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근 엄마
박혜영(길음2동)
나의 엄마는 둥글다
얼굴도 둥글고 눈의 쌍꺼풀도 둥글고
볼펜 스프링처럼 이어진 머리카락도 둥글다
농사일을 한 손가락마디에는 달팽이가 둥근 집을 지었고
세월이 잡아당긴 등에는 둥근 거북이도 한 마리 산다
발이 아파 항상 둥근 신발을 신고
걸음도 둥글게 둥글게 걸어 둥근 길만 다니신다.
둥근 해가 뜬 아침이면 내게 전화를 해서
“영아야, 밥 묵읏냐?
날 칩다. 따시게 단디 입고 다니그라”
엄마의 둥근 목소리가 데굴데굴 굴러온다
둥근 엄마가 낳은 둥근 딸에게로 둥근 사랑이 온다.

< 읍면동 복지허브화 성공적 추진을 위한 우수체험수기 당선작소개 >
지난 2015~2016년 보건복지부 사회보장급여 이용 및 사례관리체험수기에 공모하여 가작에 당선 되었습니다.
나의 새로운 가족
박영민(가명, 17세, 남)
엄마는 초등학교 1학년에 집을 나가셨다. 엄마가 안 계셨던 나는 자주 외로워서 울곤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엄마가 안 계시다는 게 적응이 될 무렵 이번엔 알코올중독으로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렇게 난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집에 들어와 불을 켜면 흐르는 적막감……. 그게 나의 가족이었다. 밤새 혼자인 것도, 혼자 먹는 편의점 도시락도, 귀찮으면 안 먹고 지내는 하루가 내 삶의 전부였다.
11월의 어느 날, 선생님이 장학금을 추천해줘서 받은 날이었다. 큰돈이 생긴 나는혹시나 잊어버릴까봐 받자마자 가방에 넣어서 왔다. 집에 와서 하얀 봉투에 들은 장학금을 자랑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학교에 다녀왔는데 봉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황스러웠지만 더 무서운 건 집에 도둑이 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말을 해야겠는데 딱히 말할 곳이 없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장학금을 추천해줘서 받았는데 잃어버렸다고,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며 어찌된 것인지를 물었고 나는 아마 집에 도둑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그 후에 아빠와 친척들과 여러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주민센터 근처의 더 깨끗하고 안전한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지금도 선생님과 자주 연락을 하며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도움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선생님은 알고 있을까? 이제 난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믿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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