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싱싱한 회 한 접시 드시러 오세요

수원상회 이호준 대표

노량진수산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던 1975년부터 지금껏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원상회. 이호준 대표의 부친인 이석재 창업주는 고향의 지명을 내걸고 가게를 시작했다. 바다를 낀 지명 일색인 수산시장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수원상회. 하지만 뭍 출신이라고 얕잡아봐선 안 된다. 30년간 일본 대사관에 수산물을 납품할 정도로 최상품을 선별하는 눈썰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석재 창업주는 여전히 경매장을 누비며 최상의 생선과 해산물을 낙찰받는다. 덕분에 수원상회는 제대로 된 생선을 만날 수 있는 믿을 만한 가게라는 명성을 47년째 이어오고 있다.

“수원상회를 찾은 지는 40년도 훌쩍 넘었을걸요. 아버지가 회를 뜰 때부터 단골이었으니까요. 여기 회가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더라고요.”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신사 한 명이 노량진수산시장에 자리한 수원상회를 찾았다. 친근하게 인사를 나눈 이호준 대표는 예약에 맞춰 두툼하게 발라놓은 광어 살을 꺼내어 능숙하게 회를 뜬다. 단골의 취향에 맞춰 두툼하게 썰린 회는 아이스박스로 깔끔하게 포장돼 손님 손에 들린다. “맛있게 잘 드십시오” “덕분에 잘 먹겠습니다.” 정겨운 인사도 빠지지 않는다.

20대부터 아버지를 도와 횟집에 합류한 이호준 대표는 아버지가 공수한 싱싱한 횟감과 수산물을 자신 있게 손님들께 선보인다. 오랜 단골을 모두 꿰고 있는 어머니 이부자 씨의 넉넉함 또한 수원상회의 상징이 되었다.

“저는 이 북적북적하고 사람 사는 냄새 나는 시장이 참 좋더라고요.”

부모님과 함께 일군 삶의 터전을 기꺼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회가 어찌 달지 않을 수 있을까. 노랑진수산시장 남1문 활어 83호 수원상회에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최고의 회와 정겨움이 있다.

회는 직접 보고 사세요

수원상회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1970년대부터 일군 가게인데요.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다 먹고 살기가 힘든 시대였잖아요. 아버지도 중학교에 다니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셨는데요. 처음 발들인 일이 시장의 생선 좌판을 상대로 생선 대가리 자르고, 얼음 나르는 일이었다고 해요. 그렇게 어깨 너머로 경험을 쌓다가 동대문과 남대문에서 수산물 도소매를 시작하게 되었고, 노량진수산시장이 문을 열자 초창기 멤버로 합류하셨습니다.

1대에서 그치지 않고 수원상회의 대를 잇고 계십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큰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된 것 같아요. 전 이 시장이 좋더라고요. 손님들과 소통하는 재미도 있고요. 대학 졸업 후 군대에 갔다 와서 바로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스물여섯이었고 지금이 마흔일곱이니 저도 20년 넘게 가게를 지켰네요.

