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영흥도의 맛,
바지락 고추장찌개

하늘가든 허복순 대표·안대영 씨

인천 옹진군 영흥도가 정말 섬이던 시절, 다리가 아니라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었던 시절부터 자리를 지켜온 식당이 있다.

영흥도 터줏대감, 하늘가든

영흥도 앞바다에서 나는 바지락과 직접 기른 신선한 채소로 한 상을 푸짐하게 차려내는 하늘가든. 영흥대교를 지나 자동차로 2분여를 더 달리면 만날 수 있는 하늘가든은 영흥도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너도나도 바지락칼국수를 내놓을 때 칼칼한 ‘바지락 고추장찌개’로 승부를 건 허복순 대표는 어느덧 29년째 영흥도를 지키고 있다.

물론 그 시절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뱃길로 통하는 섬,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기란 늘 녹록하지 않았고, 2020년에는 화재로 가게가 타버리기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장사를 접을 위기의 순간에 사위 안대영 씨가 합류하며 새로운 힘을 얻었다. ‘바지락/굴 고추장찌개 밀키트’를 출시해 영흥도 너머로 고객을 폭넓게 확장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위기는 있다. 그 순간을 딛고 일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앞으로 10년, 20년을 이끌어갈 내공이 쌓인다. 하늘가든이 어느덧 3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키고 ‘백년가게’ 인증과 함께 2대 경영을 준비하듯 말이다.

소박한 고추장찌개의 반전

1993년, 배로 영흥도를 오가던 시절부터 식당을 운영하셨습니다. 접근성도 좋지 않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던 곳에 터를 잡고 식당을 창업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허복순 : 처음으로 식당을 연 건 1988년 즈음이었어요. 남편이 건설회사를 운영했는데 직원들을 위한 밥을 한두 번 해주던 것이 함바식당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1993년 남편 고향인 영흥도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요. 당시 옹진군수가 간담회를 위해 건물을 잠깐 빌려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탁자만 있고 의자가 없어 남편이 배를 타고 의자를 사왔습니다. 간담회가 끝나고 나니 탁자와 테이블만 남게 되었잖아요. 그걸 보고는 그대로 식당을 열자고 한 거죠.

하늘가든의 ‘바지락 고추장찌개’는 어느덧 영흥도를 대표하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떻게 탄생한 메뉴인가요?

허복순 : 영흥도에는 바지락과 굴이 흔하거든요. 어느 날 시어머니가 바지락과 채소를 고추장 양념에 볶아 시금치쌈으로 드시더라고요. 그게 맛있어 보여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바지락쌈장에 육수를 더해 고추장찌개로 끓여본 것이지요. 칼칼한 게 밥에 비벼 먹으면 다들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2014년 인천에서 주최하는 스토리텔링 맛집 품평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냄비와 재료만 챙겨서 갔는데 다른 분들의 출품 음식이 엄청 화려하더라고요. 심사위원들이 제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소박한 바지락 고추장찌개만 자꾸 졸아만 가던 중 한 분이 와서 드시고는 ‘이게 무슨 맛이냐’며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밥을 비벼 먹으면 맛있겠다면 호평을 하셨죠. 이에 사람들이 모이더니 한 냄비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날 준비한 재료를 모두 소진하고 왔어요. 거기다 상까지 받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옹진군에서는 바지락 고추장찌개를 토종 음식으로 지정해줬고요. 자연스럽게 가게의 대표 메뉴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바지락 고추장찌개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허복순 : 모든 음식의 기본은 좋은 재료로 정성껏 조리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영흥도에서 나는 최상품 바지락과 굴을 재료로, 남편이 직접 재배하는 호박, 고추, 양파 등 신선한 채소를 더해 끓여내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죠. 바지락의 경우 3일에 한 번씩 그때그때 까서 사용해 신선도가 좋습니다. 비결이 단순하죠?

식당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허복순 : 해산물을 주로 다루다 보니 위생과 신선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낙지 전골과 연포탕, 매운탕도 잘 나가는 메뉴인데요. 한 번도 죽은 상태로 끓여드린 적이 없어요. 이 원칙만 잘 지켜도 맛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부터 사위 안대영 씨가 합류하면서 하늘가든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안대영 : 2020년 10월에 수족관 합선으로 건물 1층이 모두 타는 화재 사고가 있었어요. 장모님께서 상심이 크셨는데 다행히 장인어른이 건설업 경력이 있어 빨리 정비를 했습니다. 좌식이던 공간을 입식으로 바꾸며 변화도 주었고요. 때마침 방송에 바지락/굴 고추장찌개가 소개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손님 발길이 뜸해지면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장사를 접는 것까지 고민했으나 30년 가까이 운영해온 식당을 쉽게 접을 수 없다는 게 가족들의 결론이었어요. 돌파구를 고민하던 중 제가 밀키트 제작을 제안하게 되었죠.

코로나19 시대에 딱 맞는 해법을 찾은 셈이네요.

안대영 : 처음엔 어머니는 생소해하셨는데 코로나19로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몇몇 팀원들과 밀키트팀으로 전환을 했어요. 허가부터 패키지 제작, 발송까지 전담해 작년 6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이미 고추장찌개 맛을 아시는 식당 방문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가게 곳곳에 밀키트 출시를 적극적으로 알려 입소문이 나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포털 사이트에 ‘하늘가든’을 검색했을 때 식당 관련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전략을 짰고요.

요식업은 처음이었는데, 밀키트 제작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안대영 : 허가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기존 메뉴를 단순히 온라인에서 파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큰일이 납니다. 밀키트는 별도의 판매 허가증을 얻어야 하거든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옹진군에서의 첫 밀키트 제작이다보니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오히려 제가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좀 더 젊은 세대인만큼 새롭게 발전시켜가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대영 : 시스템 부분을 정비했습니다. 손님이 많아질 경우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불편을 느끼고 돌아서게 되거든요. 결제와 QR체크인을 위한 시스템, 통일된 메뉴판, 정돈된 식기류 도입 등을 추진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메뉴도 추가적으로 밀키트로 개발하고, 장인어른이 직접 키우는 농산물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등 ‘하늘가든’을 영흥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우려고 합니다.

장모님과 사위가 함께 하면서 ‘백년가게’의 의미가 더욱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허복순 : ‘백년가게’라고 하니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사실 100년이라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영흥도에서 오랜 시간 터를 잡고 운영해온 만큼 할 수 있을 때까지 잘 잘해보겠습니다. 안대영 : 처음에는 밀키트 출시까지만 목표로 하고 발을 디뎠는데 일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진짜 백년가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하늘가든

· 주소 :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로251번길 24
· 전화 : 032-886-3916
· 영업시간 : 10:00~20:00(둘째, 넷째 수요일 휴무)
· 주요메뉴 : 바지락 고추장찌개, 굴 고추장찌개, 연포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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