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사는 분들은(특히 학자)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어느 시대나 그에 맞는 유행어와 개념들이 있는데 용어만 다를 뿐이지 그 속에 담겨있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고 더욱이 속 뜻은 똑같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어느 수준에 도달한 분들은 자기 만의 세계가 있어 일종의 고집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1은 이라고 물으면 원인과 이유는 모르지만 반사적으로 나오는 답, 2가 있듯이 경험과 연륜으로 나오는 반사적인 자기만의 공식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서두를 이렇게 시작한 이유는 많은 분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때문입니다. 제 일의 특성상 연세나 업무의 경륜이 꽤 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나름대로 일의 방식, 업무 처리의 패턴, 나름의 삶의 공식들을 수학 공식처럼 가지고 계십니다. 어쩌면 조건 반사적인, 동물적인 감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뇌에 어떤 공식을 담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이 공식을 깨게 하는 것이 제 일중의 하나입니다. 저를 전문가로 부르셨으면 믿고 일정 기간은 맡겨달라가 제 첫 주문입니다. 당신의 공식으로 답을 내려하지 말고 이 분야만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설득을 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제가 지난 2008년에 썼던 글 중에 당시 유행하던 서울대 최인철교수의 베스트 셀러 ‘프레임’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심리학과교수인 최교수는 책에서 ‘프레임(Frame)’은 흔히 창문이나 액자의 틀, 안경테를 의미하며 이것은 모두 어떤 것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또한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하고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즉 기초, 기본, 뼈대 등으로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심리학에서는 세상을 보고, 느끼고, 말하는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바로 이 틀이 제가 지금 말씀드린 패턴이나 공식과 같은 개념입니다. 틀이 단차원적인 공식이라면 패턴은 좀더 복잡한 다차원의 공식입니다. 저는 평소 스스로에게 백지(화이트) 공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가 백지여야 상대가 하는 말이나 생각이 제게 상대 그대로의 색으로 그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경험이 많을수록, 배우고 본 것이 많을수록 진한 색으로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절대 상대의 색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성인이나 통달한 분일수록 무채색을 가지고 계십니다.
최교수는 우리의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가 프레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말, ‘다름이다’ ‘틀림이다’라고 말하고 생각하지 말라는 개념은 자신이 진한 색깔일수록 상대를 틀렸다고 자신있게 말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같은 질문을 해도 다양한 응답이 나오는 것을 인정해야만 서로의 환경과 지식의 차이를 인정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집니다. 서양사람들은 관광지에서 기념 사진을 찍을 때 대부분의 사진이 인물을 크게 찍는 인물 중심적 사진임에 반해 동양사람들의 관광지 기념사진은 인물은 상대적으로 작고 주변의 관광지가 조화되는 사진이 대부분이라는 실제 사례는 어느 사진이 더 좋은 사진인가를 논하기 전에 그 생각의 차이(다름)에 대해 이해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왜 우리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면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것일까요? 서양 사람들은 동메달만 따도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수들도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등 최고주의, 이등 패배주의라는 자기도 모르는 비교 프레임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좋은, 성공한 사례만 보았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노력하고, 시간을 기다렸는지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지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제 이런 것을 패턴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임이나 패턴이나 같은 개념이지만 앞에 설명했듯이 복잡함과 덜 복잡함의 차이라고 봅니다.
패턴(pattern)은 일정한 형태나 양식 또는 유형. 유형, 본새, 틀 등으로 사전에서는 풀고 있습니다. 컴퓨터나 과학에서 말하는 패턴의 개념하고, 인문학적인 개념에서 말하는 패턴하고 또 패션디자인에서 말하는 패턴은 서로 다르지만 일정한 형태나 양식이라는 개념은 다 동일합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화상, 문자, 음성 등을 인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패턴 인식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특징 추출과 패턴 정합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특징 추출은 화상 등의 이미지 데이터나 음성 등의 파형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 데이터의 고유 특징(패턴)을 추출합니다. 시스템은 인식 대상 패턴을 표준 패턴으로 작성해 두었다가, 인식 시에 이 표준 패턴과 입력 패턴을 비교(패턴 정합)해서 표준 패턴과 가장 유사한 것을 인식 결과값으로 도출하게 됩니다. 문자 인식, 음성 인식, 화상 인식 등도 모두 패턴으로 인식을 하는 것입니다.
인문학적인 패턴 인식은 문자, 음성, 시각 등 모두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는 시공감적인 것을 뇌로 인식해 자신의 지식 패턴에 적용시켜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과학의 패턴 인식이 미리 컴퓨터에 정보의 특징 등을 기억시켜 받아들인 정보와 비교해서 결과치는 내는 일정성과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의 그것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화성을 추가하는 감정 복잡 다양성을 가지고 결과치를 낸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주어진 값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컴퓨터와 절대 같을 수 없습니다. 즉 컴퓨터는 절대로 분수처럼 흩어지는 새벽 종소리와 같은 시간과 공간과 감각을 한번에 인지하고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기계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는 진한 색깔이어서 나름의 원칙에만 충실한다는 것입니다.(요즘은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능으로 이제 점점 인간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도 지나치게 비교 패턴인식에 강해서 정의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기계의 패턴인식이 바람직한 지도 모릅니다. 그래야 한다는 욕망이 패턴을 깨뜨리고 고무줄 같은 패턴 인식을 해서 일을 그르치게 합니다. 패턴 인식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일정성과 단면성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이 기초가 무너지면 그것은 제대로 된 패턴 인식이 될 수 없습니다. 즉 원리 원칙이 우선이고 이후에 시공감각적인 보조의 개념이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무너뜨리는 예외적인 경우를 파격이라고 인정을 하지만 그래도 이 파격은 일상이 아닙니다. 예외의 패턴입니다.
프레임이나 패턴이나 벗어나고, 깨뜨리고, 부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 드렸듯이 원리 원칙까지 부수고 버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것으로부터의 타파나 탈출을 말하는 것이지 원리 원칙도 모르는 상태에서 파격이나 탈출은 아니함만 못합니다. 사칙연산의 공식도 모르면서 함수에 달려드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분명 벗어나야 할 대상이지만 기본이나 철학이 있는 파괴와 겉만 보고 알아서 따라하는 파괴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내 아는 것으로부터의 탈출은 분명 필요합니다. 백지로 만드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일단 기본부터 배우고 나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