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피커는 소리를 귀로 듣는 걸 넘어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소리가 가진 본연의 힘을 증폭시키고, 미세한 결의 차이까지 완벽하게 구현하는 스피커는 단순히 제품만 좋다고 구현되지 않는다. 부산 서면악기상가에서 40여 년 자리를 굳히며 국내 최대의 음향기기 전문점으로 성장한 현대음향사. 그곳을 지키는 이정주 대표와 아들 이동현 실장의 손끝에서 최고의 소리가 조율된다.
소리를 조율하는 부자
전파사 직원에서 출발해 어느덧 자체 제작은 물론 수입산 음향기기까지 한눈에 꿰는 이정주 대표는 서면악기상가에서 이름난 음향 전문가다. 아들 이동현 실장은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스피커가 어떤 공간에 있든 역할에 맞게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완벽한 세팅을 선보인다.
“40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스피커를 접하기 힘들었어요. 스피커, 앰프 등 오디오 관련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제작까지 하다 보니 단순히 제품을 파는 가게보다는 경쟁력이 있지요. 소리가 만들어져 들어오고 나가는 전 과정을 직접 부딪치며 배웠으니까요.”
이정주 대표에게 절대 대충은 없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소리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동현 실장은 최고의 스승이 전하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오늘도 완벽한 소리를 찾아간다.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소리의 모든 것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가게를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현대음향사의 출발은 1980년인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정주 : 젊은 시절 기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전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파사 대표님이 내로라하는 기술을 가지고 계셔서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습니다. 스피커나 앰프 제품 제조까지 가능했으니까요. 전파사가 폐업하자 동종업계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참 많이 들어왔어요.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며 두루 경력을 쌓고 학생들에게 기술도 가르쳤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당시 어려웠던 수입 제품을 들여오는 루트를 알게 되어 남들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980년 문을 연 현대음향사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구하기 힘든 수입산 음향기기를 판매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동현 : 저는 자연스럽게 합류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강의 시간이 비거나 방학 때가 되면 당연한 듯 아버지 사무실에 와 일을 도왔거든요. 자연스럽게 일을 익히면서 자리를 잡았죠. 주로 현장 미팅이나 음향 공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했으니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현대음향사가 취급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이정주 : 최신 기술력이 적용된 스피커부터 빈티지 스피커까지 폭넓고 다양한 스피커와 음향기기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수입 브랜드는 물론 국내 생산 브랜드와 현대음향사만의 자사 브랜드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죠. 최근 빈티지 오디오 시장이 떠오르면서 30년 이상 오래된 스피커를 직접 수입, 검수해 판매하고 있는 점이 특별하네요.
이동현 : 오래된 스피커를 재생, 복원하는 서비스도 이뤄집니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세대에게 오디오는 각별한 애장품으로 소중히 사용하는 물건이었습니다. 개개인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오디오가 많지요. 오랜 세월을 겪으며 고장 난 기기들을 손봐 고객들에게 그 시절 추억을 깨워 선물하고 있습니다.
서면악기상가는 음향기기 전문가들이 모인 곳인데요. 그중에서 현대음향사가 지닌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이정주 : 40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스피커나 수입산 제품들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했습니다. 고육책으로 스피커, 앰프 등 오디오 관련 장비들을 직접 개발·제작해서 판매했는데요. 그것이 오롯이 남들은 따를 수 없는 기술력으로 남았습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판매나 설계, 공사를 하다 보니 더욱 완성도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직원들이 동종업계에 비해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최신 기술도 뒤처지지 않고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최고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셈인데요.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이었나요?
이동현 : 아버지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대충대충 하지 마라’입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서 지금은 세뇌가 되어 어떤 부분에서든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것이 습관화되었습니다. 따끔한 가르침 덕분에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음향 전문 업체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이정주 : 하나를 꼽으라면 사용자 교육입니다. 음향은 기술적인 부분과 음악이라는 예술적 장르가 결합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기를 조작하는 데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섬세한 조작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이를 실제 사용자가 제대로 익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교육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동현 : 예를 들어 스피커나 믹서의 사용법을 다 알려드렸는데요 고객이 집에 가서 잘 모르겠다고 전화를 주는 사례가 절반 정도입니다. 일과 중 1/3은 고객 상담에 할애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인상적인 고객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이정주 :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해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죠. 특히 공연장, 클럽, 고급 판매매장의 경우 음향에 매우 신경을 쓰는 업종 중 하나인데요. 소리가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솔직히 개개인의 음악적 취향 차이가 있어 명확한 기준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이 주관적 영역까지 저희의 음향 지식과 기술력으로 만족스럽게 채워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했을 때가 가장 뿌듯하죠.
이동현 : 예민하고 까다로운 고객을 만나 저 역시 한층 성장한 사례가 있습니다. 음향을 좀 더 개선하기 위해 많은 테스트를 해보고, 그 과정에서 음향 공부를 깊이 있게 하게 되었죠. 결국 미세한 소음의 원인이 음향 쪽이 아니라 잘못된 전기공사 탓으로 밝혀졌는데요. 덕분에 외부의 다른 문제가 음향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실제로 보고 겪으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하는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이정주 : 한 길을 오래 걷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네요. ‘백년가게’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니 더 발전하는 회사로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듭니다. 앞으로도 정직하고 좋은 서비스와 품질로 고객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현대음향사가 되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하고 있는 일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동현 : 아무래도 저희 세대의 숙제일 것 같은데요.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음향업계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습니다. 늘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죠. 아날로그 제품에 대한 기술력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음향 장비와 서비스가 무엇인지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타버스’ 가상현실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가상공간을 활용해 스피커를 설치하기 전·후의 차이점, 위치에 따른 소리의 변화를 고객들이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음향과 메타버스의 접목 분야에서는 저희가 선두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아가 현대음향사를 방송 음향·영상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뢰도 높은 회사로 키우고자 합니다.
부산 현대음향사
· 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동 347-40 악기상가2층 233호
· 전화 : 051-816-2233
· 영업시간 : 09:30~18:30
· 취급상품 : 스피커, 앰프, 믹서 등 음향장비 및 설치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