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이순대국 한 그릇,
마음까지 든든하죠
속초의 맛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주저 말고 속초중앙시장으로 향해보자. 싱싱한 회, 다양한 젓갈과 건어물은 물론 닭강정에 갓 튀겨내 바삭한 튀김까지 골목을 지날 때마다 냄새와 풍경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속초중앙시장에 왔다면 ‘아바이순대’를 빼놓을 수 없다. 별도의 순대 골목이 조성되어 있을 만큼 제대로 된 순대와 순대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1981년 문을 열어 올해로 42년째인 팔팔순대국은 순대 골목을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백년가게 중 하나로 속초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창업주인 할머니(황성연 씨), 팔팔순대국의 뼈대를 세운 아버지 이현태 대표에 이어 3대째 순대국집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학 씨는 어릴 때부터 당연히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으로 함께했다. 순대국집 손자에서 순대국집 아들에 이어 이제 순대국집을 이끄는 주역이 된 그는 누구에게나 맛있고 든든한 한 끼를 차려주고 싶다는 사명으로 순대와 고기를 삶는다.
“요즘 전통 시장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져서 안타까워요. 오래된 시장이라 조금 불편한 점은 있을지 몰라도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다양하고 따뜻한 정이 아직 살아있거든요. 제가 아버지께 배운 것도 야박하게 장사하지 말고 넉넉하게 인심을 베푸는 태도였습니다. 팔팔순대국에 오시면 제대로 맛보여드릴게요.”
뜨끈한 아바이순대국에 오징어순대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면 속초의 바다와 산도 한결 더 멋지고 웅장하게 보일 것이다.
어느덧 3대째 팔팔순대국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속초에는 순대 전문점이 많은 만큼 각각의 사연도 다양할 텐데요. 팔팔순대국은 1981년 어떻게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나요?
1980년에만 해도 중앙시장 안에 순대국집이 몇 군데 없었다고 해요. 경상도 출신인 할머니가 속초에 자리를 잡고 시장 순대국집에서 일을 배우다 본인 가게를 차린 게 시작이죠. 아버지는 할머니께 순대국을 배워 고성군 거진에서 5년 동안 순대국집을 운양하다 2004년 속초로 나와 할머니의 가게를 잇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때부터 용돈벌이로 가게 일을 돕다가 군대를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큰 고민은 없었어요. 가업을 잇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주요 메뉴가 궁금합니다. 팔팔순대국만의 차별화된 맛의 비법은 무엇일까요?
찰순댓국, 아바이순대국, 오징어순대가 대표 메뉴에요. 2인 기준으로 아바이순대국에 오징어 순대를 추가하면 팔팔순대국의 대표 메뉴는 다 맛보는 셈입니다. 저희는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언제나 당일 만든 순대를 맛볼 수 있어요. 머릿고기도 매일 큰 솥단지에 직접 삶습니다. 그날그날 재료를 소진하니 군내 없이 갓 끊여낸 순대국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순대국은 국물이 진짜잖아요. 머리뼈, 사골, 잡뼈에 도가니까지 넣고 푹 끓여내서인지 다른 곳보다 국물이 진하다고 해요. 저 역시 하루에 한 번은 순대국을 먹으며 맛을 유지하도록 신경을 씁니다. 안 질리더라고요.
팔팔순대국의 명물 중 하나가 서빙 로봇입니다. 40년 전통의 순대국집과 서빙 로봇의 만남이 이색적인데요. 어떻게 도입하게 되었나요?
지난해 2월, 가게를 옮겼거든요. 10m 정도 떨어진 곳에요. 사실 자영업 종사자의 가장 큰 고민이 인건비잖아요. 가게를 새로 지으며 인건비를 줄이고자 서빙 로봇을 도입했는데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좋아하고 신기해하더라고요. 1층에 2대, 2층에 1대가 운영 중이고, 팔팔이, 팔순이이라는 애칭도 생겼습니다. 효율 면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순대국은 뜨거운 음식이라 결국 사람이 서빙을 해야 합니다. 저희 가게의 서빙로봇은 순대국이 나오기 전, 반찬 세팅을 돕고 있죠. 냉면이나 초밥, 카페 등 로봇이 서빙해도 안정적인 메뉴라면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가게 이전을 한 만큼 가장 젊은 세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요?
시장에 자리한 가게는 위생에 대한 불신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깨끗한 환경을 1순위에 두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예쁘고 쾌적한 환경 조성에 신경을 썼어요. 요즘 손님들은 단순히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감성 채우고 추억도 남기고 싶어 하니까요. 그래서 한쪽을 통유리로 마감해 개방감을 살렸습니다. 한쪽 공간이 뚫리니 훨씬 시원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연출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관광객 고객이 많을 텐데요. 특징적인 부분이 있나요? 이에 맞춘 서비스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관광객과 현지인 비율이 7:3 정도에요. 보통 관광객 대상 장사라고 하면 한번 보고 말 사이니까 대충대충 대한다는 인식이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해요.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오는 만큼 전국구 장사인 셈이죠. 여기서 맛있게, 기분 좋게 순대국을 먹고 간 분은 반드시 주변에 추천하거든요. 직장 다니는 분들은 동료들에게 공유하고요. 그렇게 소개로 온 분들을 많이 뵈었어요. 반가운 마음에 음료 서비스라도 챙겨드리죠. 관광지 식당일수록 일회성 손님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더 정성껏 모셔야 합니다. 식당 운영의 기본 원칙이고요.
할머니와 아버님이 전한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정과 인심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자수성가로 가게를 키웠는데, 늘 강조하는 말씀이 ‘손님에게 좀 더 내어드리는 걸 절대 아까워하지 마라’였어요. 당시에는 뱃사람이 많았으니까 국물을 더 달라고 하면 계속 퍼주고, 그걸 안주로 삼아 술을 기울이곤 하셨다고 해요. 시장의 장점이 넉넉한 인심이 아니겠어요.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배포있게 장사하는 것, 그 자세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인상 깊은 고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전역하고 만난 손님인데요. 화장품 팩을 만드는 회사 사장님으로 친구들은 물론 회사 직원들까지 데리고 꾸준히 찾아와주세요. 무엇보다 명절이면 화과자, 곶감, 팩 등 선물을 보내오고, 가게 이전할 때도 화환과 용돈까지 챙겨주셨죠. 고객이 이렇게 선물을 챙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희 가게를 20년 가까이 꾸준히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늘 마음을 표현해주시니 어려움이 싹 잊히고, 장사할 맛이 나게 하는 고객입니다.
3대째 순조롭게 순항하고 있는 팔팔순대국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요즘 시장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 안타까운데요. 중앙시장 순대 골목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맛 좋고, 양 많고, 가격까지 저렴한 가게들이 모여있다고 자신합니다. 속초에 오셨다면 배불리 먹고 놀 수 있도록 책임질 테니 믿고 방문해주세요. 팔팔순대국의 경우 더 많은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영동고속도로 평창, 동해휴게소 입점을 논의 중입니다. 강원도 여행길에 팔팔순대국의 찰순대국과 아바이순대국을 맛보는 날도 멀지 않았으니 기대해주세요.
· 주소 | 강원 속초시 중앙로129번길 35-13
· 전화 | 033-636-5798
· 영업시간 | 07:30~21:00(수요일 휴무)
· 주요메뉴 | 순대국밥,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