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이 융 (포렌 대표이사)
이번 추석연휴가 상당히 길어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고민을 해 보았다. 일본에 있는 딸아이 집에 배를 타고 가볼 생각으로 부관 페리회사에 전화도 해 보았다. 역시 미리 준비가 되어야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연휴 당일 도착하는 배편은 좌석이 없다. 만일 좌석이 있다고 하여도 부산을 내려 갈 방법이 차를 몰고 가야 하는 실정이라 비현실적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직원이 울릉도 가는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 해주어 정말 반가웠다. 산악회에서 연휴에 울릉도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바로 2명분 입금을 하고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선 댓글을 남기고 메일도 보내고 하였다. 이 시점이 연휴 이틀 전이다. 전체 일정은 2박 4일 프로그램이다.
연휴 하루 전날 밤 11시 40분까지 3호선 신사역 6번 출구로 오라고 문자로 연락이 왔다. 퇴근을 하고 여행준비, 아니 산행 준비를 하고 우리 부부는 11시 20분 정도에 신사역으로 갔다. 미리 나와 있는 사람도 있네, 우리가 일찍 나와 가장 먼저 온 것인 줄 알았는데 그분들이 있는 곳에서 잠시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앉을 곳을 찾아보니 버스 정류소에 의자가 있어 그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곳에 관광버스를 대기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 한남대교 방향으로 조금 걸어올라 가보니 이미 버스는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집사람을 챙겨 버스에 가니 좌석이 지정석인데 그것을 몰라 우왕좌왕 하고 있으니 어떤 분이 우리를 도와주어 우리 좌석을 찾아 갔다. 44인승 버스에 가장 뒷자리이다. 좌석의 순서는 입금 순이라 우리가 마지막으로 산행에 참가한 행운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버스는 밤 12시 정각에 신사역을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를 접어들어 달린다. 버스 전용차선으로 달리니 기분이 좋다. 잠시 잠에 빠져 있다가 휴게소에서 눈을 뜨고 그리고 다시 달린다. 최종 목적지는 묵호항이지만 시간이 남아 새벽 4시경에 정동진역에 버스가 우리를 내려 준다. 잠시 밤바다를 구경하라고 하여 그렇게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함이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을 가서 밥을 먹고 묵호항으로 가서 배를 타는 티켓을 받았다.
역시 울릉도가 고향이 사람들과 우리부부와 같이 연휴에 울릉도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으로 배는 만석이다. 배는 정시에 출항을 하였다. 동해 뱃길은 볼 것이 없다. 그렇다고 그냥 자리에 앉아 있기에는 지루하다. 그래서 배 안 여기저기를 돌아 다녀본다. 큰 배이지만 파도가 있어 내가 똑바로 걸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약 3시간이 지나 방송이 나온다. 앞으로 한 시간 후에 도동항에 도착한다고. 그래서 앞을 바라 볼 수 있는 2등칸에 가서 울릉도를 바라본다. 무려 약 40년 전 대학시절에 한번 와본 섬이라 옛 생각이 난다.
도동항에 도착하고는 바로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옛날 울릉도 처음 왔을 때에는 섬에 차가 없다고 하였다. 기억으로는 저동항 근처에 공사용 덤프트럭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에는 도동에서 저동을 갈려면 배로 이동하는 방법 말고는 산을 걸어 넘어야 하는 불편한 시절이었다. 버스는 사동항 방향으로 가는데 산을 고불고불 올라가서 굴을 통과하여 길을 달린다. 중간중간에 전번 폭풍우에 입은 수해가 눈에 들어온다. 전봇대가 넘어지고 나무들이 뿌리를 보이고 있다. 상당한 피해가 있었구나 짐작이 간다. 숙소에 도착을 하니 산속에 있는 작은 호텔이지만 아주 깔끔한 것이 좋아 보였다. 출발 전에 우리는 별도 방을 요청을 하였다. 하지만 요청을 메일로 하여야 하는 것을 모르고 댓글로 남겨 놓아 미리 방이 확보가 안되었다고 한다. 참 곤란한 일이 생겼다. 그래도 주인에게 방이 있는지 물어 보니 다행이 방이 있다고 하여 추가 돈을 지불하고 독방을 배정 받았다. 그리고는 점심식사를 하러 갔는데 음식이 아주 잘 나와 맛나게 먹었다. 이제 독도 구경을 하러 가야지.
독도 구경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을 가보고 싶은 섬이다. 일본이 아무 말을 안하고 있으면 아마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을 것인데 일본이 해마다 반복해서 말썽을 일으키니 우리 땅이란 것에 애착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배타는 곳에서 태극기와 ‘독도는 우리 땅’ 혹은 ‘독도를 사랑합니다’ 등등 여러 가지 문구를 담은 작은 플래카드 같은 것을 팔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그것을 사는데 개인적으로 우리가 우리 땅을 가면서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고는 태극기를 안샀다.
