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기장 붕장어 맛보러 오세요

부산 죽도횟집 윤재홍 대표

부산 기장군 대변항과 마주한 섬 하나 죽도. 그 섬을 오가던 이들이 간단히 목을 축이며 쉬어가던 육지의 구멍가게가 어느덧 기장의 55년 변천사를 품은 맛집으로 성장했다. 1965년부터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켜온 부산 기장군 연화리의 죽도횟집. 대를 이어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재홍 대표는 이곳에서 낳고 자라고 성장했다. 자신이 뿌리내린 생의 터이자 대를 이어 업을 일궈온 삶의 터에서 그는 매 순간 진심일 수밖에 없다.

부산 기장의 토박이 횟집

“언제 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변치 않는 가게였으면 해요.”

잠잠한 바다만 있지 않듯 50년 세월을 버틴 가게에 크고 작은 풍랑이 왜 없었을까. 그럴수록 전통을 지지대 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아 가게 정리를 마음먹었을 때 주어진 ‘백년가게’라는 타이틀은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었다. 한번 맛본 붕장어 맛을 잊지 않고 변함없이 발길을 잇는 단골을 떠올리고, 조금씩 가게를 넓혀가며 55년의 서사를 써온 어머니의 노고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은 윤재홍 대표와 아내 이민정 씨. 덕분에 부산 기장에서 손꼽히는 붕장어 회와 구이, 국찜을 죽도횟집에서 변함없이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흔들림 없는 뚝심이 참 고마울 따름이다.

최고의 붕장어를 만나는 시간

죽도횟집은 1965년 현재 자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식당을 열게 되었는지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저희 동네가 워낙 바닷가 시골 마을이었어요. 집만 있었을 뿐 논이나 밭, 배가 없으니 먹고살 길이 늘 막막했죠. 다행히 어머니(이송자 창업주)께서 추진력이 있어 처녀 때부터 구멍가게를 운영했다고 해요. 그 경험을 살려 시골집의 벽 한쪽을 뚫어 가게를 시작했는데요. 죽도에 관광객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먹을거리가 있느냐, 회도 좀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 죽도횟집의 시작이죠. 1972년도부터 정식 허가를 받고 식당을 시작했는데 기장군에서 허가가 난 네 번째 식당, 횟집으로는 첫 번째라고 해요. 그 자리에서 조금씩 가게를 늘려가며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2대째 가게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대를 잇게 되었나요?

제가 태어날 때부터 해오던 일이잖아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소일거리를 도왔고, 대학 시절에는 토, 일요일은 항상 가게에 출근해 일을 배웠어요. 졸업 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20대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다 90년대 중반부터 제가 중심을 잡고 경영하게 되었죠.

죽도횟집은 기장의 숨은 맛집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주요 메뉴가 어떻게 되나요?

붕장어 전문점으로 회와 구이는 물론 찜과 국의 중간인 붕장어 국찜도 사랑받는 메뉴입니다. 횟집은 재료가 좋아야 하잖아요. 기장 앞바다에서 잡히는 붕장어는 특히 알아줍니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고, 물살의 빠르기도 세서 물고기의 기운이 좋다고 할까요. 살이 좋고 맛있어요. 한때 좋은 해산물은 모두 일본으로 수출했잖아요. 일본어 명칭인 ‘아나고’를 더 친숙하게 여기는 분도 많더라고요. 붕장어는 기장이 유명해서 수출 회사의 출장소가 인근에 들어섰어요. 관계자들이 저희집에서 숙식을 하기도 했고요. 바다의 좋은 재료와 주변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붕장어가 주메뉴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철별로 봄에는 대변항 봄멸치로 찌개와 회를, 가을에는 전어를, 겨울에는 광어를 계절 메뉴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게 해준 맛의 비법이 궁금합니다.

뻔한 답이지만 대충하는 법이 없습니다. 매 순간 정성을 다하죠. 회의 경우 붕장어 껍질을 벗긴 후 기름을 빼는 과정이 중요한데 주문 제작한 유압기를 사용해 기름을 빼기에 더 담백하고 탄탄한 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직접 기른 풍성한 채소도 한몫하죠. 어머니가 직접 밭에서 일군 상추, 겨울초, 파 등이 해풍을 받고 자라 보기에는 별로여도 맛이 진하고 좋거든요. 여기에 매년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장에 회를 싸 먹으면 끝내 줍니다. 초장은 1년 넘게 숙성한 고추장을 쓰기 때문에 색은 좀 검지만 맛은 훨씬 깊습니다.

2대 경영인으로 대표님이 새롭게 도전하거나 변화시킨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터가 4대째 살고 있는 자리거든요. 가게를 조금씩 넓혀온 터라 낡았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는데요. 제가 위생만큼은 철저하게 신경쓰고 있습니다. 또 좀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싶어 부산시청 수산과의 주도 아래 ISO 9001 인증을 받았습니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선진 시스템을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어떤 가게든 허점이 없을 수 없으니 늘 피드백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개선해나가는 작업을 하자는 배움을 얻었지요. 또 부경대학에서 생선회 과정을 배우고, 일식집이나 다른 동네 횟집과 모임을 하면서 늘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메뉴도 조금씩 변화를 줬죠. 회 세트메뉴를 개발하고, 기장의 잔칫집에 가면 늘 볼 수 있던 진한 국물의 붕장어 국찜도 보양식으로 선보여 인기 메뉴가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고객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철마다 오시는 분, 3대가 같이 오시는 분, 어릴 때부터 저를 봤다며 반가워하는 분 등 모두 소중한 손님이지요. 기장이 고향인데 붕장어 회가 생각난다며 배달을 요청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루가 걸리는 택배 배송은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안 하고, 고속버스 당일 특송으로 보내드립니다. 붕장어는 하루 정도 숙성하면 식감이 더 좋아지기 때문에 지방 배송도 가능합니다. 가끔 포장해서 일본까지 가져가는 분도 계세요.

횟집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붕장어 손질이 꽤 힘이 들어가는 일이라 젊은 사람은 지겨워하고, 나이가 있는 분은 힘에 겨워하시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모이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더 책임감 있게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경영 철학이나 원칙은 무엇인가요?

‘고인물이 되지 말자’입니다. 전통을 지킨다고 안주하여 게을러지면 안 됩니다. 계속 배우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복잡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가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죽도횟집을 만들고 싶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는데요.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아내도 몸이 안 좋아 가게를 접어야 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백년가게’ 신청을 했어요. 백년가게에 선정이 되자 ‘가게를 그만두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어요. 다행히 건강도 회복되는 중이고요. 컨설팅과 교육까지 제공하니 힘을 안 낼 수가 있나요. 회는 가끔, 특별하게 날을 잡아 먹는 메뉴잖아요. 언제 오더라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한결같은 맛으로 만족감을 주는 백년가게로 키우고 싶습니다. 전통을 이어가면서 늘 변화하며 질을 높이는 죽도횟집을 지켜봐주세요.

부산 죽도횟집
· 주소 :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1길 215
· 전화 : 051-721-2411
· 영업시간 : 10:00~21:00(목요일 휴무)
· 주요메뉴 : 붕장어 회, 붕장어 구이, 붕장어 국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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