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idebar
open sidebar


CEO 칼럼


이   융 (포렌 대표이사)


   40년 전 이야기이다. 집에 VTR(video tape recorder)이 들어 왔다. 소니 제품이다. 그 당시 가전제품 중에 소니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해야 할 정도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았다. 이 비디오 기기는 테이프를 앞에서 밀어 넣은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눌려 넣은 방식이라 조금은 불편하였다. 하지만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화질이 뛰어나고 한다. 그 당시에는 사실 비교해 볼 수도 없었지만 이런 내용도 전혀 모르고 사용하였다. 그리고 나서 세월이 상당히 흐르고 비디오 장치가 집에서 국산 제품으로 바뀌었다. 소니 제품이 수명이 다 되어 바뀐 것인지 원인은 잘 모르고 그냥 신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소비자는 모르는 사이에 기술 표준 전쟁은 항상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1970년에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들은 기술을 서로 공유하자는 것에 합의를 하고 미래의 세계시장에 대응하고자 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과 시장을 놓고 그냥 쉽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쟁이란 개들이 하나의 밥그릇을 놓고 으르렁 거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소니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1975년에 베타맥스 VTR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다. 소니는 자신의 기술 기반으로 이 시장이 통일되기를 기대하였다. 왜냐하면 경쟁사 보다 먼저 특허와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발업체인 빅터(JVC)와 마쯔시다전기는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시장을 소니에게 내어 줄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하고 소니의 기술인 베타 방식에 대응한 VHS 방식을 개발하여 1976에 비디오데크를 발표하였다. 이렇게 기술 전쟁이 시작 되면서 소니 베타 진영에는 도시바, 산요전기, 니혼전기, 아이와, 파이오니어가 가세하고 반면 빅터의 VHS 진영에는 마쯔시다전기, 히타치제작소, 미쯔비시전기, 샤프, 아카이전기로 나눠져 치열하게 시장에서 경쟁을 한다.

 

   이 두 진영의 차이를 보면 성능 면에서는 베타방식이 VHS 방식보다 화질이 더 좋고 영상잡음이 적어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기대하였다. 하지만 베타방식의 치명적인 실수가 처음 출시된 제품에 적용된 녹화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영화가 대부분 90분에서 120분 분량의 시간을 소요하는데 한 시간 길이로 만들어진 소니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를 하려면 중간에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주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만일 예약 녹화를 하고 싶은데 중간에 테이프를 갈아 끼워야 한다면 이것은 예약 녹화 기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이런 이유로 소니 제품은 소비자들의 손길에서 멀어지고 만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VHS 진영도 성능 향상을 하여 화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소니는 다음 버전으로 120분 녹화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였지만 이미 반대 진영의 마케팅 전략에 손을 들고 말았다. 소니는 앞으로 다가오는 비디오 시장의 핵심을 인식 하지 못하였다. 비디오 대여점이 출현하면서 영화 제작사들이 두 가지 방식의 제품을 만들기보다 하나의 방식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싶어 하였다. 특히 미국의 포르노 영화는 VHS방식으로만 제작되었다고 한다. 부분적이지만 이런 것이 소비자에게는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요즘 많이 이야기 하는 콘텐츠가 기술을 우선한다는 것이 그 당시에 이미 입증 된 것이다. 그렇지만 소니가 완전히 이 시장에 패배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TV를 볼 때 카메라 기자들이 들고 있는 방송장비를 보면 대부분이 ‘SONY' 글자가 장비 옆에 큰 글씨로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역시 방송이란 분야에서는 고화질을 담을 수 있는 기기가 더 중요하였을 것이다.

 

   광의의 IT분야인 전자제품을 앞에서 예로 들어 동맹군(소니 진영)과 연합군(빅터 진영) 전쟁을 이야기 했는데 이제 협의의 분야인 컴퓨터 시장에서 전쟁을 예로 들어 보겠다.

