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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비 내린다


박충식(정릉4동)


됴화 꽃 버리고 익지 못할 열매 안아

비에 잎새 떨며 흐느끼고


남 몰래 밤새 파랑 사연 품고

빗물에 꺾인 가지 은행 서글퍼 목 메이면


고개 숙여 시들던 장미에

가시 돋친 빨간 꽃잎으로 비 내린다


담쟁이 쓰러지는 벽 잡고

유리 같은 표피로 쏟아지는 빗물에 울고


바람개비 씨앗 떨어질 사

단풍 흔들리는 이파리마다 눈물 일어


버림받은 멧비둘기 하나 빗줄기 피해

단풍 품으로 접어들면


아름등걸 소나무 가지 벌려

오는 비 서러워 휘장을 친다


운무는 저 건너 산을 가리고 비 내린다

운무는 저 건너 북한산을 가리고 비 내린다

저 건너 북한산 운무 속에 비 내린다


북한산에 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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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공무원 문예대전 시 부문 동상 수상작

자반 고등어


박정훈(성북구청 마을민주주의과)


갈길 잃은 흩어짐으로 아직 남은 늦더위가

오후 두시 골목시장 좌판을 훑고 간다


비린내 가득한 좌판 위로 자반고등어가

지친 늑골의 육신을 내려놓고 외마디 외침으로

공양의 길을 가고 있다


검은 빛 감도는 허파 사이로

오대양 삼해 온갖 세월을 유영하던 움직임들이

이젠 숨죽여 발가벗은 몸으로

미소같은

그윽한 편안함이 묻어 있다


소금에 염장되어

자신의 마지막 한 점 살점까지도

몸 보시 하는 인자한 황금빛 웃음에는


한여름 그 길고 험한 물길질 대신

이젠 모든 생리작용을 마치고

세월의 빗장을 열어둔 채

죽음의 정원을 짓는

늙은 누에의 거룩한 영혼의 입놀림같이

자식들의 굶은 배를 위해

물배 채우시는 늙은 어매의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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