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손에 카메라를 쥐고 다니는 시대다. 스마트폰 속 카메라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일상을 선사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의문을 가진다. ‘아직도 사진관이 있다고?’ ‘사진관에 갈 일이 있나?’ 그 답이 궁금하다면 경남 진해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관인 보림사진관에 들러보면 어떨까? 그곳에는 일흔아홉의 나이로 여전히 능숙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부부 씨가 있다. 그 옆에는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빠른 손놀림으로 보정하는 아들 손경륜 씨가 함께한다.
부자 함께하는 50년 보림사진관
1972년 서상동에 처음 문을 연 보림사진관은 1992년 부원동에 2호점을 내고 지금껏 자리를 지켜왔다. 소풍, 운동회, 졸업식과 입학식, 여행 등 특별한 날이면 필름 카메라를 들고 나섰던 시절이었다. 한 통의 필름을 다 찍은 후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된 사진을 마주하기까지 최소 며칠, 길면 몇 주가 걸리곤 했다. 사진을 찾으러 온 손님들의 설렘 가득한 얼굴은 손부부 씨가 50년간 사진관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바로 찍어 바로 확인하고 바로 수정하는 디지털 시대에 그 설렘을 온전히 재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사진관을 지키는 부자는 사진 자체가 지닌 떨림과 기대를 담아내려 최선을 다한다. 보림사진관에는 여전히 증명사진,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자세와 표정을 세세하게 조정한 후 마침내 ‘찰칵’하고 셔터를 누르면, 누군가의 한순간이 멋지게 기록된다. 이것이 아날로그이든 디지털이든 변하지 않는 사진의 가치가 아닐까? 손부부, 손경륜 부자는 보림사진관에서 그 가치를 우직하게 이어가고 있다.
인생 한 컷, 보림사진관에서 만나요
1972년 문을 열 보림사진관은 현재 김해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0년 전, 어떻게 사진관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손부부 : 군대 제대 후 일을 시작하려고 이것저것 배웠는데 다 잘 안 맞았습니다. 그러다 김해에서 사진을 하는 친척이 있어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비로소 마음이 잡히더라고요. 사진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게 1969년이에요. 그렇게 기술을 익혀 1972년 서상동에 ‘보림카메라’를 열었습니다. 당시에는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것은 물론 카메라 장비를 팔고 수리하는 일까지 했거든요. 이후 2호점을 내 아들과 함께 운영하다 2005년 즈음 서상동점은 폐업하고 부원동에서 지금껏 보림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흑백사진부터 시작해 디지털카메라까지 다 거쳐왔습니다.
카메라와 사진의 역사를 시대별로 모두 체험한 산증인입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게 놀랍습니다.
손부부 : 증명사진은 기본이고 간단한 프로필과 가족사진도 사진관에서 찍습니다. 또 학교 졸업 사진을 찍어 앨범을 제작하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각종 기관과 단체의 모임, 행사에 동행해 사진을 찍는 일도 아들과 함께합니다. 제가 디지털 데이터나 포토샵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어 아들이 주로 후반작업을 맡는 편입니다.
부자가 함께 사진관을 지키는 모습이 훈훈하고 보기 좋습니다. 아드님은 어떻게 사진관을 잇게 되었나요?
손경륜 : 사진관과 카메라가 늘 익숙했어요. 유년 시절에는 사진관이 살림집과 붙어 있었고, 초등학교 때는 학교 마치면 집이 아니라 사진관에 가서 종일 놀았죠.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진관 일을 돕기 시작했고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찍었고,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군대에서도 사진병이었으니 사진과 떼려야 뗄 수가 없죠. 형님도 사진을 전공해 서울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강의도 하고 계세요. 형님이 타지에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사진관은 제가 잇게 되었습니다.
사진관이 많이 사라졌음에도 50년 동안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손경륜 : 한결같음이 아닐까요? 부자가 손발을 맞춰 항상 한자리에 있으니까요. 그 자체가 손님들에게 믿음과 편안함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가 참 존경스러워요. 제가 가까이서 지켜본 4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정말 꾸준하고, 성실하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대하십니다. 그게 쉽지 않거든요.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참 자랑스럽습니다.
50년 동안 사진관을 운영해오신 게 정말 대단합니다. 아드님에게 어떤 부분을 강조하며 함께 이끌고 있나요?
손부부 : 성의껏 해라. 이것 말고는 없어요. 손님이 좋아할 정도로 성의껏 찍고, 사진을 찾아갈 때 좋아할 수 있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죠. ‘보림사진관에 가면 사진이 잘 나온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친절하고 열심히 하라고 늘 말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리셨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손경륜 : 큰 욕심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이어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하는 스타일로 스튜디오를 바꿔보라는 주위의 권유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라면집에서 스테이크를 하면 되겠냐’라고 반문했어요. 교복 입은 여중생이 할머니가 되어 찾아와 반가워하는 공간이 바로 보림사진관이거든요. ‘백년가게’든 김해시 선정 ‘한우물가게’든 김해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관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주어 기뻤습니다.
앞으로 보림사진관을 어떻게 일구어가실지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손경륜 :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아버지 다음 세대로서 발전시켜나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가 점점 줄고 있는데요. 공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 의미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보림사진관을 인생의 한 컷을 찍어주는 초상 전문 사진관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상대의 삶이 드러나는 얼굴을 찾아내어 찍는 것이죠. 평생을 일하다 은퇴한 분, 몸이 아팠다 나아진 분 등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느낌을 제대로 담아내는 인생 사진관이자 사진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 주소 | 경남 김해시 호계로 425
· 전화 | 055-336-3675
· 운영시간 | 평일 09:00~19:00(토요일은 전화 문의 후 방문 요망,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