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2

소상공인을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뛰겠습니다

광명 개성손만두 이종택 대표님

“만두 지름이 약 5cm거든요. 제가 20년 동안 빚은 만두를 쭉 이으면 60km는 될 거예요. 창업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건 없어요. 아침 6시에 나와 매일 1,000~2,000개의 만두를 준비하죠.”

20년 정성, 매일 빚는 손만두

광명시 하안동에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개성손만두’는 동네 만두 맛집으로 통한다. 능숙하게 움직이는 이종택 대표의 손끝에서 크기와 모양이 일정한 손만두가 예쁘게 빚어진다. 손가락 지문이 닳은 지는 오래, 그가 지나온 곡절이 그 굽은 손에 다 담겨 있다.

사업 부도 후 집을 팔고 차린 만둣가게에서 아내 정소영 씨와 딸까지 세 식구가 지낸 팍팍한 시절이 있었다. 절박하게 일군 가게에 불이 나는 시련도 겪고, 2호점을 냈다 폐업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뿐인가. 만두 파동에 휘청이고, 구제역이 유행할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이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이종택 대표는 오늘도 변함없이 만두를 빚는다.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소상공인을 위해 책을 쓰고 부지런히 강연에 나선다는 점이다.

“요즘 마음이 안 좋아요. 코로나19 이후 많은 자영업자가 휘청이고 있거든요. 1~2년은 버텨요. 그런데 그 이상 되면 절망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그 마음을 제가 잘 알아요. 저는 크게 성공한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실패담이 많고 위기를 계속 겪었죠. 이를 버텨내며 20년 동안 가게를 이어온 이야기를 통해 힘들고 지친 소상공인이 위안을 받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강연에서의 진심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감동을 전했고, 책 <진심을 대접합니다>에는 20년 장사의 지혜를 현실감 있게 담았다. 이종택 대표는 20년 동안 빚어온 만두 자랑보다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을 향한 걱정이 먼저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화려한 성공보다 숱한 위기를 넘으며 제 자리를 지킨 하안동의 작은 만둣집 사장의 고군분투가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며 말이다.

생생한 실패담으로 위로를 전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 자리에서 만둣가게를 20년간 이어오셨습니다. 개성손만두의 만두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이 되어있다고 할까요. 보통 만두는 간장에 찍어 먹는데 저희는 간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간이 딱 맞아요. 직접 재료를 손질해 빚기 때문에 크기와 두께, 재료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덕분이죠. 특히 매일 저녁 배추 20포기를 소금에 절여둔 뒤 아침마다 다져서 직접 만두 속을 만듭니다. 겉절이도 매일 만들고, 고명에 올린 김도 매일 구워요. 남에게 맡기거나 날이 지나면 맛이 떨어지거든요. 늘 정성들여 당일 만든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한결같음이 가게를 단단히 뿌리내리게 한 것 같은데요. 꾸준히 지켜온 철학이나 원칙이 궁금합니다.

제가 쓴 책 제목처럼 ‘진심을 대접합니다’가 답인 것 같아요. 사업 실패 후 절박한 마음으로 연 가게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거든요. 손님 한 분 한 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어요. 손님들은 저희가 고생하며 성장하는 걸 다 지켜봐 왔고요. 화재로 잠시 문을 닫았을 때는 손님들이 보내온 힘내라는 문자에 정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진심을 다해 대접하고, 겸손한 자세를 지키는 게 저의 철칙이죠.

가게 운영은 물론 강연을 하고 책을 쓰는 활동도 활발합니다.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요?

제 경험상 코로나 3년 차인 지금이 자영업자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거든요. 처음 1~2년은 살아야겠다는 절박함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년째가 되면 ‘남들은 잘사는데 왜 나만 힘들지?’라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빈익빈 부익부가 눈에 들어오면서 허탈감이 찾아오는 거죠. 지치고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극단적 선택도 늘고 가정도 깨지게 됩니다. 먼저 이와 같은 위기를 겪은 선배로서 걱정되는 부분이 보여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너무 대단한 성공스토리는 힘든 이들에게 막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비슷한 위기를 겪어낸 선배의 이야기라면 도리어 위로가 될 거라 생각해요. 자영업을 하는 순간 혼자가 되거든요. 그 외로움을 알기에 도움이 되고 싶어 ‘배민아카데미’ ‘세바시’ 강연 등에 나서고 책도 쓴 것입니다.

위기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의 하소연을 들으면 불황이 아닌 적이 없습니다. 1월은 새해라서, 2월은 명절이라서, 3월은 신학기라서, 4월은 환절기라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서, 6월은 더워서, 7, 8월은 휴가라서, 9월은 명절이라서, 10월은 또 환절기라서, 11월은 김장철이라서, 12월은 연말이라서…. 이렇게 자꾸 밖에서 핑계를 찾아 위안을 삼으면 도태하고 맙니다. 왜 장사가 안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내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장사는 예전 방식으로 유지하고 있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 길을 모색해야 해요.

코로나19는 끝이 보이지 않아 더 힘든 시기였는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버티셨나요?

에볼라, 중국산 김치파동, 구제역 등의 위기도 보통 3개월이면 끝이 나는데 코로나19는 너무 길었습니다. 저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꾸준하게 찾아준 손님 덕분이지요. 이럴 때일수록 손님들은 믿는 식당, 내 단골 식당, 나에게 특별한 식당을 찾거든요. 이 끈끈한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모든 자영업자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게 연차에 따라 유념할 점도 다를 것 같습니다. 창업 3년 이하 자영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정상을 목표로 삼고 가면 안 됩니다. 장사만 시작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줄 아는데 절대 그러지 않아요. 기대만 잔뜩 품었다 1~2년 해보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이들에게 모소대나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모소대나무는 씨앗을 뿌린 뒤 5년 동안은 겨우 3cm밖에 자라지 않아요. 뿌리를 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뿌리를 내린 뒤에는 하루 30cm씩 자랍니다. 초기 창업자는 뿌리내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10년 차 이상 가게는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할까요?

10년 차 이상은 상황에 따라 출구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첫째, 큰돈은 못 벌고 수입은 계속 일정하다면 인수인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작년과 올해 매출이 같다고 안심하는 건 독약이에요. 물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둘째,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면 자녀 등을 통해 대를 잇는 경영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 나이가 많고 경험치가 많이 쌓였다면 후배들을 위해 나서는 것도 좋습니다. 겨우 한 달 교육 후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은데 저와 같은 경험자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줄 수 있죠.

자영업자를 위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기대해도 될까요?

네. 남들과 함께 뛰면서 여기서부터는 힘들다, 이렇게 숨을 고르자,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등 오래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20년을 이어온 개성손만두의 맛과 품질은 흔들림 없이 이어가면서 강연이나 책을 통해 힘을 전하는 역할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개성손만두

· 주소 : 광명시 범안로 1047 우덕빌딩 2층 201호
· 전화 : 02-808-1249
· 영업시간 : 11:30~20:30(15:00~17:00 브레이크타임, 일요일 휴무)
· 주요메뉴 : 손만두전골, 만둣국 등
· 세바시 강연 : https://www.youtube.com/watch?v=rMeXkQxel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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