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달에 두 번은 꼬박꼬박 강제(?) 공부를 합니다. 그 하나는 선생님들이 주로 계시는 연구회 모임이고 또 하나는 직장생활을 같이 했던 선배, 동료, 선후배님들의 비즈니스적 모임입니다. 둘 다 매번 초청강의를 하는데 그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당연히 모임의 성격이 다르니 그 주제나 초청 강사 분들도 다르겠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기본에는 똑같습니다.
지난 번 모임에서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휴먼네트워크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 버릇 때문에 강사의 주제와는 별도로 또 다른 시각으로 엉뚱한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류(人流)”라는 화두였습니다. 이 무슨 있지도 않은 단어인가 하시겠지요. 인류(人類)라는 단어는 알아도 “인류(人流)”라는 말은 처음 들으셨을 겁니다.
마케팅 용어로 많이 사용되는 ‘전략’이나 ‘전술’ 등이 전쟁이나 군사 용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비즈니스나 마케팅이 전쟁터와 같아서 상대 회사는 우리의 적이고 그 시장은 전쟁터이고 더 많은 고객과 매출을 차지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과 기술과 자본과 노력이 들어가고 있으며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회사는 망하고 어느 회사는 살아남습니다. 총,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정말 무서운 전쟁과 다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 휴먼 네트워크가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는 발상이 좀 우스웠습니다. 잘 아시는 ‘류(流)’의 뜻은 흐르다, 번져 퍼지다, 전하다, 흐르게 하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뜻으로는 (사람 또는 유파를 나타내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그 특성이나 독특한 경향’이란 의미를 가진 접미사이기도 합니다. 제 식으로 인류를 풀이하자면 사람들을 흐르게 하고, 전하고, 번져 퍼지게 하는 것이며 또 이런 생각을 가진 류들의 집합이 휴먼 네트워크라는 것이죠.
그럼 이 인류의 상대되는 말이 무엇일까요? 바로 물류(物流)입니다. 그런데 이 물류라는 말도 전쟁과 연관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물적유통(物的流通)의 줄임말이 물류인데 그 의미는 물품의 이동과 관리에 관계된 제반 활동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1912년 미국의 마케팅 개척자인 쇼(A.W.Shaw) 교수가 그의 논문에서 경영활동을 생산활동, 유통활동 및 조성활동으로 구분하고 유통활동 속에 상류(기업의 영업활동 가운데 제품과 용역생산의 첫 단계에서의 활동 또는 수익을 지칭)와 물류의 두 가지 활동으로 대별하면서 비롯되었습니다.
물류라는 용어가 이렇게 마케팅 분야에서 탄생했으나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인식이 된 것은 제 2차 세계대전 중 전쟁물자의 보급에서 로지스틱스(Logistics)가 연구되고 활용되면서부터였다는 것입니다. 이 물류라는 개념은 이제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물류전쟁, 물류대란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미국 물류관리협의회(Council of Logistics Management)는 물류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습니다. ”물류란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원산지에서부터 소비지까지 원자재, 재공품 재고, 완제품 재고 및 관련정보의 흐름과 저장을 효율적인 방법과 저비용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통제하는 과정이다.
이 정의를 제가 말하려는 인류(人流)에 대비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인류란 인간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나를 비롯한 상대에 대한 기본 관계, 즉 물질적인 관계와 인간적인 관계까지 어우르는 제반 생각과 행동들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반성하고, 재 반영하는 과정이다.“
휴먼 네트워크 관리에 이 인류를 그대로 대입해도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류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아니 더 나아가 마케팅이나 기업활동에서 이제 중심축으로 자라잡고 전쟁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물류보다도 더 중요하게 인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물류는 과학적이고 시스템적으로 관리한 적이 이미 오래입니다. 반면에 인류(人流)는 이제 시작이기는 하지만 아주 작고 초라하게 인식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그동안 우리 기업 문화는 인류(휴먼 네트워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인맥하면 로비나 엑스 파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물류처럼 사람과의 관계도 정당하게 과학적이고 시스템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인적인, 물적인 배려를 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사람의 도리입니다. 이런 당연한 도리를 잘못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문제이지 터부시 하고 멀리해야 하는 대상이 절대 아닙니다.
이제 우리도 인류를 정당화하고 당연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정을 인간 관계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구습을 바꾸어야 합니다. 시스템적이고 과학적인 합리적 사고 방식으로 인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안되는 것도 되게하고 되는 것도 안되게 하는 것이 인류가 아니라 안되는 것은 안되고 되는 것은 되게 하는 것이 인류입니다. 인류에 대해서는 좀더 냉정하고 명징한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인류(휴먼네트워크)를 보이지 않는 제 2의 무형자산이며 제 2의 경쟁력이라고도 합니다. 이제 인류를 나만의 경쟁력있는 인적 자본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 인적 자본은 하루아침에 쉽게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물류가 수많은 시간과 투자로 오늘날에 이르렀듯이 인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모이면 국가적인 자본이 됩니다. 이 국가적 자본을 간과하고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휴먼네트워크(인류)에 대한 어느 설문 조사에서 보면 96%가 정작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면서도 66%가 소극적 성격, 부정적 인식, 관리 방법을 몰라서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인류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바꾸고 인류는 삶에 있어 윤활류 같은 것이라는 긍정적 인식으로 휴먼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제 무엇을 아느냐의 시대가 아니랍니다. 누구를 아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시대로 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인류 가꾸기에 나서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