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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일이 있는 곳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합니다.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같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다르다면 갈등 발생은 당연합니다. 이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조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타협을 하기도 하고, 양보를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합의라는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됩니다. 어느 일방의 주장이나 힘으로 해결하려면 그 결과는 이미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시간 여러 갈등과 해결들을 때로는 남의 사례를 통해 또는 제가 직접 당사자나 조정자의 역할을 하면서 늘 가지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잘 해결했다면 그 지혜로운 방법론을 알아 유사한 경우에 적용하면 될 것이고 반대로 원활하게 해결을 못하고 난관을 겪었다면 무엇 때문에 해결이 안되었는지? 다음에는 이와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지금의 이 실패를 교훈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될 일이고 시쳇말로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속한 단체나 기업 또는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매우 그렇지 못함을 느끼게 됩니다.

 

    가깝게는 제주 강정마을 문제, 최근의 사드배치 문제를 보면서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또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갈등들은 영원히 같은 패턴을 반복해야 하는가 하는 우문을 해봅니다.  다 아시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내힘들다’를 처음이 아니라 뒤에서부터 읽으면 ‘다들힘내’이고 ‘자살’은 ‘살자’, ‘접대’는 ‘대접’, ‘실성’은 ‘성실’ 등 부정적인 단어들의 앞뒤 순서만 바꾸었을 뿐인데 그 결과는 정 반대의 의미로 변합니다. 역지사지나 상대와 나의 입장을 순서를 뒤집으면 갈등 해결을 위한 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지혜를 주는 것입니다. 거꾸로 마인드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협의하고 타협하고 조정하면 될 수 있지만 오로지 앞에만 길이 있다는 자기 고집 때문에 망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생각과 고집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정부나 국민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얼마 전 부산 신공항 건설 부지 발표 때와 이번 성주 사드 발표를 보면 언제나 같은 현상이 반복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NIMBY현상과 PIMFY 현상입니다. NIMBY는 Not In My Back Yard의 줄임말로 기피하는 시설은 자기 집 뒷마당에 설치하면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이번 성주 주민들의 집단적 반발사태입니다. 처음에는 사드 성주 배치 반대가, 그럼 성주 말고 다른 지역 설치는 괜찮다는 말이냐는 일부 비판이 일자 사드 배치 반대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매립장, 고압 송전소, 화장장 등과 같은 필요한 시설임인 줄은 알지만 우리 동네만 아니어야 된다는 일종의 지역 이기주의입니다.

 

   이런 NIMBY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더욱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증가하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과 연계하여 집단이기적 요구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지역 이기주의는 정치와 행정에 대한 불신과 상호 의사전달 체계의 부재, 정책담당자의 조정능력 미비, 주민의 지나친 이기심 등의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전 커뮤니케이션 부족과 불신,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전달 등이 핵심입니다.

 

   NIMBY와 정반대 현상도 있습니다. PIMFY라는 말입니다. Please In My Front Yard의 줄임말로 부산 신공항 같은, 지역민들이 생각하기에 혐오시설이 아닌 유익한 시설이라는 판단이 들면 이것은 꼭 우리동네에 해야 한다는 이기적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 우리는 핵폐기물장 설치에 있어 성공적인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주민들을 설득했고 또 이 시설이 설치될 경우 반대 급부적인 이익적 측면도 적극 홍보해 지역의 신청을 받아 선정한 훌륭한 선례입니다.

 

   2003년 7월 방폐장(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나라를 뒤흔든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가 위도에 방폐장 유치를 선언하면서 촉발된 ‘부안 방폐장 사태’는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엄청난 상처를 남겼는데 군수가 주민들에게 감금돼 폭행당했으며 주민들은 사법처리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주민투표를 통해 91.8%가 반대해 유치 취소로 일단락된 뒤 정부는 방식을 바꿔 전국 공모방식으로 전략을 바꿉니다. 그 결과 2005년 경주, 포항, 영덕, 군산이 유치를 신청했고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가 찬성 89.5%로 후보지로 선정되었습니다. 정부가 방폐장 용지를 물색한 지 19년 만이라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지혜롭게 해결한 NIMBY 현상, 갈등 해소의 모범답안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모범답안이 있음에도 이번 성주의 사드배치 갈등에서 왜 이런 사례를 따라 하지 않았는지 답답합니다. 물론 늘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 경우와 이 경우는 사례가 달라” 하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NIMBY 현상의 갈등 해소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지역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내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지역 이기주의 갈등 해소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했습니다. 정부는 설치해야 한다고 하고 지역민은 우리 지역은 절대 안된다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모범 답안은 앞에서 보듯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①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를 했어야 했으며 ②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이 이해를 할 수 있게 했어야 했으며 ③설치 시 문제가 되는 점들에 대한 대안(반대 급부)을 제시했어야 했으며 ④마지막으로 그 선택권을 정부가 아니 국민 스스로에게 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주 사드 배치 지역 발표는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모범 답안 과정을 무시하고 예전의 실패 과정, 정부 일방적 주도 방식 진행 과오를 또 따라 한 것입니다. 국민(지역주민)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고 정부의 일방적 자체 논의와 판단을 통해 지역을 발표해 NIMBY 현상을 스스로 만드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또 일방 발표 후 지역 주민을 설득한다는 명분으로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등을 지역에 보내 더 심한 갈등을 일으켰으며 지역의 문제가 아닌 사상의 문제로 연결하는 반복과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정부의 발표 과정과 문제가 발생한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경북 성주군은 지난 7월 11일 일부 언론을 통해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가 자신의 지역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이후 성주군과 성주군의회는 지역 철회요구 성명을 발표하자 국방부는 이틀 뒤인 13일에야 성주 사드 배치라는 정부 공식입장을 발표합니다. 발표가 나자 성주지역 주민이 일제히 반대를 선언합니다. 이 흥분된 상황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관계자들이 발표 이틀 뒤인 15일 성주주민을 설득하겠다고 방문합니다.

