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다리 아래 돌담 속에 피는 예술
신영숙(돈암1동)
언제부터인가 집 앞 버스정류장이 아리랑아트홀에서미아리고개예술극장으로 바뀌었다.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위 구름다리에선 미아리고개 마을축제도 열린다. 올해 벌써 3년째 열리는 축제였다. 사물놀이가 흥겨운 소리로 들뜨게 하기도 하고, 참가자 노래자랑, 춤사위와 전 부치는 고소한 기름 내음 등 정성스런 음식과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고개를 가로지르며 달리던 차도 멈추게 한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사진들도 전시된다. 미아리공원이란 아주 작은 공원 아래는 돌로 쌓은 계단과 문화공간이 숨 쉬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성북구 사람들은 이곳의 존재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 다리 아래라서 햇빛 보기가 그리 쉽지 않고 바로 도로앞이라서 차로 인해 분주한 터라 그 가치를 알기가쉽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날마다 구름다리 모퉁이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사진을 이쪽저쪽으로 찍어대며 서운함을 달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스케치북을 사서 맞은편 길가에 서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돌담 정문은 굳게 닫힌 채 무거운 구름다리를 떠받치고 있어 힘들어 보였다. 나도 고개를 오르내리는 차들로 매연에 찌들어 코가 답답해지자 얼른 자리를 정리하였다. 아주 어설픈 그림 실력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우리를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관찰을 하게 된다. 관찰이 깊어지게 되면 점차 관계를 맺게 되어 결국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되어간다.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의 모습을 그리던 날 ‘우리’가 떠오르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오늘도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이 활성화되어 성북을 사는 우리의 아름다운 관계를 예술로 맘껏 담아내는 공간이 되는 기대를 앞세워보며 새삼 운치 있는 돌계단을 힘차게 밟아본다.

초겨울에 생각해보는 영혼의 빛깔
경산 류시호(길음2동)
만추의 계절이 멀어져가니 아쉬움이 많다. 중년을 지나고 나니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지난 여름은 무덥기는 했지만 벼와 콩, 무, 배추 등 각종 농작물과 밤, 사과, 배, 대추 등의 과일이 풍년이었고, 지금은 집집마다 가을걷이와 겨우살이 김장도 끝을 내서 모두들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것 같다. 봄부터 가을까지 햇살 잘 받고 자란 맛있는 사과와 배를 사각사각 소리 나게 베어 먹으면서, 잘익은 과일이 터지는 투명한 소리에 마음의 주름을 살짝 펴고 그리운 벗을 생각해 보자. 한 해를 보내는 지금, 그동안 미안했거나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감사함의 메시지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지. 요즘 현대인들은 너무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데, 하루 정도 사색하며 보내는것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한다.
하루 해가 일찍 지고 오슬오슬 추워질 때 고향집 부엌의 애호박 넣고 보글보글 끓는 칼국수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살면 좋겠다. 요즘처럼 마음까지 스산해질 때 마음속에 눌러 온 갈망의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 뜨거운 물이 되어 보자. 뜨거운 물이 되어 마음을 열면 진정한 벗을 얻는다니 낙엽 진 거리 걸으면서 한번쯤 뒤돌아보며 따스한 영혼을 지니고 살아야겠다. (혼자 빛나는 별이 없듯이, 친구나 지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면 더욱 빛나게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너와 나 모두들 알맞게 누리며 살자.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더 편해지려고 애쓰고 발버둥치는 동안 정작 우리가 얻은 것은 챙긴 것도 없이 귀한 벗만 멀어져간다. 귀하고 소중한 친구를 잃기 전에 조금만 자중하며 살자.)
계절이 송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오는 백발이야 작대기로 후려친다지만 살아가며 느끼는 갑갑함은 무엇으로 막을까. 벌레 소리 애잔한 초겨울 밤, 포장마차에서 따끈한 홍합 국물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친구와 소주 한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자. 우리 모두 고운 기억은 닦아서 달빛으로 광을 내고, 낙엽 긁어 태우면서 향기를 맡아 보자. 바스락 말린 풀꽃과 순수한 낙엽들의 타는 연기(煙氣) 향(香)은 별빛과 함께 우리의 영혼을 빛내줄 것이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뒤돌아본다고 하는데,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는지 살피기 위해서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정신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생활을 뒤돌아보자. 인디언처럼 영혼이 따라 오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정신없이 산다는 말은 영혼 없이 산다는 것으로 아무리 세상이 바쁘더라도 영혼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모두들 분주하게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이제는 여유를 누리며 살며시 영혼의 빛깔에 다가서 보자. 농(濃)익은 영혼의 빛깔은 코스모스보다 곱고, 국화보다 향기로우며, 홍시보다 달콤하다고 한다. 초겨울을 보내며 가까운 친구나 지인에게 따스한 영혼의 빛깔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과 마주앉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 뚝배기와 밥 한 숟가락에 정겨움을 담아야겠다. 우리 모두 한해를 보내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영혼의 빛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보자.
「지필문학」으로 시 부문 등단했고, 「한국공무원문학협회」로 수필 부문 등단하였다. 시와 수필집으로 「신 중년의 힘」, 「사랑과 꿈을 향한 도전」, 산문집으로는 「참! 잘했어요(문정희 외 공동저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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