어 지금껏 이어오고 계십니다. 하동집은 언제, 어떻게 출발했나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이 경남 하동이라 ‘하동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전쟁이 끝나고 지리산에 무장 공비가 자주 출몰하자 할아버지가 이를 피해 8남매를 이끌고 정착한 곳이 이곳 오륜동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부산의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힌 곳이었죠. 물이 가까이 있으니 붕어와 새우 등을 시장에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했는데요. 주변에서 ‘우리에게도 팔아라’고 권하셔서 1954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가 식당을 차리셨습니다. 당시에는 수원지에서 직접 고기를 잡아 파는 형식이었지요. 1970년대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지시자 뒤이어 장남인 아버지가 가게를 물려받아 어머니와 함께 운영(2대 故 백동진, 정명자 씨)하셨습니다. 향어 가두리 양식장과 유통업을 겸하며 규모를 키웠는데, 전국에서 두 번째로 향어 양식장을 도입했다고 하세요. 잉어회, 향어회, 매운탕 등이 주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죠. 아버지는 1987년에 돌아가시고 이후 어머니가 가게를 이끌어오셨는데 몸이 안 좋아서 힘에 부치자 제가 합류해 2007년 하동집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장장 68년을 이어온 식당인데 현재는 무척 현대적인 설비와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배성길 대표님이 이끈 변화이겠지요?

2015년 연말에 불이 나 가게가 반소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2016년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됐지요. 철저하게 고객이 편리한 공간을 고민했어요. 좌석을 입식으로 바꾸고, 개별룸과 대연회석을 완비해 작은 모임부터 행사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2층까지 휠체어로 오를 수 있도록 거동불편자의 이동권을 보장했습니다. 청장년 시절 사회운동과 정치활동을 하면서 얻은 배움이에요. 비록 개인 식당이지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피며 배려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메뉴도 더욱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향어, 메기, 잉어 메뉴도 여전히 있습니다. 여기에 손님들이 즐겨 찾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메뉴를 더했죠. 회동수원지 둘레길이나 땅뫼산 황토숲길을 찾는 시민들이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한 끝에 오리불고기, 닭백숙 등을 추가했습니다. 주변 식당의 메뉴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 단호박 오리숯불석쇠구이를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아요. 숯불로 석쇠구이를 한 다음 손님상에 올릴 때도 고체 연료를 사용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지요. 산채비빔밥 또한 인기 메뉴입니다. 기존 메뉴는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느긋하게 즐겨야 하는데요. 간단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를 원하셔서 싱싱한 나물과 좋은 참기름으로 맛을 더한 산채비빔밥을 선보였더니 반응이 좋습니다. 봄철, 가을철에는 하루 100그릇 이상 팔릴 정도예요. 시대에 따라 기호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담아들으며 변화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유원지 일대의 식당은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동집만의 차별화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솔직하게 음식 맛의 차이는 크게 안 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음식이 정갈합니다. 무엇보다 서비스가 친절하다는 점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저희 식당에 들어오면 기분 좋게 드시고 웃고 나가게 하는 게 목표거든요. 손님이 나가실 때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라고 인사를 드리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죠.

앞서 식당을 운영하신 부모님께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일까요?

항상 진득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 자리를 지키라고 말이죠. 그 신념 덕분에 68년 동안 하동집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또 검소하고 늘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하셨는데 힘들 때일수록 늘 새겨보는 말입니다.

인상 깊은 고객 사례도 소개해주세요.

한분 한분에게 모두 고맙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사실 별거 아닌 음식을 먹기 위해 부산의 오지로 꼽히는 이곳까지 1~2시간이나 달려오신다는 게 얼마나 고마워요. 30~40년 된 단골부터 가볍게 나들이를 나온 젊은 손님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맞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는데요. 3대가 이어온 만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정말 뿌듯했어요. 현수막을 두 달 동안 붙여놨을 정도니까요. 가끔 아내와 부모님이 지금의 하동집을 보면 대견하고 뿌듯해할 것 같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잘 이어가고 있다고, 웃으며 지켜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더욱이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4대째 이어가기 위한 경영 수업을 받고 있거든요. 아직은 연수 중이지만 5~10년이 지나면 자신만의 발전된 생각과 마인드를 갖고 하동집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요. 한 자리에 4대가 뿌리를 내린 진짜 백년가게를 일궈 자긍심을 키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회동수원지와 땅뫼산 황토숲길은 부산 시민들이 한 번쯤 와서 걷고 쉬기 좋은 곳입니다. 100여 대 가까이 주차가 가능한 하동집 주차장에 차를 대시고 오리불고기나 산채비빔밥으로 배를 채운 다음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며 봄 풍경을 즐기면 행복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요. 항상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로 손님들의 하루가 즐겁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산 하동집

· 주소 : 부산 금정구 오륜대로 260
· 전화 : 051-582-1398
· 영업시간 : 10:30~21:00(설날, 추석 당일 휴무)
· 주요업무 : 단호박오리숯불구이, 오리한방백숙, 메기탕, 산채비빔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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