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제 노하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아니라 일을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을 말하다 보니 제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소 생소한 분야의 분들 앞에서 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오해 때문인지 그 중 어느 분이 제가 말하는 사사건건 반대를 하고 토를 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예전에 다 해봐서 안다, 그거는 이래서 안되고 저거는 저래서 안다.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절대 될 수 없다 등등 다른 많은 분들이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끝내 자기가 알고 있던 지식을 꺾지 않았습니다. 마치 제가 그 노하우를 팔기 위해 온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무상으로 나누고 싶은 노하우의 토론이 아니라 어느새 그 분과의 논쟁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었지요. 하는 수 없이 제가 지인의 앞에서 발표했던(당시에는 그 분들의 업에 맞게 다시 만든 자료를 가지고 미팅을 했습니다) 제 전공 분야의 적용 사례를 다시 설명하면서 제 분야선 이렇게 적용했다고 설명하니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습니다.
휴식시간에 단 둘이 만나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알고 있는 지식은 이제는 해결이 되고 또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기술이다. 왜 과거 경험에 얽매이고 바뀐 기술이나 세상 보지 않고 그것을 고집하느냐고 했습니다. 마치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e스포츠가 붐을 이룰 때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프로들을 게임단으로 운영했지만 지금 그 프로게이머들은 다 사라져 지금은 흔적도 없어진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그 게임은 더 이상 사랑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그 게임과 게이머들도 같이 잊혀져 갔다고 하면서 선생님이 말하는 경험과 지식이 그런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전 가끔 ‘고집’과 ‘아집’이라는 단어로 사람들의 생각을 설명하곤 합니다. 고집은 아름다운 거지만 아집은 추한 것입니다. 장인들의 노하우와 지식은 당연히 고집스럽습니다. 늘 그것에 몰두해 있고 자신의 과거 지식은 언제든 변하기 때문에 끝없이 공부하고 익힙니다. 이것이 고집이지요. 그러나 과거의 지식에 얽매이고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한 세상과 환경을 자꾸 과거로 회기시키고 공부하지 않고 지금의 것을 모르는 자기의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이 아집입니다. 소위 말하는 “누구는 왕년에 한 가닥 안했나?” 라는 세상과의 담벼락이 자신을 내세우고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 서게 하고 보기싫게 만듭니다.
지금 매 주말 축제 같은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과거 아주 재미난 연구가 있었습니다. 2009년에 광우병사태로 촛불시위가 있던 당시 상명대 김영미교수(행정학과)가 “소통의 정보문화”란 주제 발표에서 인터넷 정보의 생산·유통·확산 경로를 지난 2002년 이후 3번의 촛불집회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 발표했습니다.
김교수에 따르면 “최근의(당시) 정보유통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매체간 서로 상호작용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정보의 초기 취득원은 주로 신문·방송·포털 등의 기존 대중매체에 의존하는 반면 전달 및 확산 과정에서는 이메일·전화·커뮤니티·대면 접촉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2009년 상황이 이런데 지금은 상상 이상으로 변화되어 있음을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SNS 개인 미디어시대에 살고 있어 상상 이상의 속도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합니다.
더 발전한 이런 용어도 있습니다. ‘네트워크 군대(network army)’인데 이들은 웹, 모바일 등으로 순식간에 상호 뭉쳐지는 군대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서도 웹이나 모바일 시대를 거부하고 서류나 직접 만나는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이미 상황은 종료하고 난 후를 직면하는 뒷 땅치는 어리석음을 행하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융합(convergence)은 물론이고 결합, 교차의 복잡한 프레임 속에서 있어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어느 하나의 지식만으로는 살 수 있고 인정받던 시대도 이미 지난 지 오래입니다. 제가 일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후배들은 과거의 저처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마컴)만 알아서는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빅데이터를 아는 데이터 통계 전문가도 되어야 하고 당연히 IT 분야의 전문가도 되어야 합니다. 지금 제가 저 아는 마컴 지식만을 고집하고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후배들을 대한다면 대화의 장으로 나갈 수 없게 됩니다.
