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 돼지김치구이 원조
진해 동전집 전광중 대표
멋 부리지 않은 간판에 알루미늄 새시가 정겨운 가게.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면 투박한 드럼통 테이블 주위에 등받이도 없는 의자가 옹기종기 자리한다. 20~30년 전 풍경이라 해도 믿을 만한 이곳은 진해역 앞에 자리 잡은 ‘동전집’. 4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오직 돼지김치구이 메뉴 하나로 승부를 건 동전집은 일대에서는 소문이 자자한 가게다. 어머니에 이어 2대째 식당을 일구고 있는 전광중 대표는 ‘초심’을 강조한다.
“1970년대 간판도 없이 운영하던 노포가 그 출발이에요. 당시 진해 군무원들이 노란봉투에 월급을 받았는데요. 동전을 모아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 해서 ‘동전집’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거죠. 1985년, 어머니께서 그 가게를 이어받으며 정식으로 ‘동전집’ 간판을 내걸고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오후 5시,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속속 들어선다. 직접 담근 잘 익은 김치와 국내산 돼지고기의 조합, 한국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맛이 테이블마다 지글지글 익어간다. 곁들여진 술 한잔에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고, 마무리로 볶음밥까지 한 술 더하면 이보다 든든한 한 끼가 없다. 주머니 부담 없이 좋은 사람들과 정겹게 마주할 수 있는 오래된 가게, 동전집이 지켜온 역사가 고맙게 다가온다.
동전집은 노포 감성을 그대로 살려 매장을 꾸린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주요 특징을 소개해주세요.
1985년부터 자리 이동 없이 이어왔으니 오래된 가게가 맞죠. 테이블, 조리도구, 집기류도 문제가 없는 한 옛날 것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확장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로 바꿔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단골들이 모두 말리더라고요. 멋 부리지 말고 지금 그대로 유지해달라면서요. 이곳은 10년 손님도 새내기이고, 30년은 되어야 단골 명함을 내밀거든요. 손님들 의견에 따르길 잘한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왔던 손님들이 자녀들과 함께 오는 모습을 보며 추억과 감성을 그대로 잇는 게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죠.
메뉴판이 인상적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돼지김치구이 단일메뉴입니다. 다른 메뉴도 욕심이 날 법한데 하나만 지켜오신 게 놀랍습니다.
앞서 말한 초심과 이어지는데요. 동전집의 시초가 그러했듯 하나의 메뉴를 제대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아끼지 않는 재료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고기는 신선한 국내산 암퇘지의 삼겹살, 앞다릿살만 사용하고 있고요. 김치는 여름철만 빼고 계속 담급니다. 해남에서 공수한 배추와 거창에 수확한 태양초 고춧가루만을 사용하죠. 가맹점에도 납품하기에 한 번에 100포기씩 담아 3개월 정도 익힙니다. 숙성된 김치를 돼지고기, 비법소스와 함께 볶으면 끝내주죠. 오랜 단골들이 예나 지금이나 맛이 변치 않는다고 말씀해주시면 고단함이 싹 사라지죠. 돼지김치구이를 먹은 후 꼬들꼬들하게 볶은 볶음밥까지 더해야 제대로 먹었다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대부터 이어져 오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머니가 첫 번째로 강조하신 게 신선한 재료입니다. 음식에 진실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이죠. 두 번째로는 관계였는데요. 음식도 맛있어야 하지만 오신 분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퍼주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하셨죠. 이 말씀은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전통은 이어가면서도 새롭게 변화를 주는 부분도 궁금합니다.
고기를 찍어 먹는 마늘마요 소스를 추가했어요. 느끼하지 않을까 싶지만 돼지김치구이와의 조합이 좋습니다. 기본 국물도 여름에는 콩나물 냉국, 미역 냉국을 내고, 겨울에는 시락국(시래깃국)과 따듯한 콩나물국을 냅니다. 기본 메뉴는 지키면서 주변 메뉴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도 활발히 전개하고 계십니다. 현황을 소개해주세요.
오래된 가게의 단일메뉴라는 명확한 개성과 장점을 보시고 단골분들이 먼저 권하셨어요. 그렇게 단골손님이 부산에서 가맹점을 열었는데 입소문이 나고 반응이 좋아 점차 확장하게 되었죠. 현재 부산에 5곳, 진해, 창원, 대구, 진주, 본점까지 총 10곳의 동전집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확장을 위해 어떤 점을 신경쓰고 계신가요?
어머니가 3곳을 일구고 제가 물려받으며 적극적으로 확장해나갔는데요. 가게를 운영하며 가맹점까지 신경쓰는 게 버겁더라고요. 그래서 초기에는 전문적인 프랜차이즈 관리업체와 협업해 기본 틀을 다졌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화되자 다시 제가 도맡게 되었죠. 또 인테리어, 물류 등 전 분야에 관여하지 않고 전수 창업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도 나름의 전력이었습니다. 맛의 핵심인 김치 공급과 기술만 전해주고 나머지 부분은 가맹점주가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인데요. 메뉴가 한 가지이다 보니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장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돼지김치구이가 인기를 얻다 보니 모방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자본력을 가지고 서울에서부터 전국으로 확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그곳에서 먼저 메뉴를 맛본 이들은 그 맛을 원조라고 생각할 테니 안타깝죠. 하지만 지금은 동전집이 가장 오래된 원조임은 변하지 않으니 묵묵히 이끌어가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50년 전통을 자랑하고, 백년가게 인증까지 받으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먹어보고 비교해주세요.
백년가게로 계속해서 성장해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네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원조 할머니부터 시작하면 54년의 역사를 품은 동전집인데요. 앞으로 60년, 70년, 100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말고 잘 끌어가겠습니다. 또 동전집 돼지김치구이를 가정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도록 즉석가공식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가맹점도 경남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50개 정도 늘리는 꿈을 꿔봅니다. 변함없는 맛과 인심으로 찾아가겠습니다.
· 주소 | 진해 동전집 본점
· 전화 | 055-546-3553
· 영업시간 | 17:00~23:30(매주 월요일 휴무, 명절 휴무)
· 주요메뉴 | 돼지김치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