가이드 이야기로는 이번에 잘 하면 독도를 밟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독도를 밟은 사람은 3대에 덕을 쌓아야 한다고 농담을 하는데 우리가 그런 행운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욕심은 난다. 대기실에 승선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독도 날씨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다. 그곳에 독도에 접안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그렇지만 우리 배가 독도에 간 그 시각에 풍랑이 어떻게 될지는 가봐야 안다고 하니 조금은 걱정을 하게 된다. 자 배는 울릉도를 떠나 독도로 향한다. 묵호에서 울릉도로 올 때 배 흔들림보다 파도가 더 잔잔하다. 배가 작은 것이지만 파도가 우리를 반기나 보다. 그렇게 한 시간을 가니 눈앞에 독도가 보인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평생에 못 볼 독도가 될 수도 있는데 배가 접안을 하고는 30분 여유를 준다고 방송이 나온다. 방파제에 발을 올려놓으니 여기가 독도구나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독도를 지키는 젊은 경찰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 젊은 시절 아까운 시간을 여기에 보내고 있는 우리 청년들을 보니 안아 주고 싶다. 한 청년에게 물어 보았다. “한국령이라고 세겨져 있는 곳을 갈 수 있나요?” 돌아오는 답은 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다. 우리 부부를 위해 사진 좀 부탁을 하니 잘 찍어 주었다. 그렇게 30분 이상 독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그런데 그냥 우리 모습이 들어 있는 사진을 보면 여기가 독도 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울릉도 선착장에서 파는 태극기가 왜 필요한지 느꼈다 그렇지만 남들이 갖고 있는 것을 빌려 사진을 남기기에는 쑥스럽다. 그래서 그냥 눈 속에 독도를 많이 담아 두었다.
울릉도로 돌아오니 저녁이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도동항 앞에서 오징어 배가 한 척 있어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울릉도에서 만들었다는 막걸리를 한 병 사 조금 마셔 보았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막걸리를 목으로 넘기니 맛이 색다르다.
다음날 성인봉을 올라가는 여정이다. 오전에 울릉도 서쪽으로 가는 버스 관광을 하고 나리 분지에서 성인봉을 올라간다고 한다. 도동에서 올라가면 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버스 관광에 하이라이트는 해중전망대이다. 지하를 파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바다 속이 다 보인다. 물고기가 우리를 반기다. 물속에 먹이를 달아 놓아 그 곳으로 물고기가 몰려와서 장관이다. 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담아 온다. 버스는 나리분지로 올라가는데 길이 예사롭지 않다. 버스 기사가 가이드 역할도 하는데 차를 재미있게 몰아 우리를 즐겁게 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그렇게 나리 분지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산채비빔밥을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
시작은 평평한 길로 가는데 중간 옛날 선조들이 살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초가집도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조금 가니 오르막길이 나온다. 산행이 시작 되었구나 산은 점점 가팔라진다. 산행을 도와주기 위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이 얼마 정도 되는지 한번 세어 보기로 했다. 천천히 올라가면서 세어 가는데 천 개가 넘었다. 중간 휴식처에 알봉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쉬는데 구름이 내려와 주변이 전혀 안보 인다. 알봉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다시 성인봉을 향하여 올라간다. 계단은 천 팔백개가 넘었다. 그렇게 고생을 한 끝에 성인봉 정상에 올라섰다. 해발 984m이다. 나리분지 해발이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400~500m 될 것으로 생각하니 반은 차로 오고 반은 내 다리로 올라 온 셈이다.
정상에 올라서 주변을 바라보니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구름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성인봉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도동항 방향으로 내려온다. 하산길이 지루하다. 구름에 싸인 울창한 숲 속의 울릉도도 아름답다. 구름 속의 숲을 사진에 남긴다. 중간에 구름다리가 있다 잘 만들어 놓아 모습 또한 아름답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온다. 가이드 이야기로 KBS 중계소에서 팔각정을 찾아 도로가 아닌 산길로 내려와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가도가도 KBS가 안 보인다. 조금은 걱정도 되었다. 길을 잘 못 내려온 것인지 그렇게 무작정 내려오니 도동항이 다 보인 곳에 중계소가 있어 팔각정을 찾아 오솔길을 따라 내려 왔다. 집사람은 무릎이 아파 걷는 것을 어려워하여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우리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 다행히 버스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조금은 쉴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바로 동쪽 방향 관광길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가 내려오면서 시간을 다 소비하여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해 그냥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다음날 우리 일행은 울릉도 관광 배 일주를 하기로 하였다. 배를 타고 울릉도 구경을 하니 과거 대학시절이 생각났다. 오전에 구경을 마치고 점심은 육지에서는 먹어 볼 수 없는 따개비칼국수를 먹고 묵호로 돌아오는 배를 기다려 타고 강원도에 도착하였다. 울릉도는 경상북도 행정구역이지만 강원도가 더 가깝다. 이렇게 울릉도와 독도를 우연히 갈 수 있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가이드 이야기로 독도에 배가 접안을 하는 경우가 일년에 45일 밖에 안된다고 한다. 우리 일행과 우리부부는 정말 운수대통이다. 이렇게 항상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다고 약간의 욕심을 내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