수산물을 취급하는 가게가 밀집한 만큼 수원상회만의 차별점이 중요했을 텐데요. 남다른 경쟁력이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숙성회보다는 활어회를 더 선호합니다. 때문에 고기의 신선도가 가장 관건입니다. 저희는 1차적으로 현업에서 여전히 활약하는 아버지가 경매에 직접 참여해 싱싱한 수산물을 공수합니다. 오랜 경력이 좋은 횟감으로 이어지죠. 또 2년 전부터는 바로 옆에 수원수산 간판을 달고 갑각류, 어패류, 해물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노량진수산시장 대부분 가게에서는 수산물과 해산물을 각각 취급하는데 저희는 함께 취급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회와 더불어 다양한 해산물을 함께 즐기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고 다각화했습니다. 고객들이 우왕좌왕하지 않아되 되고,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도 훨씬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수원상회가 고수하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는 배달 어플에 등록하지 않은 가게입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도 이 원칙은 유지했는데요. 이유는 오셔서 직접 신선도를 확인하고 구입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배달 회는 주로 모둠회 메뉴가 인기인데요. 저는 권하지 않아요. 잡아서 조금조금 떼주기 때문에 신선도를 보장하기 힘들거든요. 노량진수산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 눈으로 직접 보고 좋은 생선을 고를 수 있다는 건데, 이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늘 강조하시는 원칙이 어떤 경우에도 문을 닫지 않는 것입니다. 오래 장사를 하신 만큼 찾아오는 손님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더 간절히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가게 운영에 있어 선배이자 가장 가까운 스승이었을 텐데요.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본적으로 생선을 볼 줄 아는 눈을 배웠죠. 딱 보면 오늘, 내일 죽을 생선인지, 잡은지 얼마 안 된 선인지 알 수 있죠. 특히 수족관에서 날뛰는 생선은 좋은 게 아니에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얌전히 적응한 생선이 더 좋다는 팁을 전해드립니다.

2대 경영자로서 대표님이 발전시켜 나가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청결에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이라고 해도 안전하게 믿고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요. 손질 방식 역시 많이 현대화되어 있습니다. 회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생선별로 가장 어울리는 장을 권하며 친근하게 소통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요.

노량진수산시장은 ‘수산물’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많은 가게가 밀집해있는데요. 장단점이 뚜렷할 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또 극복해가는지 궁금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게가 모여있기 때문에 선택 폭이 큽니다. 덕분에 많은 손님이 찾아주시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우리 가게가 아니라도 다른 대안이 옆에 있느니 발길을 붙잡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어종의 횟감에 어패류, 해산물까지 추가해 손님을 분산시키지 않고 우리 집에서 한꺼번에 구매하도록 선택지를 넓혔습니다. 상인들 간의 소통과 유대로 우리 집에 없는 건 옆집에서 공수해 제공하는 시스템도 재래시장만의 장점이고요. 재래시장이라는 공간이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정이 있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합니다.

인상 깊은 고객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아까 보셨듯 아버지대부터 찾아주신 40년 넘는 고객들이 많아요. 2~3대째 이어서 단골이 된 손님들을 보면 뿌듯하죠. 또 이 근처가 학원가이고 고시원도 많아요. 언젠가 지방에서 올라온 고시생 4명이 찾았는데 돈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서 1인당 만 원씩만 내면 무지하게 주겠다고 약속하고 푸짐하게 회를 떴죠. 그 네 사람이 모두 사법고시를 통과해 지금까지 찾아옵니다. 손님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뿌듯해져요.

시장에 가서 직접 생선을 고르는 일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5~6월, 수원상회에 가서 해산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을 전해주세요.

3~4명이 찾으신다면 흰살생선인 광어나 도다리에 숭어. 도미, 농어 중 하나를 곁들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수입산 대게 가격도 많이 떨어졌거든요. 이때 푸짐하게 즐기는 것도 좋죠. 가게가 많다고 당황하지 말고 편하게 가격을 물어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셨으면 해요. 배달 말고 직접 싱싱한 생선을 보고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는데요.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백년가게는 형님이 아버지를 위한 선물로 추진해 받은 인증인데요. 이름에 맞는 가게가 되도록 해야죠. 사실 노량진수산시장에는 50년은 명함도 못 내밀만큼 오래된 가게가 많거든요. 그분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게, 백년가게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평생 직업이라 생각하고 오래오래 수원상회를 지켜가겠습니다.

수원상회

· 주소 : 서울 동작구 노들로 674 노량진수산시장 1층 활어83호(남1문 정문 좌측)
· 전화 : 02-2254-7236
· 주요메뉴 : 광어, 우럭, 도미, 방어, 대게, 새우, 전복 등
· 영업시간 : 06:00~22:00(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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