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구는 약 900년 전 고려시대부터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개최한 선잠제향 행사를 매년 5월 선잠단지에서 재현, 봉행하고 있습니다.
성북동 우리 동네 역사이야기 두 번째! 우리 구 대표적인 전통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한 선잠제향의 무대, 선잠단 터에 대해 소개합니다.
성북동 선잠단 터(사적 제83호)의 무성한 뽕나무숲을 들여다보면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1925)이생각난다. 소설 속 뽕밭이 모든 희망이 무너진 디스토피아의 축도라면 선잠단 터의 뽕나무 숲은 유토피아, 즉 입을 것 걱정 않고 누구나 부족함 없이 사는, 살기 좋은 나라를 향한 오랜 갈망의 표현이다.선잠단에서 지내던 선잠제(先蠶祭)는 처음으로 누에를 쳐서 비단을 짜 옷을 해 입었다는 전설의 여인서릉씨를 선잠신으로 받들어 모시는 국가의 중대한제사였다. 그 해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선잠제는 일년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와 짝을이루었다. 고대 중국에서 발달한 이 제사들이 한국에 수용된 것은 고려시대부터로 조선왕조는 고려의체제를 이어받아 정종 2년(1400) 음력 3월에 처음선잠제를 지냈다. 이후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선잠제는 조선시대 내내 중요한 국가제사로 치러졌다.
선잠단(일제강점기). 가운데 직사각형으로 구획지은 토지와 정사각형 제단이선잠단이다. 제단 앞으로 복개되지 않은 성북천이 흐르고 있고 오른쪽 산 아래에서는 마전한 광목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 본 저작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4유형으로 개방한 ‘조선총독부박물관 유리건판 사진(작성자 :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용하였으며, 해당 저작물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수 있습니다.
선잠단 터는 서울에 남은 조선시대 유적들 중에서도 연대가 오래된 축에 속한다. 『세종실록』 지리지에‘선잠단은 동소문 밖 사한이에 있다’고 적혀 있고,『태종실록』 13년(1413)조에 ‘선잠의 단과 담이 이미 축조되었으나 법식과 다르므로 옛 제도에 따라수축해야 한다’는 기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선잠단은 태종이 한양으로 환도한 이후인 태종 5년(1405)과 태종 13년(1413) 사이에 동소문 밖 사한이(沙閑伊), 곧 성북동 지금 이 자리에 조성된 것으로 보는것이 타당하다. 그 후 단을 옮겼다는 기록이 없으므로 1908년 신위가 사직단으로 옮겨가면서 제단이철폐되기까지 선잠단은 거의 600년 세월 동안 제자리를 지킨 셈이다. 일제강점기에 본래 있던 제단과담장도 없어지고 길가의 필지도 일부 잘려 나갔으나 가운데 터는 용케 살아남았다. 지금 터 안쪽에 마련해 놓은 제단과 그 위의 비석은 본래의 것은 아니며 근래 선잠단 터 정비 시에 만들어 놓은 것인데 이것을 옛 제단으로 착각하는 방문객들이 많다. 『세종실록』과 『국조오례의』 등 여러 문헌에 그 치수와 규례가 도판과 함께 실려 있으니 제단과 담장을 옛 제도에 맞게 복원하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일제강점 이후 중단된 선잠제를 이곳에서 다시 봉행하기 시작한 해는 1993년이다. 제단이 철폐된 지85년 만의 일이었다. 1976년부터 제단 터 안에 뽕나무를 식재하고 가꾸어오던 성북동 주민들과 대한잠사회의 노력이 컸다.
선잠단지(2016. 4. 7. 선잠단 앞 백강빌딩 옥상에서 촬영). 뽕나무 40여 주가 식재되어 있으며 입구에 홍살문이 세워져 있다. 올해 선잠제향은 5월 22일(일)에 열린다.
이후 선잠제는 성북동 주민들이 주축이 된 선잠제보존위원회를 중심으로 매년 5월마다 성북구민의 날 행사와 연계해 치러졌으며 올해로 23회를 맞는다. 특히 올해는 왕비·공주선발대회가 다시 열려 온 구민이 함께하는 성대한잔치로 치러질 전망이다.선잠단과 마찬가지로 선잠제 역시 복원이 필요한‘무형’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원형을 복원하고자 한다면 지금과 같이 1년에 한 번씩 치르는 재현 행사만으로는 백년하청이다. 선잠제와 같이 하나의 지역 공동체 속에서 재현되는 무형유산은 반드시 원형을 철저히 고증한 다음 재현에 참가할 사람들을지정해 놓고 정기적인 연습을 통해서 그 지역의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무엇보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 보인다. 장기적인복원 계획의 수립과 제례의식의 전수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구의소중한 문화유산인 선잠단과 선잠제가 주민들의 삶의 맥락과 무리 없이 이어져 모두가 사랑하고 아끼는 문화유산으로 부활할 날을 기다린다. (성북문화원 향토사연구팀)
제23회 선잠제향 개최
고려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개최했던 선잠제향!화창한 봄날, 여러분과 함께 조상의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자 선잠단지에서 전통 제례의식을 재현합니다.
일시 : 2016. 5. 22.(일) 10:30~12:30
장소 : 선잠단지(성북로 17), 성북동길
세부행사 :
문의 : 문화체육과 ☎ 02-2241-2603
선잠퍼레이드 참가자 모집
모집대상 : 선잠퍼레이드 참가자 100명 이내(왕비, 공주 이외 장군, 상궁, 병졸 등으로 참가)
응모자격 : 성북구에 주민등록을 두거나 관내 교육기관에 재학중인 중학생 이상자
선착순 모집(가족단위 참가 환영)
접수기간 : 2016. 4. 18.(월)~5. 13.(금)
신청방법 : 이메일(sbcc1@naver.com) 또는 성북구청 홈페이지 직접 신청
문의 : 선잠제향준비위원회 ☎ 02-765-1611
문화체육과 ☎ 02-2241-2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