 

    주민 3,000여명이 성주군청에 모인 상태에서 황 총리와 한장관이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지역 주민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하면서 흥분이 가라 앉지 안았고 급기야는 날계란과 물병을 던지는 폭력사태까지 일어납니다. 총리 일행은 더 이상의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돌아가려 했으나 지역주민들이 트랙터 등으로 길을 막아 장시간 버스에 발이 묶입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제가 정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가장 안타깝게 든 생각은 이 글 처음에 말씀 드린 것처럼 왜 발표와 설득의 과정 순서를 바꿀 생각을 못했을까였습니다. 왜 ‘다들힘내’가 아닌 ‘내힘들다’를 택했냐 하는 것입니다. 공식발표 이틀 전에 언론을 통해 소문으로 듣게 하고 공식 발표 이틀 후 성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급하게 지역 주민을 설득하겠다고 방문해 성난 성주지역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어리석은 과정을 진행한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배 영교수(숭실대 정보사회학과)가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 빅데이터를 이용해 성주 사태 분석을 한국일보에 게재한 내용을 보면 국민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7월 4일부터 22일까지 약 3주간 ‘사드’ ‘사드배치’ 등을 키워드로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언급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는 사드 도입 및 배치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쪽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론 추이를 보면 반대 입장의 경우 크게 3가지 변곡점이 나타났는데 7일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던 데이터가 정부 공식 발표일인 8일부터 급속 상승했으며 13일은 성주군 배치지역 발표 후 급속 상승했습니다. 또 세 번째 변곡점은 18일 성주군민들을 중심으로 반대집회가 계속되고 사드의 전자파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괌의 사드 포대가 언론에 공개된 날이었습니다. 이슈가 있던 날 데이터가 급 생성되는 현상을 보여 준 것입니다.

 

   SNS 여론 분석에 따르면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국가안보의 필요에 의해 불가피한 결정이 이루어진 만큼 다소의 어려움이 존재하더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었다고 합니다. 반대쪽에서는 사드 배치의 유효성과 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지만 무엇보다도 도입 결정과정에서의 판단의 근거와 여론 수렴 과정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고 데이터가 나타납니다.

 

   배교수는 빅데이터를 통해 느껴지는 안타까움을 소통에 대한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미래에 대한 예측은 누구나 어렵기에 입장에 따라 서로 주장하는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문제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인데 정부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을 탓하기 전에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의 제시가 우선되어야 했다고 강조합니다. 덧붙여 오해라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오해가 빚어진 그 지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만이 정부와 국민 사이에 반복되는 불신의 순환 고리를 끊는 길이라는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NIMBY와 PIMFY 현상은 늘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풀어갔던 사례도 있고 실패한 사례도 많습니다. 이제 반면교사의 매뉴얼을 다시 점검하고 제대로 만들어 공개하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2013년부터 사드도입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될 때부터 우리나라 배치를 예상했다면 그 때부터 장기적인 시각으로 다각적 차원에서의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모두 공개해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했습니다. 또한 ①상호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이 표출 -> ②이해당사자간 커뮤니케이션 -> ③중립적 조정자 참여로 설득과 조정, 타협 -> ④가장 합리적 방안 도출이라는 과정을 거쳐 정부나 지역주민 누구나 받아 들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단어로, 생각으로는 절대 해결책이 나올 수 없을 때 거꾸로 풀어가는 거꾸로 발상을 하면 역지사지의 해결책이 분명 나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 우리 국민에게 주어진 공통의 숙제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Communication은 ‘나누다’의 의미인 Comminicare가 그 어원입니다. NIMBY, PIMFY를 버리려면 우리 국민간의 ‘어려움 나눔’ 정신이 필요할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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