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1

깔끔·담백한 감자탕,
어머니의 30년 손맛

송가네 감자탕 이장운 대표

진정한 맛집은 손님을 가리지 않는 법, 찾아오는 손님의 폭이 넓다. 잠실 장미아파트를 끼고 있는 장미상가 지하의 ‘송가네 감자탕’은 점심시간을 꽉 채우는 직장인부터 늦은 오후에 찾아오는 학생들, 저녁 시간에 들르는 주민들까지 늘 북적인다. 1989년도에 문을 열어 어느덧 33년째이니 대를 이어 찾는 단골도 적지 않다. 어머니 송입춘 창업주에 이어 2대째 가게를 잇고 있는 이장운 대표는 뚝배기 감자탕 한 그릇을 말끔하게 비우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절로 미소가 번진다.

30년 한자리, 맛도 추억도 그대로

“몇 년 전에 어머니를 찾아온 30대 청년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저희 감자탕을 먹었다면 이사 후 정말 오랜만에 왔다고 하더라고요. 더욱이 예비 신부에게 감자탕을 맛보여주고 싶어 찾았다며 맛있게 그릇을 비우는 데 정말 뿌듯했습니다. 어머니를 위한 선물까지 준비해와 더 감동이었고요. 어머니는 보답으로 청년의 부모님을 위한 감자탕을 포장해드렸어요. 오랜 세월의 정을 느끼는 순간이었죠.”

이장운 대표는 2019년 가게를 물려받으며 좋은 재료를 쓰는 법, 맛을 내는 법, 손님을 대하는 법 등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레시피는 차곡차곡 정량화했지만 그동안 쌓은 손님들과의 돈독한 정은 어떻게 이어받을 수 있을까? 그 답은 2022년 송가네 감자탕 풍경에 담겨 있다. 정성스럽게 감자탕을 조리하는 이장운 대표와 살갑게 손님을 맞는 아내 박주연 씨의 호흡이 차려낸 감자탕에는 자연스레 따스한 정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재료를 고집하는 뚝심의 감자탕

2대째 감자탕 전문점을 운영 중이십니다. 지하상가에서 무려 33년인데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80년대 후반 아버지의 사업이 순탄치 않자 방향을 전환해 어머니와 아버지가 음식점으로 눈을 돌리셨습니다. 1989년 지금의 장미상가 지하에 집에서 먹던 조리법으로 감자탕 전문점을 열게 된 것이죠. 초창기에는 ‘영스넥’이라는 상호를 걸고 소규모로 시작했어요. 전라도 출신인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워낙 좋아 문을 연 지 1~2년 만에 금세 소문이 났습니다. 인근 직장인에게 점심때는 물론 퇴근 후 회식 장소로도 인기가 좋았고, 아파트 주민들도 즐겨 찾는 식당이 되었죠. 그렇게 30년 가까이 이끌어 오시다 5~6년 전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저에게 가게를 이어받으면 좋겠다고 권하셨어요. IT 업종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저 역시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결국 어머니가 오랜 세월 일군 감자탕으로 대를 잇는 것도 의미가 크겠다는 결심이 서서 직장을 정리했습니다. 2년간 어머니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후 2019년부터 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감자탕은 조리법이 꽤 복잡하고 까다로운 메뉴 중 하나입니다. 맛을 그대로 이어받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감자탕이지만 식당에서 서빙과 청소만 해봤지 주방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 건 처음이었어요. 가장 큰 난관은 어머니의 경우 계량화 없이 30년 노하우로 맛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차곡차곡 정량화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렇게 비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4년 정도 이끌다 보니 안정적으로 맛이 유지되더라고요. 기존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소문난 감자탕의 비결은 무엇이던가요?

일단 전국 감자탕 전문점 중 국내산 돼지 등뼈와 목뼈를 사용하는 곳은 10%도 안 될 거예요. 저희는 30년 동안 국내산만 고집했습니다. 어머니의 원칙이었죠. 매일 아침 국내산 돼지 등뼈와 목뼈를 1차로 삶아내 잡내와 불순물을 제거하고, 쌀뜬물로 한 번 더 삶아 고기를 부드럽게 합니다. 대부분 감자탕 전문점에서는 잡내 제거를 위해 된장을 풀어 짠맛이 강한데 저희는 고기 자체가 좋아 된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늘, 생강, 대파 뿌리만으로 잡내를 제거하고, 3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 저염식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국물이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지요. 매일 아침 7시부터 4시간 동안 재료를 다듬고 끓여야 제 맛이 우러나는 감자탕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감자탕이 완성되는 줄 알았다면 아마 인수를 안 했을지도 모릅니다.(웃음)

맛에 있어서는 원칙이 확고한 것 같습니다.

맞아요. 요령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초창기부터 깍두기를 직접 담그셨거든요. 어머니와 김치를 직접 담그기로 약속을 했어요. 논산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국내산 고춧가루를 공수받아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씩 직접 깍두기를 담급니다. 반찬 수는 적지만 하나를 내더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주의입니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우거지도 직접 삶거든요. 주요 재료가 모두 국내산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전통은 이어가되 대표님이 새롭게 발전시킨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머니께서 늘 좋은 재료로 아낌없이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면 손님이 먼저 알아본다고 강조하셨거든요. 그 말씀을 새기며 일주일에 1~2회 가락농수산물시장에 가서 매장에서 쓰는 모든 재료를 엄선해 직접 구매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이동이 불편해 배달을 시켰는데 저는 직접 장을 보고 있죠. 또 한곳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노후 설비가 많았는데 제가 가게를 맡으며 주방을 모두 드러내는 대공사를 했습니다. 싱크대, 가스레인지, 주방후드, 온수기 등 모든 주방 시설을 청결에 중점을 두고 교체했죠. 특히 천연 세제를 사용하는 초음파 식기세척기를 설치해 안전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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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터를 잡은 장미상가의 특징도 궁금합니다.

식당들이 여럿 있음에도 메뉴가 서로 겹치지 않아 서로 상생하는 분위기입니다. 인근에 향군회관, 삼성SDS, 쿠팡 등이 자리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인데 직장인들 사이에서 장미상가는 뷔페로 통할 정도죠. 한편, 상가를 오래 지켜온 상인들이 기둥처럼 자리를 지키고 계셔서 든든해요. 새로 유입된 젊은 상인들도 자식처럼 잘 챙겨주시거든요. 청년회가 있어 상가 발전을 위한 논의도 적극적으로 하고요. 서로 정이 넘치고 윈-윈하는 분위기는 정말 자랑할 만합니다.

백년가게 선정이 더욱 뜻깊을 것 같습니다. 송가네 감자탕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실지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가 궁금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열심히 일군 가게를 물려받은 만큼 더욱더 노력해서 그 맛, 그 정성 그대로 후대까지 이어가고 싶습니다. 비법 레시피를 더 정확하게 정리해 앞으로 100년을 이어갈 송가네 감자탕 역사의 초석을 잘 다져가려고 합니다. 제 뒤는 딸이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어머님께 물려받은 전통 방식 그대로 맛을 지키는 게 가장 큰 숙제가 되겠지요. 또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판매와 홍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고, 잠실 송가네 감자탕 직영1호점을 열어 더 많은 분이 30년 전통의 감자탕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송가네 감자탕

· 주소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길 124(신천동) 지하층 7-4, 7-3호
· 전화 : 02-422-6648
· 영업시간 : 10:00~22:30(토요일은 21:00시까지, 일요일 휴무)
· 주요 메뉴 : 뚝배기감자탕, 라면감자탕, 수제비감자탕, 만두감자탕, 감자탕전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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