 

   IBM은 독일 출신 홀러리스가 1896년 타믈에이팅 머신 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 회사는 1890년 미국 인구조사 시 펀치카드를 이용, 조사된 자료를 기계를 통하여 자동분류 계산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결과로 많은 산업에 펀치카드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11년에 찰스 플린트가 이 회사를 인수하고 다른 회사 몇 개를 M&A하고는 CTR(Computing Tabulating Recording Company)을 출범 시켰다. 그리고 1914년 토마스 왓슨을 CEO로 고용하고 1924년 현재의 상호인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으로 탄생시켰다. 전자식 타자기에서 성공하면서 시장에서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었다. 사실 IBM 볼타자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라인프린트에서 출력된 것을 간단히 수정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 볼 타자기만으로도 가능하였다. 1964년에 System 360을 개발하면서 메인프레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IBM은 미니컴퓨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중대형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 있었다. UNIVAC, NCR, CDC, RCA Honywell 등 작은 컴퓨터 회사들은 IBM에 대응하는 것이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컴퓨터 시장이 독점적 상황으로 가다 보니 대항마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IBM 메인프레임의 OS는 폰 노이만의 설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셈블리로 코딩되어 있어 기계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언어는 해당 기계어서만 돌아가는 것이라 다른 기계로 이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이런 환경에서는 IBM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마침 1973년에 AT&T 벨 연구소에서 발표한 OS가 나중에 UNIX로 탄생하였다. 유닉스는 처음부터 어셈블리어가 아닌 고급언어인 C언어로 만들어져 개발자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었으며 만들어진 OS가 다른 컴퓨터에 이식되기 쉬운 구조였다. 마침 IBM의 360 다음인 370 OS가 성능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있었다. 더욱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환 되는 시기에 IBM을 제외한 다른 컴퓨터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유닉스를 OS로 한 기계들을 생산하기 시작하고 시장에서 연합전선을 만들어 대응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인 Client/Server 기술이 나오면서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아마 세계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삼성그룹의 표준 정보시스템의 발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구조를 보면 OS는 UNIX, 기계는 HP, DBMS는 RDBMS인 ORACLE로 결정이 되었다. 이는 한국 컴퓨터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구조로 정보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였으며 하물며 전표 처리량이 아주 많은 업종인 은행에서도 이런 구조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여 IBM은 하드웨어회사에서 컨설팅 회사로 발전, 변모하게 되었다. 2002년에 팔미사모 CEO는 "IBM은 더 이상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결국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IBM의 독립군과 UNIX의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역시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input image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안드로이드 시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스마트폰에 탑재 되는 OS가 iOS이냐 아니면 Android이냐 라고 이야기 하여야 할 것이다.

 

   1996년에 노키아는 9000 이란 모델로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이 모델은 팜탑이란 용어로 나온 PDA와 결합된 제품으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 하겠다. 여기 사용된 OS가 심비안이다.


   애플은 2002년에 스티브잡스가 아이팟을 시장에 내 놓으면서 아이폰의 역사가 시작 되었다고 모두들 본다. 아이팟에 전화기능을 탑재한 것이 아이폰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은 아이팟이 언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화기능이 필요하였다. 그렇게 2007년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팟에 전화, 카메라, 무선인터넷 등의 기능을 담은 스마트폰이 나왔다. 이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폰과 대단한 차이점을 갖고 있었다. 앱 시장의 구조를 이아이튠즈의 음악 다운 방식을 이용한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삼성은 2008년에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 들었다. MS의 윈도모바일 OS를 탑재한 옴니아 폰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9년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처음 발표하였다. 여기에 탑재된 OS는 안드로이드 이다. 이 갤럭시 제품이 애플의 대항마 역할을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는 2007년에 공개된 완전 오픈 소프트웨어이다. 리눅스 2.6 커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유닉스 계열로 연합군 진영이라 볼 수 있다.


   이 안드로이드를 OS로 만들진 스마트폰이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 놓인 것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OS나 노키아의 심비안이나 블랙베리 등은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남는 것이 애플 독립군과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전쟁이 시장에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비디오 방식과 컴퓨터 OS 방식의 전쟁을 보면 결국 역사적으로 연합군이 승리 할 것이다. 그럼 궁금한 것은 언제 애플이 무너질 것인가?  그리고 삼성이 새롭게 만들어 내 놓은 타이젠(모바일, 웨어러블 TV, IVI 기기 등을 지원하는 다목적 운영 체제로써 삼성전자와 인텔이 참여하는 타이젠 연합에서 개발 중이다. 리눅스 커널을 사용하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은 과연 성공 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세월이 이야기 해 줄 것이다.      ◆  

 

input image
scroll top

댓글쓰기

소셜 로그인

  • profile
  • 내용
     비공개

    댓글 0

    댓글삭제
    비밀번호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