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마장동 토박이가 보증하는
최상급 고기

현지축산 정태환 대표

마장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자 마장축산물시장의 터줏대감인 현지축산 정태환 대표는 오늘도 분주하다. 도매시장의 하루는 한 박자 빨리 열리는 법, 그의 하루는 새벽 2시부터 시작된다. 도축되어 기본 손질만 된 돼지가 들어오면 부위별로 정교하게 발골하는 게 그의 몫. 스무 살 때부터 업으로 삼은 일이라 이제는 능숙하지만 칼을 쓰는 일이 손에 익기까지 그가 들인 노력과 시행착오는 팔 이곳저곳에 난 상처가 대신 말을 해준다.

발골까지 직접 하는 마장동 터줏대감

“칼자국이 100군데도 넘을 거예요. 마장동에서도 사장이 직접 발골하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발골 전문가를 고용하는 곳이 많은데 저는 아직도 제가 직접 손질하는 게 맘이 놓여요.”

새벽부터 고기를 손질한 후 주요 거래처에 배송까지 마치면 어느덧 오전이 다 지나간다. 뒤를 이어 아내 김정희 씨가 출근해 소매 판매와 서류 처리 등 가게 살림을 담당하며 호흡을 맞춘다. 대를 이은 정육점의 전통과 자부심은 지키지만 낡은 가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두 사람. Wet Aging 숙성기법으로 맛을 높이는 최상등급 소고기가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이다. 오랜 역사는 이어가되 서비스와 품질은 최고를 위해 늘 새롭게 발전시키는 곳, 현지축산의 오늘이 백년가게의 내일을 굳건히 다져간다.

Wet Aging 숙성으로 더 부드러운 한우

마장동이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집안 대대로 축산업에 몸담은 덕분인데 계보가 궁금합니다.

현재 마장동 현대아파트 자리가 예전에는 도살장이었어요. 할머니께서 도살장 중 한 곳의 이사로 재직하셨고, 그에 발맞춰 어머니께서 마장축산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셨어요. 70년대부터 가게 3개(대일5호, 우길정육점)를 운영하셨는데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할 무렵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시고 가게를 줄이면서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는데요. 그즈음 첫째 딸아이가 태어나서 아이 이름을 따 ‘현지축산’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죠. 마장축산물시장이 ‘T’형으로 형성되었는데 아파트단지와 가로로 붙은 이곳이 원조 골목이라 할 수 있죠.

마장축산물시장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것 같은데요. 현지축산이 다른 가게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역시 좋은 고기이지요. 무조건 A급 고기만을 취급합니다. 요즘은 손님들이 고기 맛을 더 잘 아세요. 한우는 1++, 돼지는 1+ 최상등급만 취급합니다. 좋은 물건은 현찰로 거래하는 가게에 들어오게 되어 있거든요. 저희 어머니께서 늘 강조하는 게 ‘외상으로 물건을 사지 마라’였습니다. 현찰로 바로 결제하며 거래처와 신뢰를 쌓은 덕분에 좋은 고기를 먼저 선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 중간 유통 한 군데만 거치고 바로 저희 가게로 넘어와 제가 직접 발골 작업을 진행해 단가 또한 좋습니다. 하루 10마리 정도 들어오는데 재고를 안 남기고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합니다. 언제 오시든 가장 신선한 고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정육점이라고 하면 낡은 가게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데 무척 깔끔하고 현대적입니다. 가게 전경을 쇼케이스로 구성한 것도 인상적이고요.

소고기의 경우 더 좋은 맛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Wet Aging 숙성기법’입니다. 냉장고 온도를 -2도에서 2도 사이로 일정하게 맞춰 20~40일 정도 숙성시켜 최적의 맛을 찾아냅니다. 이때 스킨진공 포장 기술이 적용되는데요. 압축 진공 포장 덕분에 냉장 상태에서 1달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죠. ‘Wet Aging 숙성기법’을 위해 냉장 쇼케이스 설비를 갖춘 지 8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입맛과 보는 눈이 까다로워진 만큼 고기의 질과 맛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연구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판매처나 고객은 어떻게 되나요?

도매가 70%, 소매가 30% 비중을 차지합니다. 도매의 경우 서울 시내 고깃집, 마트, 정육점 등으로 납품됩니다. 대부분 거래처가 25년 이상의 인연을 자랑하죠. 방이동의 ‘한우한마리’. 경복궁역의 ‘대하식당’이 대표적인 거래처입니다. 서로 믿고 맡기는 사이라 별 말없이 문자로 주문을 넣으면 납품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소매의 경우 시장을 찾는 분이나 아파트 주민들이 단골인데요. 다른 장거리는 마트에서 사도 고기만큼은 저희집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사 후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실 때 참 고마운 마음이죠.

기억에 남는 고객 사례가 있을까요?

아파트 주민분이 LA 갈비를 사셨는데 기름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분명 최상급의 갈비였거든요. 그래서 조리를 해서 맛이 없으면 그때 다시 오시라, 가게 앞에 냄비째 버려도 된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오셨는데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이었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단골이 되셨죠. 저희는 90%가 단골인데 물건이 안 좋아서 발길을 끊는 일은 없습니다. 25년 동안 물건으로 장난하지 않는다는 신념은 지키고 있죠.

축산물을 취급하는 가게이기에 특별히 신경쓰는 점이 있나요? 더불어 대표님의 경영철학도 궁금합니다.

위생에 철저하죠. 매일 작업 후 청소만 2시간씩 합니다. 특히 저희 가게 조명은 일반 정육점 전등보다 3배 이상 밝아요. 그만큼 잘 보이기 때문에 안 닦고는 못 배기죠. 청소까지 완벽하게 끝내야 제 일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에게 정육점을 이어받아 운영하면서 지키는 철칙은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한번 맺은 거래처와는 끝까지 간다는 것입니다. 최상등급의 고기를 제값을 치르고 들여온 뒤 거래처에 안정적으로 제공하면 서로 신뢰가 쌓여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반면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정육점 창업을 준비한다면 어떤 부분을 고려하는 게 좋을까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축산시장이 유통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덤벼들었다가는 살아남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도매가격을 뒤따라가는 구조라 가격이 뛰면 손해를 감수하고 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게 됩니다. 대신 가격이 떨어질 때 손해를 메울 수 있는 거죠. 10년에 한 번 정도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때가 있는데, 한번은 10개월 동안 2억 원을 까먹기도 했죠. 이를 대비해 자금 등 경영관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생물이라 그날그날 들어온 물건을 해치울 수 있는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비수기(여름철)와 성수기(가을, 겨울)가 뚜렷해 이 격차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하는 백년가게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도 궁금합니다.

마장동 토박이로서 어머니 대부터 50년 동안 이어온 가게의 역사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백년가게’인 만큼 다치지 않고 오래도록 가게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욕심을 하나 내보자면 둘째 딸이 호주에서 요리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저의 고기를 다루는 노하우와 딸의 음식을 만드는 노하우를 접목해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을 꿈꿔봅니다. 그때를 위해 흔들림 없이 최상급 고기를 책임지겠습니다.

㈜현지축산

· 주소 : 서울 성동구 마장로35길 76(마장동) 1층 105-1호
· 전화 : 02-2294-3169
· 영업시간 : 02:00~19:00(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 주요메뉴 : 부위별 돼지고기 및 한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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