과거처럼 지식이 한정되어 있어 한 우물만 파면 성공했던 시대는 없습니다. 지식산업에 종사하고, 사라진 스타크래프트 프로들처럼 늘 진화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를 나타내는 것은 내 프레임이지만 나를 규정지어 주는 것은 나를 제외한 무수히 많은 나 같은 상대의 프레임입니다. 그 프레임을 바꾸지 못하고 수십 년의 경험이나 노하우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그 순간 도태의 나락으로 빠지게 됩니다. 내가 아는 것은, 과거에 알았던 것들은 어쩌면 나를 도태시키고 저 지하의 감옥으로 빠지게 하는 독이 된다는 사실을 늘 주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초연결 빅데이터 시대에 생존법은 내 프레임을 버리고 다양한 프레임을 배워서 그들과 융합해야 합니다. 제가 알았던 대선배라고 말하는 분들이 오늘의 환경에서,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자기 프레임의 함정에서 나와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느낀 점은 단순한 통계의 함정에 빠진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인구가 얼마인데 그 중 5%만 점유해도 얼마인데 하며 너도 나도 중국으로 진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 지금 다 망했습니다. 그냥 자기의 개념으로 아는 100% 중 5%는 자기가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손쉬운 수치라고 착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50% 이하는(반만 하는 것) 일도 아니라는 과거의 착각 속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어느 정도 충성도가 있는 상대에 대한 이메일 발송의 반응(답장)률은 1,000명 중 3명, 즉 0.003%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이메일 마케팅을 못하는 것입니다. 고작 0.003%를 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과,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그럼 안하고 말지… 웹 상이나 모바일 상의 통계 수치는 고과서적인 “독립변수 하나가 들어가면 그에 따라 종속변수도 일정한 선형 관계(Linear Relation)로 나올 것이다”라는 사실은 없습니다. 현실은 점점 더 복잡 다난하게 변하는 것을 지금 보고 있으며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메가, 기가, 테라의 분석 시대를 지나 페타, 엑사, 제타, 요타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상상 초월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양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던 선형 분석이나 선형적 사고로는 풀지 못하는 세상의 숙제가 비일비재합니다. 지금 우리 서비스나 솔루션의 대상 기업이 약 150만개인데 그 중 겨우 1%만 가져도 1만 5천, 따라서 각 고객의 월 매출이 10만원만 되어도 월 15억 원이 생긴다고 선형의 산술적 통계를 보고 실행합니다. 결과는 0.003%도 넘을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분들과의 대화는 참으로 답답하고 어떻게 설명을 할 수도 없습니다. 자기의 프레임과 수치에 사로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예측도 어렵고 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다르게 나타나는 비선형(nonlinear) 사고와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이제 투입되는 대로, 예전대로 응답(반응)이 일어나던 선형의 세상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통계분석에서 하던 선형적 관계를 가정하고 판단하던 마인드로는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리는 위험에 처 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더욱 비선형적 입니다. 주체, 객체, 매체, 메시지, 반응 등 그 어느 하나도 더 이상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내 경험과 지식의 양적 측정이 대세이던 시대에는 경험의 선형적인 생각으로는 가능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양 보다는 질, 가치가 우선되고 있으며 질이나 가치는 절대 비선형적입니다. 우수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서비스나 상품이 베스트입니다. 내가 개발한 것이 최고인데 왜 안 팔리고 성공을 못하지 라는 시작이 바로 이런 자기 지식의 감옥과 어설프게 아는 빅데이터 시대의 통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마컴(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기업과 그 욕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과거의 선형적 마인드로만 움직이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또 하나 우를 범하는 부분이 앞에 말씀드린 경험자처럼 내가 해봤는데 라는 구 경험이 일을 그르칩니다. 만났던 분들이 하는 말이 과거 이 일을 할 때 어느 정도 맨파워, 어느 정도 예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지를 아는 것이 문제입니다. 차라리 생전 처음하는 것이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입니다. 어설픈 진화되지 않은 지식과 경험은 독이 됩니다.
지금도 만나는 분 중에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 정도 예산으로 이 정도의 일을 해달라고 아예 전문가를 무시하고 갑의 명령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상은 천지 개벽을 했는데 아직도 기가 시대의 생각을 테라나 페타, 엑사의 전문가들에게 지시를 합니다. 이럴 경우 같이 망하는 지름 길입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데이터 평등시대가 아니고 많이 가지고 좋은 시스템을 가진 시기였습니다. 누군가에게 독점이 가능했고 데이터의 조작이나 작의성을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보다도 수많은 상대가 더 많은 데이터와 파일을 가지고 있는 무서운 시대입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선가 다른 데이터들을 찾아내고 그 데이터로 조작이나 작의가 된 어제의 팩트 데이터를 바로 검증해 내는 무서운 시대입니다. 어지 보면 나만 모르고 있는 것들이 더 많은 무서운 세상이 된 것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처럼 아무리 많은 데이터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잘못된 마인드도 꿰기 시작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통제 불능의 망하는 시간을 맞게 됩니다. 이제 새로운 시각과 겸허한 마인드로 통계를, 수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데이터들을 제대로 보겠다는 생각과 분석, 파악할 수 있는 눈이 빅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만듭니다. 지식이나 통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그 지식과 통계를 바로 보는 겸손한 인사이트(insight, 통찰)가 필요합니다.
OCP (Open Closed Principle, 개방 폐쇄 원칙)라는 용어로 마무리합니다. 개방이 되어야 할 곳은 열려있어야 하고 폐쇄가 되어야 할 곳은 닫혀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오픈일 수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작은 지식과 통계는 닫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식자들은 거꾸로 합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 맞고 내가 못하는 것은 아웃소싱을 해야 효율적이라는 지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실행을 못 할 뿐입니다. 이제 내 아는 것을 대 방출하고 그 아는 것이 전부라는 사고는 닫아야 합니다.
개방이라는 개념은 내 것을, 내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남는 부분을, 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방은 또 다른 상생의 대 원칙이기도 합니다. ◆