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릴레이 인터뷰 - 공감 共感
6월의 기업인 - 'Kukka' 박춘화 대표
우리나라의 1년은 뚜렷한 사계절로 나누어진다. 계절마다 기온이 다르고, 습도가 달라지며 무엇보다 길가나 산과 들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자연의 옷이 달라진다. 매화와 목련이 가지마다 샘솟고 흐드러진 벚꽃이 봄을 장식한다. 장미가 붉게 피면 봄을 작별하고 여름을 맞이할 때다. 여름이 지나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잠자리가 날아오르면 길가마다 코스모스가 인사한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지며 소복이 산맥마다 눈이 쌓이면, 눈꽃이 이슬 머금고 빛난다. 꽃이 사계를 알록달록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을 꽃으로 아름답게 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 Kukka(꾸까)의 박춘화 대표를 만나보았다.
경복궁과 높은 고층 빌딩이 마주한 한 건물. 그 곳에는 꽃집과 카페의 장르를 넘나드는 Kukka만의 공간이 있었다. 핀란드어로 ‘꽃’을 뜻하는 말 Kukka는 밖에 있는 손님들에게 꽃구경을 하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kukka의 박춘화 대표는 왜 꽃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한국 사람들이 꽃을 사긴 하지만, 꽃을 사는 목적은 거의 기념일에 누구한테 선물하기 위해서예요, 내가 원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꽃을 사는 분들은 거의 없잖아요. 와인은 옛날에는 생일 때이나 기념일에 먹었지만 언젠가 부터는 ‘내가 먹고 싶을 때 먹는 것’이 되었듯이, 꽃도 ‘원할 때 언제든 쉽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꽃이 사람들에게 기념일이 아닌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아주 특별한 사업을 시작했다. 매달 다양한 종류의 꽃다발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꽃 정기구독’이었다.
꽃이 비싸잖아요. 저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꽃을 살 수 있도록 가격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꽃을 받는 고객이 늘어나면 꽃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있어요. 그리고 저희는 꽃을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택배 시스템을 도입을 했죠. 꽃은 전문 플로리스트가 제철의 꽃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요. 고객의 일상 속에서 ‘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박춘화 대표가 국내에 처음 도입한 시스템은 바로 ‘서브 스크립션’ 서비스였다. 잡지를 정기구독하면 매달 잡지가 집으로 도착하는 것과 같은 서비스이다. 본래 다양한 화장품을 시기에 맞게 큐레이션(curation)하여 고객에게 보내주는 ‘글로시박스’의 공동창업자였던 박춘화 대표. 그는 화장품이 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꽃을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로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게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다’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았죠. 지지를 받거나 꽃이 잘 팔리는 재화가 아니라는 생각도 엄청 많았고요. 원래 꽃을 하셨던 분들도 ‘너가 뭔데 꽃 문화를 바꿔?’ 이런 태도도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꽃 가격을 낮게 파는 것 자체도 누군가는 당연히 눈엣가시일 수 있죠. 당연하게. 혹은 꽃을 택배로 보내는 것 자체에서도 꽃에 대한 모독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런 것들로 사업적 의미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죠."
Kukka의 행보는 화훼 업계에서도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런데 화훼업계는 더 이상 ‘한철 장사’만을 바라보고 있을 순 없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식품접객업과 유통업, 농수축산화훼업 등 3개 업종의 사업체 40.5%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난과 화분은 작년동월대비 판매량의 50%에 그쳤다. 그렇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Kukka의 철학은 더욱 빛이 났다.
꽃 시장이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기존에 있던 시장 자체는 기념일 위주의 꽃을 사는 문화가 많이 없어져 가는 것이 사실이라서 많이 어렵죠. 경조사 때도 화환을 안 보내고, 어버이날에도 비누꽃 보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저희가 시장을 밝게 보고 있는 경우는 저희는 아예 경조사나 기념일을 신경 안 쓰거든요. 왜냐하면 저희는 정기적으로 계속 일상에서 나가시는, 사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이 저희의 목적이지 기념일에 꽃을 많이 파는 것이 저희의 목적은 아니다 보니까. 저희는 새로운 시장을 계속 만들어가다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Kukka의 매장 한 켠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플로리스트의 손을 거쳐 예쁜 다발로 만들어진 꽃. 그런데 이름도 생소하고 신기한 꽃들이 많았다.
저희는 저렴한 꽃을 소개시켜드리는 것보다 플로리스트가 아닌 일반인 분들이 다양한 꽃을 한 번씩이라도 경험시켜 드리는 것이 저희한테 되게 중요하긴 하거든요. 그래서 한 번도 못 보셨던 꽃을 많이 쓰려고 해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내가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꽃 덕분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꽃과 함께하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꽃은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주고, 누군가의 일상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Kukka가 선보이는 다양한 꽃은 그 색깔과 저마다의 독특함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쁜 꽃은 서울에 있는 분들은 누구나 다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어요. 강남이나 청담에 있는 샵에 가도 예쁜 꽃은 당연히 있죠. 그런데 지역의 여건이 안좋을수록 평생 예쁜 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은 거예요.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 플로리스트의 꽃을 보는 것은 어려웠었죠. 그런데 강원도 산골에 계신 어떤 어머님이 전화를 한번 했었어요. 너무 고맙다고. 살면서 이런 꽃을 받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 좋대요. 신기하고. 그런 분들이 많아지시는 거죠. 저희는 다행히도 전국에 있는 어떤 고객이든 다 원하는 꽃이 있으시면 보내드릴 수 있으니까요.
현재 Kukka의 꽃은 플로리스트가 직접 선별하고 만든 꽃이다. 전문 플로리스트 중에서는 Kukka의 정직원이 된 이들도 많다. 매달 새롭게, 그리고 감각적인 꽃다발을 고안해내야 하는 ‘창작의 고통’이 있지만, 이들의 목표는 고객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해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도 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Kukka는 이태원과 광화문에 있는 쇼룸에서 플라워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플라워 클래스가 정말 커요. 하나의 체인에서 1년에 10만 명 정도의 수강생을 배출한대요. 어떻게 보면 과거에 신부수업에 꽃꽂이가 들어있었던 것처럼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살면서 한번은 꽃을 배우는 문화가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것도 없잖아요. 우리나라는 일본의 한 10분의 1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플라워클래스 수강생이 적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도 꽃을 어렵지 않게 사려면, 일단 꽃을 일단 알아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그래서 시작했던 것이 플라워 클래스였어요.
kukka는 사람들에게 꽃에 대한 경험을 선사해왔다. 이로써 꽃으로 일상을 신선하게 만드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Kukka는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를 더 많이 만드는 곳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꽃으로 시작했던 기업은, 이제 그 꽃의 향기를 나누는 곳으로 커가고 있다.
커피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화훼분야에서 브랜드를 온전하게 탄생시키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고요. 꽃을 다루는 회사에서 이제 문화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집단으로 발돋움하고 싶어요. 꽃과 함께하는 카페, 꽃이 있는 선술집, 꽃과 책을 함께 볼 수 있는 곳. 좋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