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릴레이 人터뷰 - 공감 共感
9월의 기업인 - '모바일 닥터' 신재원 대표
의료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중 의사 출신이 대표를 맡거나 경영·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기업은 40여 곳으로 추정된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수가 4000곳이 넘는 것을 감안할 때 1%가 안 된다.
아직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한 의사 출신 창업자가 있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MBC 의학전문 기자 출신의 신재원 대표(46). 창업 4년차인 그는 2015년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열나요’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중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의 출산·육아 부문 인기 앱 중 1위에 올라 있는 ‘열나요’. 육아맘 필수 앱으로 30만회 이상 다운로드 되며, 획기적인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모바일닥터 신재원 대표(46)를 만나 그의 남다른 창업기를 들어봤다.
Q.
한 동안 방송에서 얼굴을 뵙지 못했는데 그 사이 스타트업 대표로 이름을 알리고 계셨네요?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셨습니까?
(웃음)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한동안 힘들었어요. 다시 병원으로 가는 건 내키지 않았고, 제약 회사나 바이오 회사들에서 괜찮은 제안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조금 더 새로운 걸 하고 싶더라고요. 마침 그때 모바일이 관심을 끌고 있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의료 창업을 시작 한거죠.
Q.
창업 초기 투자금과 창업 멤버들은 어떻게 꾸리셨나요?
저 포함해서 3명의 의사 후배들과 시작을 했어요. 3억 이상 들고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큰 돈 이죠. 그때 만해도 일단 돈이 있어야 사업을 하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초창기에 개발하고 투자한 사업 아이템들이 잘 안돼서 투자금은 금방 사라졌죠. 초창기 2-3년 동안 제가 3번을 실패 했으니까... 얼마나 까먹었을지는 대충 계산이 되시죠?(웃음)
2013년 『 모바일 닥터 』 설립,
『 모바일 소아과 』 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하지만 뜨거운 반응과 달리 접을 수밖에 없었다.
Q.
초창기 시행착오 하셨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세요.
2014년 ‘모바일 소아과’라는 앱을 개발했었어요. 6개월 만에 5만명 가까이 다운로드 했고, 반응이 꽤 괜찮았어요. ‘원격 진료와 상담’을 해주는 앱이었는데, 소아과 의사들의 반발이 컸어요. 그래서 바로, 과감하게 접었죠.
Q.
대박이 난 ‘열나요’ 앱의 개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앱을 만드는데 6개월 이상이 걸렸어요. 그 전에는 매일 육아맘들 카페와 블로그 등을 들여다보며, 아기 엄마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고충들을 공부했어요. 아주 작은 부분부터 도움을 주자. 더 작게 더 작게. 그러다 ‘열 관리’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하기로 한 거죠. 왜냐면, 아기가 아플 때는 인터넷 검색만 줄여줘도 도움이 되거든요.
Q.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열나요 앱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헬스케어 앱들 100개 중 99개가 실패를 해요. 첫 번째 이유는 입력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이용자들이 귀찮아서 잘 안해요. 두 번째는 어렵게 등록했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안 되면 사용 횟수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고요. 하지만 ‘열나요’ 같은 경우는 아기가 아프고 보채는데 엄마들이 귀찮음을 느낄 상황이 아니죠. 그리고 전문의를 통해 의학적인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신뢰가 높구요.
Q.
굉장히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매주 토요일 밤에 유투브로 이용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고요?
네, 매주 토요일 밤 9시에 유투브를 통해서 아기 엄마들과 이야기를 합니다. 왜냐면, 토요일 밤은 아기가 아플 때 병원도 문 닫고 엄마들이 가장 당황스러워 하는 시간이거든요.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거죠. 덕분에 BJ도 해보게 되네요.(웃음)
Q.
의료 업계에서는 ‘모바일 닥터’를 굉장히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최근에 상도 많이 받으셨지요?
(웃음) 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작년과 올해 몇 차례 뜻 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죠.
㈜모바일 닥터 신재원 대표 수상 경력
2016년 대한의학회의 ‘제1회 이민화 의료창업상’ 수상
2016년 알리바바 클라우드 콘테스트 동상
2016년 한겨레 휴먼 테크놀로지 어워드 수상
2017년 매경 올해의 벤처상 수상
Q.
창업 4년차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팀원’들이죠. 3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11명이 됐습니다. 사실, 아직 모두 정직원은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한 마음으로 뛰고 있죠. 그리고 올 연말쯤이면 회사가 금전적으로 안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까지 사장인 제 월급은 못 챙겨 가는 형편이거든요.(웃음)
Q.
의사가 창업을 한다는 것,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사실, 얼마 전에 어떤 의사 한 분이 찾아와서 헬스케어 쪽에 ‘앱’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5년 전 저의 모습인 거예요. 아이디어만 있고, 사업적인 고민은 없었어요. 그래서 아직 회사를 만들지 말고, 창업 관련 프로그램들을 더 공부해 보라고 조언했죠. 요즘, 스타트업 관련해서 보완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요. 그리고 자본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창업팀에 들어가서 멤버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꼭 대표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대표이사가 얼마나 힘든데요 (웃음)
Q.
마지막으로 헬스케어 창업자로써 갖춰야 할 덕목이 있을까요?
저는 ‘끈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업 하다보면 끊임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기자 생활 할 때나, 전문의 일 때는 저에게 ‘끈기’가 있는 줄 몰랐는데, 제가 앱을 만들고, 팀원들과 일해 나가면서,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 한거죠. 앞으로도 묵묵히 뚜벅뚜벅 끈기있게 걸어 나갈 겁니다. (웃음)
오늘도 모바일 헬스케어 관련 논문을 쓰고
내년에는 중국, 일본, 미국 등 진출을 위해
글로벌한 사업 구상을 하고 있다는 신재원 대표.
의학 창업 특성상
기술 검증이 까다롭고, 결과물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그.
헬스업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자로서 롤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